도시마다 가로수가 다르다.
주초에 광주 광역시를 다녀왔는데 그곳은 은행나무가 거리마다 심겨져 있다.
가을이면 거리가 노란 은행잎으로 아름다운 거리가 될 것이다.
그래서 가로수로 여러 지자체에서 심기도 했다.
사찰에 가면 오래된 은행나무가 턱하니 서 있는 모습을 보곤 한다.
난생 처음 알게 된 것은 암나무과 수나무 모양이 다르다는 것이다.
수컷은 길쭉하게 자라고 암컷은 꽃봉우리마냥 둥그스름하게 생겼다.
한 눈에 암.수를 구분할 수 있었다.
암. 수 나무가 지근 거리에 있어야 은행나무 열매를 맺는다.
살구색 은행나무 열매를 벗겨야 연한 갈색의 배 모양의 딱딱한 알맹이가 나온다.
과거에는 많이 주어가 간식으로 먹기도 했지만, 요즘은 보기가 드물다.
그런데 은행나무 열매에는 독성이 있어서
동그란 은행나무 열매를 껍질을 벗기다가 독이 올라(피부병) 심하게 고생하신 분을 본 적이 있다.
알레르기가 전신적으로 일으켜 심하면 호흡곤란까지도 유발한다.
담양은 메타스퀘이어를 심었다.
안목 있엇던 공무원 덕문에 담양은 관광명소가 되었다.
세월이 흘러 아름드리 나무가 되었 두 세 사람이 팔을 벌려야 안을 수 있을 정도로 자랐다.
가랑비가 내리는 그 길을 우산을 받쳐들고 아내와 그리고 형님 내외와 걸었다.
대부분은 느티나무가 가로수로 심겨져 있고, 벚꽃나무도 있고 은행나무도 메타스케이어도 있다.
일관성이 없다. 도시계획에 다양성과 일관성이 갈등을 빚겠지만 그래도 일관성이 좋지않을까 싶다.
유럽의 도시들을 보면 건물의 높이나, 지붕의 색상, 가로수의 통일된 모습들을 보면 부럽기도 하다.
울산은 중구에는 약 10여년 전부터 이팝나무가 가로수로 심긴 거리가 있다.
은행나무의 열매가 땅에 떨어지면 비리고 음식물 썩은 것 같은 고약한 악취 때문에
은행나무를 베어내고 이팝나무를 심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새벽부터 비가 내린다.
근무하는 병원을 향하는 도로에는 이팝나무가 심겨져 있다.
5월 전후하여 이팝나무에 꽃이 피면 하얀 눈꽃송이 마냥 도로가 환해진다.
비 때문에 바닥에 떨어진 꽃들이 둥그런 하얀 양타자가 되었다.
시선을 사로잡는다.
언젠가 스페인 어느 도시에 갔을 때 그곳은 오렌지 나무가 가로수로 심겨져 있었다.
푸른 나무 사이로 오렌지가 주렁주렁 열려 있었고, 바닥에는 오렌지가 뒹굴고 있었다.
우리나라도 어느 지역에서는 사과나무를 심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어린 시절 고향의 신작로 길에는 포플러가 심겨져 있었다.
수십미터나 되는 포플러가 바람이 불면 잎사귀들이 부딪쳐내는 소리가 듣기 좋았었다.
하교길, 포플러가 만들어낸 그늘을 따라 걷곤 했었지.
아내의 고향 김천을 가다보면 왜관을 지나 김천에 가기전에
양쪽으로 길게 자란 포플러 길이 수 km 이어져 있어서 좋았었는데
언젠가 가 보니 다 베에 내고 삭막한 포장 도로만 덩그러니 삭막하게 보인다.
편리함이 낭만을, 아름다운 정서를 앗아가 버렸다.
출근길에 본 이팝나무 때문에 내 기억 속의 가로수들을 떠올려 보았다.
가로수 식물 없는 인공 구조물만 있는 거리는 우리의 정서마저도 삭막하게 만들어 버린다.
부디 거리거리마다 아름다운 가로수들이 심겨지고 관리되고 유지되어서
우리의 추억 속에서 아름답게 자리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