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로키와 엘로우나이프 오로라를 보고
기행문
캐나다 로키와 엘로우나이프 오로라를 보고
동천동강병원 흉부외과 박상섭
코로나19가 조금 잠잠해지자 해외여행의 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지난 봄 존경하는 목사님으로부터 여행에 대한 문의가 들어 왔다. 추석 연휴를 포함하여 캐나다 로키와 엘로우나이프에서 오로라를 보러가는 여행에 동참하기를 원하는 가하는 전화였다. 두 번도 생각할 것 없이 가겠다고 말씀을 드렸다. 5년 전 캐나다 밴프에서 약 열흘 간 여행하며 보고 느꼈던 감동이 되살아났다. 그 때는 10월이라 가을의 끝자락의 단풍과 첫 눈을 보았던 시기였다.
9월 2일부터 9월 16일 까지 현지 선교사님 가정과 한국에서 5가정이 함께하는 오로라 여행이 시작되었다.
먼저 캐나다 항공에 비행기 표를 예약하고 8월 말 부터는 여행을 위한 본격적인 준비를 시작했다. 지난번에는 코로나19가 유행하지 않던 시기에 했던 여행과는 다르게, 이번에는 출. 입국 시 검사와 심사에 여러 가지를 준비해야 했다. 백신접종증명서, arrive CAN 웹 등록, Q-CODE, 입국 전 코로나 검사 등등 준비할 것이 많아졌다. 다행히 출국 전에 들려온 희소식은 외국에서 한국으로 입국할 때 하던 신속항원검사나 PCR 검사가 9월 3일부터 해제되었다는 것이다.
울산에서 전날 비행기로 서울로 가서 딸의 집에서 손자들을 보고, 다음 날 인천 공항으로 향했다. 오후 5시 40분경 이륙하여 11시간을 넘게 비행기를 타고 나서야 벤쿠버 공항에 도착, 부지런히 입국 및 환승 절차를 받고 다시 캘거리로 1시간 20분 정도를 비행하였다. 공항에서 선교사님으로 차로 다시 밴프로 1시간 30분 정도를 이동하여 저녁 어둠이 몰려올 때쯤 밴프 시내 하이 밴프 리조트 숙소에 도착하였다. 거의 하루를 이동하여 숙소에 도착한 셈이다.
피곤에 정신없이 곯아 떨어져 잠을 자고 새벽에 일어나 오하라 호수로 트레킹을 하였다.
카타락 브룩 시내를 지나 후버산(3348m), 위웩시산을 지나 차를 주차장에 주차하고 9km를 걸어서 오하라 호수에 도착했다. 호수를 한 바퀴 돌면서 준비해 간 도시락도 먹고 세븐 베일즈 폭포도 보면서 잔잔한 호수에 반영된 아름다운 모습을 보면서 호수를 한 바퀴 걸어 내려왔다. 빅토리아 산 (3408m) 의 여러 가지 색깔ㄹ고 퇴적층이 형성된 높고 웅장함에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한참을 바라보았다. 하얀 구름이 멋지게 산봉우리를 수 높으면 넘는다.
캐나다 하면 먼저 자연이 머리에 떠오르고, 캐나다 로키산맥의 웅장하고 장엄함과 광대함과 아름다움에 매료된다. 빙하와 만년설에서 녹아내린 물이 만든 에머랄드 호수의 아름다움, 그 잔잔한 호수에 비친 반영,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순간 한 장의 작품이 된다. 어머니의 품과 같은 대자연의 평안함과 여유와 신선함과 장엄함 앞에 탄성만이 터져 나온다.
수십 미터가 넘는 빙하와 3000m이상 되는 고봉의 세월을 가늠할 수 없는 퇴적층을 바라다 보고 있노라면 인간의 왜소함과 시간의 한계를 절감하게 된다.
수십억 년의 지구 역사를 대하는 것 같은 느낌이라고나 할까? 웅장하고 장엄한 대자연 앞에 서 있는 인간의 한계를 보고, 창조주의 위대함을 찬양한다.
캐나다 로키 산맥을 따라 수십 개가 넘는 호수와 폭포들이 산재해 있다. 레이크 루이스, 페이토, 보우, 모레인, 에머럴드 호수 등등
이튿날에는 현지 교회에서 예배를 드렸다. 20여명 모이는 작은 교회였지만 찬양과 말씀 속에 은혜가 넘쳐난다. 숙소에서 소고기 바비큐 파티를 하고, 숙소에서 가까운 존스톤 캐넌 계곡으로 트레킹을 했다. lower fall 도 구경하고 한가롭고 여유로운 시간을 지인들과 이러저런 담소를 나누며 트레킹을 마치고, 밴프에서 유명한 캐스케이드 가든과 스프링 호텔, 100년 가가운 오랜 역사를 지닌 스프링골프장과 영화 촬영지로 유명한 보우폭포, 커피숍에서 차와 담소로 자유 여행의 멋을 누렸다.
