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글모음

쓰레기를 줍는 마음

톨레 네움 에트 톨레 데움 2022. 11. 8. 17:11

오늘도 부지런히 점심 식사를 마치고 운동복으로 갈아 입고는

검정 비닐봉지 하나와 집게 하나를 들고 외래 진료실을 나선다.

 

횡단 보도를 건너자 마자 쓰레기가 눈에 들어온다.

어제  쓰레기를 대부분 주었다고 생각했는데 또 한 봉지가 가득하게 찬다.

 

체육시설 나무 뒤에 쓰레기가 수북히 쌓여 있다.

앉아 계시던 아주머니가 한마디 한다.

누가 저런 곳에 쓰레기를 버렸는고...누군 줍는다고 애쓰고 ...

 

태화강과 동천강이 합류하는 지점 까지 내려갔다.

그곳에서도 스레기를 줍고 있는데

어떤 여자 분이 자기가 먹던 음식 쓰레기를 나보러 버려 달라고 건넨다.

잠시 어이가 없었지만 그냥 받아 넣었다.

하고 싶은 말이 목구멍 까지 올라왔지만 참았다.

 

돌아오면서 이런저런 생각이 난다.

매주 2-3차례 쓰레기를 줍는데도 끝이 없다.

 

내가 쓰레기를 줍는 이유가 무엇일까?

나의 의로움을 위해서?

자신의 만족을 위해서?

착한 사람으로 인정받고 싶어서 ? ...

 

글쎄다 

시작의 동기는  코로나 19 펜데믹을 지나면서  자연을 해손했다는 공범의식으로

자연을 조금이라도 덜 오염시키고자 시작했다. 

다음세대들을 생각하니 오염된 자연을 물려주는 것이 미안하고 안타까워서 시작했다. 

그러나 계속하다보니 조금은 짜증도 난다.

버리는 놈 따로 있고, 줍는 사람 따로 있네. 

 

그러다가 오늘 쓰레기를 줍다보니오후 진료 시작 시간이 지나버려

걸음을 바삐 움직이면서 묵상하는 것은 내 마음은 어떤가 생각하게 되었다.

하나님이 깨끗하게 창조하셨고

예수 그리스도가 십자가의 보혈로 정결케 하셨으며

성령께서 날마다 말씀으로 새롭게 하시건만

날마다 나는 나의 마음을 더럽히고 있지는 않는지 말이다. 

성령께서도 한 말씀 하시지 않을까? 

'해도해도  너무한다. ...'

 

나의 불평이 쑥 들어가고 말았다.

하나님의 임재로 유명한 로렌스 형제가 수도원에서 평생 부엌 봉사를 했다고 하지 않던가.   

수도사가 수도원에서 부엌 일이나 하고 있었으면 불평, 불만도 있었을텐데 ...

그러나 로렌스 형제는 그 일을 하면서 놀라운 하나님의 임재ㄹ르 경험하지 않았던가!

이 동천강변 쓰레기 줍는 일을 통해 하나님의 마음을 깨닫고 

나의 마음도 깨끗해지기를 소망해 보았다. 

하나님의 은혜가 임하기를 기도하며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