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레 네움 에트 톨레 데움 2024. 2. 28. 10:29

보이는 적은 무섭지 않다.

보이지 않은 적이 더 무서운 법이다.

코로나19 팬테믹을 거치면서 바이러스의 위력 앞에 온 세계가 벌벌 떨었다.

지금은 잠잠해졌다 싶었는데

요 며칠 감기와 몸살에 죽을 맛이다.

 

온 몸이 아프다. 입맛은 없고 음식들이 다 쓰다.

목은 따갑고 붓고, 콧물과 누런 가래 덩어리가 나오고

목에서 잘 떨어지지 않아서 뱉어내려고 몸부림을 친다.

 

오후에 수술을 겨우 마치고 퇴근하여 침대 이불 속으로 기어 들어갔다. 

한 시간을 넘게 자고 난 후 저녁을 먹어야 하는데 입이 쓰다.

라면은 덜할까 싶어 아내에게 라면을 끓여달라고 했다.

그것도 마찬가지.

무슨 맛인지도 모르고 약을 먹기 위해, 허기를 채우기 위해 

쑤셔 넣는다는 표현이 더 적절할 것 같다.

 

무엇에 집중해서 할 수가 없어 T.V(배구 경기)만 넋이 나가듯 멍하니 처다보았다.

다시 침대에 들아가 아침까지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자고 일어나니 몸살 기운은 줄었는데 찐덕찐덕한 가래 덩어리 때문에 

뱉어낸다고 한 참을 기침을 했더니 힘이 빠진다. 

그래도 아침에 아내가 끓여준 갈비탕은 먹고 출근했다.

쓴 입맛은 덜해지고 전반적인 컨디션은 조금 나아진 것 같다. 

 

겨우내내 감기를 앓지 않고 잘 지내왔는데

꽃샘 추위 한 방에 K.O 를 당한 기분이다. 

인간은 한 없이 연약하다.

나이가 들수록 면역력도 떨어지고

살짝만 걸려 넘어져도 뼈가 부러져 병원을 찾는다. 

마음은 청춘 같지만 몸은 노인이다. 

갈수록 주심 또 조심 해야한다는 말만 생각난다.

조심성이 늘어가고 안전 위주의 행동을 하다보니 사고도 더욱 보수적이 되어만 간다.

 

복수초가 피고, 매화가 만발하며 동백꽃도 피었는데 

몸은 겨울에 갇혀있는 기분이다. 

수많은 질병 가운데 가장 흔한 작은 감기 하나에 

이렇게 몸을 허우적거리고 있어 안타깝다. 

 

우중충하던 하늘이 오늘은 청명하다.

2월도 하루 밖에 남지 않았다. 

시기적으로는 겨울의 마지막 날짜만을 남겨두었다. 

봄이 오고 있다. 

봄 기운에 겨울 동장군도 밀려가듯, 감기도 함께 사라져 가기를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