다음날에는 니젤 코스의 트레킹을 하였다. 캔들산과 런들산의 멋진 모습을 차창으로 바라보며 먼저 페이토 호수에 들렀다. 곰 발바닥을 닮았다는 호수의 모습과 제주도에 한라산에 군락지로 유명한 구상나무 울창한 숲길을 지나 케이토 호수의 에머럴드 멋진 호수를 감상했다.
다시 중간 중간 비가 내리는 도로를 한참을 차로 달려 나이젤 패스 길에 도착했다. 캐나다 로키의 계곡과 웅장한 산들 사이로 만년설을 바라보면서 걸었다. 편도 11km 가 넘는 코스였다. 산 정상에서 호수를 바라봐야 하는데 동행인들의 연령상 더 전진하지 못하고 고지를 눈앞에 두고 돌아서야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돌아오는 길에 워터 파울 호수를 바라보면 차를 몰았다. 그러나 숙소에서 정 목사님이 손수 요리한 캐나다산 양고기 바비큐로 아쉬움을 달랬다.
아침 일찍 일어나 먼 길을 향해 새벽에 숙소를 나섰다. 새벽의 미명이 밝아 오면서 난생 처음으로 붉게 솟아오르는 해돋이의 멋진 태양을 감상했다. 12명이 승합차 한 대로 편도 2000km 의 대장정을 시작했다. 60~70대 초반 연령대로 대단한 도전이었다.
중간 에드먼트에서 간단하게 아침을 해결하고 또 다시 열심히 차를 몰았다.
중간에 도로를 벗어나 일반 야영지에서 준비해간 도시락으로 점심을 먹고 기운을 차렸다.
가는 도중에 황금 폭포, 알렉산드라 폭포를 보고 잠시 휴식을 취하였다.
그리고 나서 저녁 어두움이 찾아오기 전 숙소인 하이 벨리에 도착했다. 장장 1200km를 달려왔다. 숙박 관계자가 오로라를 그곳에서도 볼 수 잇다는 말에 설레임으로 기다렸다. 그러나 날씨가 흐려지면서 12시가 넘게 기다렸으나 오로라를 보지 못하고 실망감을 안고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날 아침 6시 출발인데, 나만 출발 15분 전에 일어나 부랴부랴 준비하여 출발을 했다.
캐나다에서 가장 긴 강인 메켄지 강을 따라 올라가다가 peetee형 다리를 건너 엘로우나이프로 향했다.
좌우에 자작나무 숲은 수백 km를 올라가도 여전히 이어진다.
장거리 이동 중에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 일행 중 한 분이 제안하여 자작나무 사행시와 오로라 삼행시를 지어 낭송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중간 중간 버팔로가 도로가에 나타나 버팔로를 보낸 즐거움으로 또 나타나기를 기대하며 달리기도 했다.
드디어 800km를 달려 목적지 엘로우 나이프에 도착했다. 오로라는 북위 60도 이상 극지방에서 관찰되기 때문에 밴프에서 북쪽으로 긴 거리를 이동해야만 했다. 장거리 이동을 하면서 캐나다의 속살을 본다. 끝없이 이어지는 광활한 밀밭과 초지, 산이나 구릉 하나 없이 수백 km 이상 좌우로 펼쳐진 끝이 없는 지평선, 수백 km 이상 이어지는 자작나무 숲, 50km를 달려도 곡선도로 하나 없이 북쪽으로 일직선으로 뻗어있는 도로 위에서 난 인생을 생각한다.
