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된다는 것
오월은 각종 기념일이 있는 가정의 달이다.
지난 주에는 '스승의 주일'을 지켰다.
이제 내 나이가 육십갑자로 말하면 환갑, '이순'의 나이가 되었다.
인생을 한 바퀴 돌았다는 의미이다.
인생에는 만나는 모든 문제들을 경험했다는 말일 것이다.
이순이라는 단어의 의미가 하늘의 이치를 따라 살아간다는 것이다.
아니 하늘의 이치를 알고 있다는 의미가 아닐까 싶다.
백세 시대에 죽음을 생각할 나이는 아니지만
언제 부턴지 지나온 삶에 대한 정리와 평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자주 든다.
그래서 지금도 자판을 두둘기며 생각들을 정리하고 싶은 것이리라.
오늘 이찬수 목사의 설교 중에서 '모멘토 모리'라는 말씀을 들었다.
로마 시대에 전쟁에서 승리한 장군이 개선할 때 시가행진을 하면서
노예들을 시켜 행렬 뒤에서 외치게 했다는 말이
"모멘토 모리", "죽음을 기억하라"이다.
당신도 언제가는 전쟁에서 죽을 수도 있음을 기억하고 겸손하라는 뜻일 것이다.
그렇다. 사람은 죽음 앞에서 겸손해지고 정직해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또한 시한부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삶의 태도가 다르다.
남아 있는 시간 동안 살아온 자신의 인생을 뒤돌아 보고 정리하는 시간이다.
이 땅에 대한 애착이나 미련을 하나 둘씩 내려놓게 되고 자신에게, 삶에 진실해지게 된다.
움켜쥐었던 손을 펴 내려놓고 나눔과 베품의 시간이 온다.
영원을 생각하는 시간이다. 사후를 생각하고 진지하게 준비하는 시간이다.
날마다 모멘토 모리를 생각하며 살아가는 인생은 어떤 인생일까?
지난 60년의 인생을 통해 나는 무엇을 배우고 깨달았을까? 내가 터득한 지혜는 무엇일까?
그래서 자식이나 후배나 다음세대들에게 인생이 무엇이라고 말해 줄 수있을까?
여유 없이 정신없이 달려왔던 시간들이다.
유년시절, 국민학교 6년,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 대학교 6년, 병원 수련 기간 5년, 군 생활 39개월,
대학원 시절, 작장생활 28년
그리고 초등학교 시절 부터 이어져 오는 50여년의 신앙생활...
고향 삼기교회, 부산 영안침례교회, 818대대 군교회, 72사단 충성교회, 울산교회 그리고 울산신정교회
학생, 평신도, 집사서리, 장립집사, 시무장로 ...
인생과 신앙의 연륜은 쌓였다. 시간의 길이 만큼 지혜도 자라고 신앙도 성숙해졌는가?
식물은 성장이 멈추면 죽음을 의미한다.
인간도 죽는 날까지 성장해야 한다. 육신은 쇠하고 연약해 지지만 정신과 영혼은 더 성숙해진다.
그런데 성장이 멈추어버린 상태를 노인이라 하고, 성장하고 있는 상태를 어른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고 말씀하신다.
올 해 기도제목 중에는 아니 작년 부터 가지고 있는 생각이 선한 영향력이다.
앞으로도 계속 배우고 노력해야겠지만, 이제는 누군가에게 가르치고, 본을 보이며 들려주어야 할 시기이다.
가정에서도, 교회에서도, 직장에서도 그렇다.
나의 멘토는 누구였을까?
최복만 장로님, 김차순전도사님, 정근두목사님, 조광현교수님...
나는 누군가의 멘토가 될 자질이 있는 것인가?
멘토가 될 자격이란 무엇일까?
.. 누구가에게 선한 영향력을 줄 수 있어야 한다. 그러러면 그의 삶이 본 받을만한 구석이 있어야 한다.
신실한 믿음이 있는가, 기도의 사람인가, 겸손한 사람인가, 삶이 정직한가, 성실한가, 덕이 있는가, 인격이 훌륭한가,
성품이 좋은가, 성공적인 삶을 살았는가? 하나님을 바로 알고 말씀대로 살아가는 사람인가, 지혜로운 사람인가,
사랑이 풍성한 사람인가, 영적인 권위가 있는가 ...
어른이 된다는 의미는 여러가지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국어사전의 의미는 이렇다.
1. 다 자란 사람. 또는 다 자라서 자기 일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
2. 나이나 지위나 항렬이 높은 윗사람
3. 결혼을 한 사람.
좀더 풀어 말하자면 다 성장하여 어느 정도 세상의 이치를 깨닫고 자기 일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우리 인생은 죽는 날까지 진행형이다. 완성이라는 단어는 적합하지 않다.
그러나 아이나 젊은이들에게 나이답지 않게 어른답다, 어른스럽다는 말을 많이 한다.
사전적으로 보면 성인을 어른이다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통념적으로 보면 이순은 어른이 되기에 적합한 나이가 아니겠는가?
어른은 존경의 대상이다.
가정의 어른인가? 교회의 어른인가? 직장에서 어른인가? 사회에서 어른인가?
스스로 자문하면서 어른이 되고 이에 합당한 언행과 삶을 생각해 본다.
요즘 한국사회에 국민들이 존경하고 따를만한 어른들이 보이지 않는다.
그나마 남아 있던 소수의 어르신들이 연로하시고 돌아가시고 그들의 이름들이 기억 속에서 사라져 간다.
교회에는 어떤가?
정말 믿음이 좋고 신실하신 신앙의 선배요 어르신들이 많지 않다.
주기철목사님, 손양원목사님, 한경직목사님, 옥한흠 목사님, ...
이제는 누군가를 닮고 따르는 나이가 아니라, 누군가에게 그런 대상이 되어야 할 나이가 되었다.
나는 어른인가?
어른스러움이 나에게 있는가? 진정한 권위가 나에게 있는 것인가?
물론 최고의 권위는 하나님에게 있다.
그렇지만 땅을 딛고 살아가는 인간에게는 보이는 권위, 권위있는 어른이 필요하다.
겸손하게 자신을 바라봐야 하겠지만 객관적으로 어른스러움이 자연스럽게 묻어나와야 한다.
어른으로 산다는 것...
그것은 '큰 바위 이야기' 처럼 큰 어른이신 주님을 닮은 사람이다.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삶이다.
누군가에게 존경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닮고 싶고 따르고 싶은 삶이어야 한다.
피하고 싶고 사람, 손가락질을 당하는 사람이 되어서야 하겠는가?
말과 행동에 있어서 언행일치의 삶, 모든 일에 신실하고 바르고 품격이 있는 권위가 있는 삶,
깊은 영성을 소유하며 예배와 기도와 말씀을 묵상하고 연구하는 일에 열심 있는 삶,
사랑하고 베풀고 섬기는 겸손한 삶을 살아가기를 다짐하고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