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백산 등산
2024년을 시작하고 하루도 휴식이 없이 분주한 나날이었다.
특새로 시작한 첫 주간, 토요일마다 근무,
신년 성찬식과 준비, 진료와 수술, 성경공부
신혜 가족들의 방문, 아내의 서울 출타....
내일은 작심하고 소백산 등반에 동참하기로 했다.
아내는 서울에서 내려오다가 발가락 부상을 입었는데 잘 걸을 수 있을런지 모르겠다.
눈덮힌 산을 오르는 것이 처음이라 단단히 준비한다.
최근에 등산 중에 이렇게 조금은 기대되고 셀렌 적이 있었나 싶다.
약 3시간 가까운 운전과 4시간 정도의 산행 그리고 다시 3시간 정도 운전을 해야 한다.
중간 식사 시간들을 포함하면 약 12시간의 일정이다.
소백산 눈꽃 축제가 유명하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산이다.
언젠가 한 번은 가보고 싶었는데 교회 동아리에서 간다기에 동참했다.
연말 연초의 긴장과 분주함을 내려놓고 스트레스 해소도 할 겸 해서 산행을 하기로 했다.
후회없는 삶, 걸을 수 있을때 산에 오를만한 체력이 허락될 때
미루지 말고 주저함 없이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최근에 나의 생각과 행동에서 변화된 것이 있다면 이런 모습이다.
죽음이 언제 나를 찾아올 지 모른다는 생각이 변화의 주 원인이었다.
할 수 있을 때 하고, 먹고 싶을 때 먹고, 가고 싶을 때 가고
사주고 싶을 때 밥 한그릇이라도 사주고, 나눌 수 있을 때 나누고 사는 것이다.
행복은 사소한 일상에서 느끼기도 하지만 이런 작은 변화와 행동에서도 느낄 수 있다.
즐겁고 행복한 산행이 되기를 기대한다.
안전 운전, 교통법규 잘 지키기, 방어 운전, 눈길 운전 ....
눈길이고 낮지 않은 산이라 다치지 않고 무사히 산행을 다녀오기를 기도한다.
그러고보니 울산을 벗어나 오른 산이라고는 울산바위, 한라산, 무등산, 오봉산이 전부이다.
퇴직하면 아내와 차를 몰고 전국의 명산을 둘러보겠다는 생각도 해봤지만
아내의 무릎 상태가 허락하지 않을 것 같다.
하나님이 창조하신 아름다운 자연의 설경에 푹 안기고 싶다.
설산의 아름다음에 나의 더럽고 시커먼 것들을 파묵고 싶다.
소풍을 기다리는 어린 아이의 심정으로 글을 쓴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작은 설레임이 있다.
나이들수록 이런 감정은 경험하기가 싶지 않다.
만사가 무더덤해지고, 그저 그런 느낌으로 다가올 때가 많다.
풍경도, 음식도, 재미도, 만남도, 운동도 그렇다.
나이 든다는 것이 단순히 나이가 많아지고 육체가 쇠약해지는 것만이 아니다.
마음도, 열정도, 의욕도, 욕심도, 욕망도 식어지고 줄어들며 사라져간다.
이런 것이 늙는다는 것인가?
마음은 40대 중년인 것 같고 외모도 50대 인 것 같은데 ...
지금 바깥 날씨는 흐리고 무언가 내릴 것만 같다.
어릴 적 고향은 눈이 많이 내리던 산골이었다.
지리산 끝자락이라 겨울이면 눈 내리는 날이 많았고 많은 눈이 내리기도 했다.
초가 지붕 마루 까지 눈이 쌓이고
아침이면 대문까지 눈을 쓸어 길을 내고, 리어카에 실어서 하천에 실어 내다버리곤 했다.
고샅길은 얼어 빙판이 되면 오르막길은 미그러워 뒤로 벌러덩 넘어지기도 하고.
비료 비닐 포대를 깔고 앉아 미끄럼을 타기도 했다.
처마 밑 고드름은 주렁주렁 열려서 친구들과 칼싸움도 하고
고드름은 아이스께끼처럼 빨아 먹기도 했다.
해가 뜨면 고드름이 녹아 낙수 물이 흙 바닥에 구멍을 내며 실개천을 만들어 흘러가는 모습을
마루에 누워 한참을 바라보기도 했었다.
이제는 눈이 없는 도시에 살아온지도 30년이 넘는다.
아니 부산까지 합하면 45년이나 되었다.
함박눈이 펑펑 내리던 날을 그리워한다.
방 안에서 문에 달린 작은 손바닥만한 유리를 통해 바라보던 눈내리는 바같 풍경
온 들과 동네와 산이 하얀케 뒤덮혀 온통 눈만 보이던 풍경을 추억한다.
눈이 그치고 아침에 일어나 아무도 지나가기 않은 눈길을 밟으면
뽀드득하며 나는 소리가 얼마나 듣기 좋았던지...
나이가 들어 동심은 식었지만
기억을 통해 먼 옛날 50년도 더 훌쩍 지난 어린 시절로 뒤돌아가 본다.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어 산행을 간다.
그때 내리던 눈과 지금 내리던 눈은 다르지 않다.
아니 조금은 다르다.
요즘 많은 미세 먼지 등으로 오염된 눈과
오염되지 않아 한 움큼 손으로 움켜 쥐고 먹었던 눈이 아니다.
그래도 인간의 눈에는 그냥 흰 눈이다.
하나님은 참 위대한 분이시다.
이렇게 아름다운 눈을 우리에게 선물로 주셨으니 말이다.
하나님께 감사의 찬송을 불러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