이 길을 달려야 목적지 엘로우 나이프가 나오고 그곳에서 오로라를 볼 수 있는 것처럼, 우리 인생도 그렇지 아니한가? 목적지에 이르는 길이 아무리 길이 멀고 단조롭고 무미건조하며 힘들어도 가야하고 그래야 목적하는 바를 이루고 볼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오로라를 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오로라에서 2박을 하러 올라간 여정이었다. 전날 중간 숙박을 하는 곳에서도 오로라를 볼 수 없어 아쉬움이 있었는데, 이날도 자정 까지 하늘은 구름으로 뒤 덥혀서 오로라를 볼 가망성이 희박했다. 그러나 피곤한 몸을 깨워가며 새벽 1시 30분경에 밖으로 나가 하늘을 보니 연기처럼 빠르게 이동하는 구름을 보았다. 처음에 그것이 오로라인지 알지 못하였다. 유튜브에서 보던 오로라는 녹색이나 보라색, 주황색 등이었으나 구름처럼 보이는 것이 오로라라는 것을 처음에는 알아볼 수가 없었다. 그러나 혹시나 하여 스마트 폰으로 찍어 보니 아름다운 녹색의 춤추는 오로라 공주를 볼 수 있었다. 일반적으로 오로라는 극지방에서 볼 수 있고 자정 23:30~02시 사이에서 볼 수 있다고 한다. 감사하게도 약 30분 오로라를 볼 수 있었다. 2시경 오로라는 사라졌다. 다음 날에도 오로라를 기대했지만 하늘은 허락하지 않았다.
오랜만에 늦잠을 잤다. 숙소에서 간단하게 식사를 하고 엘로우나이프 시청사에 들러 방문 인증서를 받고 멋진 빼지도 받아 모자에 달았다. 시내의 old town과 카메론 폭포를 구경하고 휴식을 취하였다.
일행은 왕복 4000km를 이동하여 오로라를 눈으로 생생하게 보고 올 수 있었다. 현지에 가도 다 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 그 먼 거리를 가서 아쉽게도 보지 못하고 오는 사람도 많다고 하는데, 다행스럽게도 30분 동안 오로라를 볼 수 있는 행운이 우리에게 주어졌다. 그 오로라의 아름다움과 창조의 신비로움 앞에서 일행은 <참 아름다워라>라는 찬송가 478장을 개사하여 찬양을 올려 드렸다.
오로라를 볼 수 있었다는 안도감과 행복과 즐거움으로 또 2000km를 차로 이동하는데도 피곤하지 않았다. 오고가는 도로에서 버팔로 가족들을 20-30마리나 보았고 검은 흑곰 새끼, 사슴, 엘크 등을 볼 수 있어 차를 세우고 연신 폰으로 사진을 찍었다.
이번에는 피스 리버 호텔에서 1박을 하고 내려왔다.
보스톤 피자집에서 맛있는 식사가 기억이 나고 이번 여행에서 가장 좋은 숙소였다.
광활한 대지와 여러 대의 트렉터로 추수하는 밀밭, 방목하는 말, 소, 양을 보고 오다보니 어느 듯 밴프에 도착했다.
시내에서 맛있는 저녁 만찬으로 긴 오로라 여정을 마무리했다.
세 가정은 남아 며칠 더 밴프 주위의 호수들, 모레인, 레이크 루이스, 허버트, 에머럴드 호수 등을 구경하고 파커리치 트레일, 콜롬비아 아이스필드 등을 돌아보고 돌아왔지만 정 목사님가정과 우리 가정은 직장 문제로 추석연휴가 끝나는 날 귀국을 하였다.
다음 날 새벽 6시 다시 차로 캘거리 공항에 도착하여 비행기로 밴쿠버 그리고 인천공항, 공항철도로 서울역, KTX로 울산, 택시로 집에 도착하니 저녁 11시가 되었다. 거의 하루를 이동하여 편안한 내 집에 도착할 수 있었으니 눈꺼풀을 들어올리기도 힘들었다.
다음 날 출근하여 정신없이 진료하다가 점신 시간에 보건소에서 코로나19 PCR 검사를 하고 모든 일정을 마무리 할 수 있었다.
많은 이들의 버킷 리스트에 올라와 있는 오로라 보기, 난 생각지도 않은 지인의 초대에 응하여 감사하게도 춤추는 환상적인 오로라를 직접 눈으로 볼 수 있어 행복했다. 건강하고 안전하게 그리고 매 순간 좋은 일행들과 즐겁게 시간들을 보낼 수 있어서 감사했다.
또한 캐나다 로키 산맥의 장엄함과 빙하의 수억 년의 세월 앞에서 그리고 왕복 4000km를 차로 이동하며 광활한 대지와 자작나무 숲을 보면서 자신을 돌아보는 귀한 시간이었다.
지난 2년 동안 나를 힘들게 하던 문제에 답을 얻고 돌아오는 감사한 여행이었다. 여행이 주는 많은 유익들이 있지만 살아갈 남은 날 동안 잊지 못할 여행이 될 것 같고 긴 인생의 여정 가운데 앞으로는 흔들리지 않을 믿음을 선물 받은 것 같아 감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