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음의 미학
걸음의 미학
2022. 08. 10
요즘 저녁으로 걷기 운동을 하러 태화강변을 나가보면 참 많은 분들이 걷고 계신다.
더위를 피하여 주로 저녁으로 운동을 하시기도 하지만, 수년 전부터 걷기운동을 하시는 분들이 참 많아졌음을 실감한다. 여기에는 각 지자체에서 걷기 운동을 위해 기본적인 인프라를 많이 만들어놓은 덕분이기도 하다. 제주도의 올레길이 중요한 분깃점이 아닐까 싶다. 지자체마다 개발해 놓은 옛길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울산에도 솔 마루길, 새파랑길, 참살이길 ...
가까운 곳에서 걷는 것 외에도 트레킹이라는 운동도 있다. 세계적인 트레킹 코스도 있고 한 달 아니 3개월 이상 걷는 코스도 있다고 하니 두 다리의 위력이 대단하다.
걷기의 역사는 언제 부터일까? 인류의 이동은 걷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에덴동산에서 나온 아담과 하와의 자손들은 순전히 걸어서 먼 거리로 삶의 영역을 확장해 갔다. 물론 인류가 발달하면서 그 이동 수단은 동물을 이용하고 수레, 마차, 자전거, 자동차, 기차, 배, 비행기 등으로 진화해 왔다. 아니 지금은 우주선으로 엄청나 거리를 비행하고 있다.
인간으로 태어나 걷게 되는 것은 평균적으로 돌이 지나서 부터이다.
사람이 태어나서 무릎으로 기다가 걷게 되고 뛰다가 나이가 들면 다시 걸음걸이가 느려지고 더 나이가 들면 누워 지내다가 삶을 마감한다.
사람이 두 발로 서서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모른다.
한 장소에서 다른 장소로 이동을 하려면 걷는 것 보다 더 좋은 것이 없고 필수적이다. 그렇지 않으면 기어가든지 아니면 다른 사람이 옮겨주어야 한다.
사람이 걸을 수 있어서 일평생 많은 장소를 보고 경험하고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아파서 걷지 못한 경험을 해 보거나 장애를 가지신 분들은 걷는다는 것에 대한 감사와 축복이 실감이 나고 인정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곳을 걸어보았을까? 어느 정도 거리를 걸었을까?
예수님도 태어나서 33년을 사셨지만 당시에는 대부분 걸어서 이동해야 했기 때문에
계산해보니 거의 지구의 한 바퀴를 걸으셨다고 한다. 또한 공자도, 그리스의 철학자들도 걸으면서 사색하고 산책을 하면서 철학을 했다고 한다. 방랑자 김삿갓도 천하를 유람하며 걸었을 것이고 대동여지도를 만든 김정호 수많은 산과 계곡과 마을을 걸어 다니며 대동여지도를 만들었을 것이다.
사람은 걸으면서 단순히 걷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물론 일을 하면서 걸어 다닐 때와
산책이나 운동을 하면서 걸을 때와는 다를 것이다. 걷고 뛰고 달리기도 한다.
걸으면서 어디 생각만 할까? 눈앞에 펼쳐지는 많은 것들을 보면서 걷는다.
또한 귀에 들리는 수많은 소리들을 들으면서 걷는다.
걸었던 동일한 길을 걸어도 오늘의 길은 어제의 그 길이 아니다. 세월 따라 변하는 자연의 환경은 느낌과 생각을 다르게 하게 한다.
스페인의 산티아고를 걷는 버킷 리스트를 가진 분들이 많다. 북미의 로키 산맥을 멕시코에서 캐나다 까지 걷는 사람도 있고, 태평양 연안에서 대서양 연안 까지 걷는 정말 긴 코스의 크래킹 코스도 있다고 한다,
그래서 요즈음은 세계의 유명한 트래킹 코스를 걷기 위해 해외여행을 한다.
하지만 요즘 한 시간만 걸어도 다리가 무겁고 힘이 든다. 그러나 인간은 참 위대해 보인다. 몇 시간씩 등산을 하고 며칠 씩 걷기도 한다. 특전사 군인들의 천리행군도 오로지 걸어서 완수한다. 옛날의 한니발과 그 군대는 걸어서 알프스 산맥을 넘었고, 그뿐인가 북극과 남극뿐만 아니라 에베레스트를 포함한 이 지구의 모든 높은 산들은 다 걸어서 정복하지 않았는가?
인간의 걸음은 정말 위대하다는 생각에 미친다.
그렇다면 걸음이 주는 건강상의 유익은 무엇일까?
