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따나려 한다.
어제 밤 세찬 바람이 불더니
아침에 바라본 뒷산은 눈에 띄게 변했다.
며칠 전만 해도 푸르던 나무들이 누렇게 물들어가기 시작했다.
출근하며 바라본 거리에는
은색 억새꽃이 눈부시게 아름답게 흔들린다.
노란 은행나무 낙엽들은 도로에 수북히 쌓여 있다.
회진하고 내려오다 바라보는 동천강이
창문 너머로 펼쳐진 한 폭의 수채화 되어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마르지 않고 굽이치며 유유히 흐르는 강물과 모래톱에
언제 부턴지 철새들이 날아와 자리를 잡았다.
가로수들은 오색으로 물들어 가고 내년을 기약한다.
양쪽 강둑으로 억새가 가운데 배경을 가득 채워주고
멀리 산들도 푸른 옷 대신 갈색과 황색 옷으로 갈아입었다.
푸른 하늘이 여백을 채우는 멋진 그림이다.
잠시 계단에 서서 감상한다.
2023년 가을이 이렇게 떠나려 한다.
참 세월이 너무나도 빨리 흘러간다.
피부로 느껴질 정도로 속도감을 느낀다.
얼마나 살 수 있을까?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적음에 서글퍼진다.
남은 시간을 아껴가며 최선을 다해 살아가야지 다짐해 본다.
수 많은 만남에도 미련없이, 후회없이 좋은 기억과 추억만을 남기고 싶다.
그리고 오래 오래 기억하고 싶다.
박 노해의 [너의 하늘을 보아] 중에서
귀한 건 시간이어서
짧은 가을 생을 길게 살기로 해서
물들어 가는
가을 나무들처럼
더 많이 비워내고
더 깊이 성숙하고
내 인생의 결정적인 단 하나를 품고
영원의 시간을 걸어가는
짧은 가을 날의
긴 마음 하나
"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되는 순간조차
우리 모두에게는 자신만의 하늘이 있다."
[가을도 깊어] 나태주
어느새 이렇게 되었나!
마당에 나와 햇볕을 쬐는 것이
싫지 않은 때
꽃밭 귀퉁이에 앉아 본다.
키 큰 나무 옆에도 서 본다.
꽃밭은 가을도 깊어
무너지는 꽃밭이다.
나무들도 가을이 깊어
이파리 떨구며 초라한 나무들이다.
멀리 있는 네가 더 가깝고
좋다는 생각을 해 본다.
그러한 내가 조금도
싫지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