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글쓰기

바람 앞에 등불 같은 인생

톨레 네움 에트 톨레 데움 2023. 2. 8. 09:14

어제는 옆방에서 근무하던 외과 과장(향년 45세)이 갑작스럽게 사망했다.

고인과 인연은 수년 전에 내가 출석하는 교회에 두 부부가 등록하면서다.

부인이 제니스병원에 외과 의사로 근무하면서 병원장인 정** 안수집사의 

인도로 출석을 하기 시작했고 고인은 타의료기관에 근무하고 있었다.

이후 인공수정으로 임신을 하였으나 임신 4개월 경 유산 위험성이 있어서

출산 때가지 절대 안정을 위해 입원하였고, 다행히 조산이지만 건강한

딸 상둥이를 분만하게 되었다.

이 시기에 교회가 중보기도로 함게하였고,  본인들도 하나님의 은혜를 경험했었다.

 

코로나 이후로 교회에 출석을 하지 않았고,

부인은 개원을 하고, 남편은 이직을 하여 연락이 없다가

지난 해 12월 내가 근무하는 병원에 외과 공석이 되면서 같이 근무를 하기 시작했다.   

열심히 근무하고 있었는데, 어제 부인이 개원한 병원에서 갑작스럽게 사망했다.

부검 결과는 LAD의 선천성 기형 외에는 특이 소견이 없어 장례는 정상적으로 치루게 되었다.

사망 원인은 불분명하다. 들리는 이야기로는 화장실에 2시간 정도 있었고

쓰러기 장소에 많은 구토물이 있었다고 한다. ????

큰 지병도 없었고 특별한 약물 복용도 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 

어찌되었던 황망하다는 말 밖에는 다른 말이 생각나지 않는다.  

 

지난 달에는 교회 등록 2주 만에 사망한 세가족으로 허탈했던 기억이 채 가시지도 않았다.

그는 넝마주의 아버지 밑에서 태어나 가난과 고난의 삶을 살았고 

당뇨 합병증으로 시력 장애가 생기고 신부전으로 투석을 하는 고달픈 인생길이었다.

오래 떠나잇던 교회를 다시 출석하고 등록한다는 것 때문에

행복해하고 가슴 셀랬다고 하던 분이

두 주만에 갑자기 죽음을 맞이하고 말았다. 

 

지난 토요일에는 이전 근무하던 병원의 전 병원장이 췌장암으로 진단되고 

수술이 불가능한 간 전이 등이 있어 항암치료를 하는 상태라고 한다.

그는 나보다 한 살 아래고,  같이 병원에 입사 했었다. 

딸의 결혼식을 앞두고 있고, 은퇴 후제주도에서 살겠다고 땅이 구입해 두었단다.

병원장이 되고 나서 코로나로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고

조절이 잘 되지 않은 당뇨병으로 힘들어 했었다.

 

연초 부터 주변 인물들의 안타까운 소식들로 마음이 무겁고 착찹하다. 

인생이란 이렇게 연약한 것이다. 참 허무하다. 

이럴 때면 솔로몬의 고백이 진지하게 다가온다. 모든 것이 헛되고 헛되다.

바람 앞에 등불 같다. 바람 한 번 불면 훅 꺼져버리는 등불과도 같다. 

그런 인생들이 오늘도 무슨 생각을 하고 살아가는가?

장래의 거창한 계획들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오늘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지도 모르는, 정말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인간들이

자신에게는 아무런 위험도, 죽음도 없을 것으로 확신하며 살아간다.

아니 알면서도 외면하는 것인가? 

그렇게 아침에 일어나 찬 공기를 가르며 출근을 한다. 

'밤새 안녕하셨습니까?' 라는 인사를 한 적이 있었다. 

사람이 자다가도 죽을 수 있다. 출근 중에 교통사고로 죽을 수 있다. 

불의의 사고로 일하다가 추락하여 죽을 수 있고, 배가 뒤집혀 죽을 수도 있다. 

삶과 죽음의 갈림길이 찰라와도 같이 느껴진다. 

 

그래서 오늘 , 현재, 지금 이 순간이 중요하다. 

아무리 인간이 망각의 동물이라 하지만 우리는 너무 이 진리를 쉽게 잊고 살아간다.

과거의 영광도 다 부질없다.

미래의 계획도 오늘 죽는다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은퇴 후의 거창한 계획들이 무슨 의미가 있느냔 말이다.

인생은 하루 하루의 삶이 이어진 것이다. 

오늘 이 시간, 지금 만나는 사람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이 일들이 가장 중요하다.

그리고 감사하며, 기쁘고 행복하게, 열심히 사는 것이

최고의 가치이고 최고의 행복이며, 최선의 삶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