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글쓰기

봄의 향연

톨레 네움 에트 톨레 데움 2024. 4. 1. 09:58

 

운전하는 내 시야에 여러가지 꽃들이 눈에 들어 온다.

목련의 아름 다운 순백의 꽃은 떨어졌다.

차가운 날씨 속에서도 노오란 꽃을 피워내던 산수유와

봄의 전령 같은 매화도 졌다.

대표 가로수가 된 벚나무도 개화 하였다.

앞산과 뒷산에는 연분홍 철쭉과 진달래가 피고

그뿐인가 노란 개나리가 오케스트라의 한 파트를 담당하고 있다. 

노란색 동료, 유채꽃도 피었다.

 

어제 발견했다.

내가 좋아하는 보라색 라일락이 눈에 들어온다. 

아파트  계단 양 옆에 피어 해마다 나에게 기쁨을 선사해주곤 했었다.

달 빛 속에 그윽한 향기 뿜어내면

걸음을 멈추고 그 향기에 취해 한 참을 서 있곤 했었지. 

작년에는 한 그루를 너무  많이 전지하여 올 해는 꽃을 피우지 못했다. 

1 층 주민의 민원 때문이었을까?

봄날의 나의 작은 행복을 빼앗아 버렸다. 

그래도 다행스럽게 왼쪽 한 그루는 가지들이 남아 있어서 꽃을 피워주었다. 

라일락 그윽한 향기를 힘껏 들이킨다.

 

언제부터인가 보라색이 좋다. 

중학교 2학년 때인지 1학년 때인지 기억은 확실하지 않으나

미술 시간에 내 스케치 북에 수채화 풍경화를 그리다가 

붉은 저녁 노을 대신에 보라색으로 저녁 노을을 그려주시던

미술 선생님 때문일까?

선생님의 성함을 기억한다. [이 영]

 

아내를 만날 때 보라색 스커트를 입은 적이 있었던 것을 빼고는.

그 외에는 그다지 많은 인연은 없지만

북 유럽을 여행할 때 보았던  감동적인 보라빛 저녁 노을을 기억한다. 

한국에서만 살았던 나에게 저녁 노을은 붉은 저녁 노을만 알고 있었던 시절에

그때 저녁 노을은 신비스럽게 다가왔었다. 

고정관념이 깨어지던 순간이었다. 

살아가면서 내가 만든 고정 관념들이 얼마나 많을까

 

라일락 꽃이 떨어지면 불청객 황사와 송진 가루가 활개를 칠 것이다.

 

하나님은 참 다양하고 다양한 색상의 꽃들과 자연 만물을 창조하셨다.

신비롭다. 너무나 아름답다.

이런 아름다운 세상에서 살아가도록 허락하신 하나님께 감사하다.

창조주의 능력에 감탄과 존경과 영광을 올려 드린다. 

만약 모든 세상이 무채색으로만 되어 있다면 어떨까?

상상하기도 싫은 끔찍한 세상일 것이다.

빛이 없는 어둠만이 존재하는 세상처럼,

다양한 색상들로 빚어내는 아름다움이 없는 어둡고 단색의 세상이라면 

과연 사람이 살아갈 수 있을까?

 

수중 생물들의 다양한 색깔과 산호들의 영상을 볼 때면 

'아 아름답다!'는 탄성이 저절로 나온다. 

산에 올라 피어 있는 다양한 야생화들을 볼 때면 

아니 태화강 공원에 피어 있는 꽃들만 보아도 감동과 감격하며 행복함이 밀려온다.

 

인간들이 만들어내는 색은 자연의 색을 따라갈 수가 없다.

그래서 우리는 '자연스러움'을 좋아한다.

편하다. 거부감이 없다. 그 자체로 아름답다.

자연은 신의 창조물이다. 

바벨 탑처럼, 신처럼 되려고 노력하고 애쓰지만 결코 도달할 수 없다.

신의 창조 능력을 따라갈 수가 없다. 

 

보라빛 라일락, 라벤다가 물결치는 보라빛 세상

환상적일 것 같다. 

그렇다고 보라빛만 있는 세상에서 살기는 힘들 것이다.

다양성, 그것은 창조 원리였다. 

그리고 그 색만의 고유한 특별함, 독특함,아름다움이 존재하게 하셨다.

사람을 포함한 모든 피조물이 다 그렇다.

 

봄 꽃의 향연이 펼쳐지는 봄 한가운데에서 

봄을 묵상하는 아침이다. 

봄은 먼물이 소생하고 약동하는 계절이고 

푸르름이 온 산하를 채색하기 시작하는 계절이지만

화산한 꽃이 있어서 더 아름다운 계절이다.

 

내 인생은 어떤 꽃을 닮았을까?

그러고보니 진정 내가 어떤 꽃을 제일 좋아하는지 잘 모르겠다.

딱히 싫어하는 꽃도 없고, 꽃은 그냥 다 좋다. 

이름도 모르는 꽃도 수두룩하여 내가 아는 꽃 종류가 몇이나 될까 싶다. 

 

시간적 여유가 없어서 꽃구경을 가지는 못하지만

오고 가며 보이는 꽃만으로도 이렇게 행복한데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내 정서가 마르지 않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