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글쓰기

병원 호출

톨레 네움 에트 톨레 데움 2023. 6. 28. 09:11

모처럼 만에 병동에[ 전화가 걸려왔다.

잠결에 휴대폰을 받는데  교통사고로 인한 단순 타박상&찰과상 환자인데

전신 발작성 경련과 혈압 200mmHg이상이라고 다급한 목소리로 보고한다.

응급의학과 선생에게 연락하고 응급실로 환자를 내렸다.

 그냥 기다리기에는 염려가 되어 옷을 입고 차를 몰고 병원으로 향했다. 

모처럼 새벽을 가르며 응급실로 향한다.

젊은 시절에는 하루가 멀다하고 응급실과 병동 콜을 받았었는데

이제는 그런 중환자들이 별로 없는 곳에 근무하다보니 콜 받을 일이 많이 줄었다.  

 

응급실에 들어서자 환자는 brain CT를 촬영하러 CT실로 간 상태였다.

발작은 진정이 되었고 의식이 돌아왔고 혈압고 많이 안정된 상태였다.

아직 의식이 명료하지 않아서 좀더 지켜보고 CT촬영을 하기로 하고

응급실에서 EKG모니터링, 산소흡입 등으로 closed observation 하기로 하고 귀가했다.

 

돌아오는 길에 극동방송에서 들려오는 설교에 차를 멈추고 청취를 했다. 

[당연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내용이다. 

아마도 본문은 모세와 아론에게 반기를 든 르우벤 자손의 고라 일당의 이야기인 것 같다.

장로직분을 처음 직분을 받을 때는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감당하지만

언제부터인지 장로로 불리는 것이 당연하게 생각하고 매너리즘에 빠져 

초심을 잃고 게을러지고 나태해진다.

최근 1-2년 전에 내가 경험했던 상황이다.

캐나다 로키에서 하나님의 음성이 나를 새롭게 하고 회복케하신 것을 기억한다.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초심을 유지하며 죽는 날까지 주께 신실하게 충성하리라 다짐해본다. 

 

집에 도착하여 아침 말씀 묵상을 하고 출근 준비를 하는데 또다시 휴재폰이 울린다.

다시 병동으로 올라오는 뒤 또 발작을 일으켜 응급처치를 하고 중환자실로 내려야갔다고 보고한다.

그렇게하라고 지시하는데 잠시 후 중환자실에서 휴대폰이 울린다.

또 발작이 있었다는 보고다.

서둘러 출근 준비를 하고 병원으로 운전해 갔다.

 

도중에 반대편 차선에 차가 없는데 새 한마리가 한 자리에서 이리저리 도로에 가깝게 날고 있다.

유심히 보니 작은 나방을 잡아 먹기 위해 먹이 사냥 중이었다.

나방은 필사적으로 피하고 있고, 새는 잡아 먹기 위해 나방을 열심히 쫓고 있는 중이었다. 

뒤돌아 보니 새와 나방이 보이지 않는다. 아마도 나방은 새의 입으로 들어가고 말았나보다.

'일찍 일어난 새가 벌레를 잡아 먹는다.'는 경구가 떠오른다.  

이른 아침부터 작은 생물들도  생존전쟁이 벌어지고,

병동에서는 전신 발작성으로 환자가 힘들어하고

의료진은 긴장하며 환자를 돌보고 있다. 

 

새벽부터 삶과 죽음, 질병과 치료의 분주함과 처절함을 경험하는 하루의 시작이다. 

모처럼 새벽부터 휴대폰에서 병원 호출이 있었다.

며칠 전 앝타까운 고 주석종 흉부외과 의사의 죽음 소식을 접했다.

그날도 병원 호출을 받고 자전거로 병원으로 향하다가 트럭에 치여 사망했다. 

정말 안타까운 죽음이다.

그 죽음은 고인의 죽음 외에도, 앞으로 고인을 통해 생명을 구할 수 있을

수많은 사람의 생명까지도 함께 죽게 만든 사고이다. 

흉부외과 의사들은 늘 이런 호출에 긴장하고 대비하고 그렇게 생활해야 하는

숙명을 선택한 의사들이다.

나도 수없이 호출을 받고 응급실로, 병동으로, 중환자실로 뛰어다니던 시절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고인의 죽음에 깊은 존경을 담아 깊은 애도를 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