요즘 의사들이 가장 추천하는 운동이 걷기 아닌가? 역사에서 현대인들만큼 건강에 대한 염려와 노력을 위해 운동에 많은 관심을 보인 적이 있었을까 싶다.
당뇨병, 고혈압, 고지혈증 등 각종 성인병 예방에 좋고, 근육계의 이완, 면역력의 증강, 정신적 긴장의 이완 등 유익한 점이 참 많은 운동이다.
그렇다고 달랑 신발 한 컬레 만 있으면 가능한 운동이니 얼마나 경제적인가? 아니 심지어는 맨발로 걷는 분들도 있다.
걸어야만 보이는 것이 있고 들리는 것이 있다.
걷는 사람들의 모습도 참 다양하다.
아장 아장, 뒤뚱 뒤뚱, 느린 느릿 걷는 분, 팔자걸음, 11자 일자 걸음, 보폭도 다 다르다, 성큼 성큼, 보통 걸음, 큰 걸음, 느린 걸음과 빠른 걸음...
친구와 이야기를 하며 걷는 여유 있는 걸음과 약속 시간에 늦을 까 봐 빨리 걷는 걸음, 주위를 둘러보며 걷는 걸음과 목적지만을 바라보며 열심히 걷는 모습, 산을 오를 때 보면 땅바닥만 보는지, 앞만 보는지, 주위 풍광을 보고 걷는지 다양한 걷는 모습들을 본다.
걷는 사람들의 복장 또한 다양하다.
계절 따라 복장은 다양하다. 모자를 쓰기도 하고 장갑을 끼기도 한다. 신발 또한 얼마나 다양한지 .. 슬리퍼에서 운동화 트레킹 화, 등산화, 사무실에서 나오셨는지 구두와 힐 있는 신발로 산책을 하니 ...
걷고 있는 분들의 모습 또한 다양하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혼자 걷기도 하고, 이어폰을 끼고 무언가를 들으면서 걷기도 하고, 노래를 부르면서 걷기도 하고, 이야기를 하면서 걷기도 하고, 팔짱을 끼고 걷기도 하고, 심각한 표정으로 걷기도 하고, 얼굴에 웃음 가득한 미소로 걷기도 한다.
요즘은 애완견과 함께 걷는 분들도 자주 보인다.
나는 점심시간에 동천강변을 한 시간 정도 걷는다, 4년이 지난 지금 계산해보면
대략 5km(하루) X 15일(월) X 12개월 X 4년 하면 3600km 가 된다.
그동안 난 무엇을 보았고 느꼈고 무슨 사색을 했던가? 무슨 유익이 있었던가?
먼저 건강이 좋아졌다. 4-5kg의 체중이 줄었고 건강을 잘 유지하고 있다.
여러 번의 글들을 쓰는 소재를 얻었다. 사 계절의 변화를 도시 안에서도 느낄 수가 있었다. 최근에는 환경을 생각하며 쓰레기들을 줍는 선행도 한다. 걷다 보면 생각이 정리가 되고 심리적인 안정감을 얻는다. 특히 평생의 들었던 클래식 음악 보다 더 많은 음악을 KBS콩 앱을 통해 음악을 들을 수 있었다. 읽어주는 성경 앱을 통해 일독 이상 할 수 있었다.
언제까지 걸을 수 있을까? 인간이 걷지 못하는 순간 삶의 질은 떨어지고, 영원히 누워있어야 하는 죽음의 순간이 다가올 것이다.
난 오늘도 걷는다. 핸드폰의 앱은 오늘 걷는 걸음의 횟수를 알려준다. 최소 하루에 6천에서 만보를 걸어야 좋다고 하는데, 만보 걷기가 결코 쉽지가 않다. 인간의 게으름은 앉자 있고 누워 있기를 좋아한다. 건물 밖으로 나가기보다 집이나 사무실에만 있기를 좋아하고, 누군가를 만나도 걷기 보다는 카페에 앉아 이야기하기를 좋아하지만,
과거에는 연인과 데이트를 해도 걷는 낭만이 있었다. 수많은 꽃들이 피어있는 길이나, 코스모스 흔들리는 길, 화려한 단풍이 물들은 길, 잔잔한 호숫가 ...
인간의 걸음에 대한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건강하다면 죽는 날까지 걷고 또 걸을 것이다. 걸으면서 생각하고 그 생각 또한 미세한 거리에서 저 우주까지 상상의 나래를 펴고 나아가며, 수많은 철학과 심오한 깨달음도 있을 터. 나는 걷기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