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1.17 월요일
출근길에 바라보는 풍경은 가을의 깊어짐을 실감나게 한다.
단풍으로 물들어진 가로수에서부터 앙상한 가지만 남아 있는 나무까지
도로에는 이미 떨어진 낙엽들이 수북하고 바람에 나뒹굴고 있다.
아침 햇살에 반짝이는 강물과 은빛 억새가 눈부시게 아름답다.
어느 때보다 많은 외가리와 철새들이 모래톱에 무리지어 아침을 맞는다.
주차장 나서는 길에는 은행나무와 도로와 보도블럭이 온통 다 노랗다.
만추.
올 해 가을도 이렇게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어제는 추수감사절로 보냈다.
여러가지 일들이 2025년을 장식했다.
어느 한 해도 그냥 지나가는 해가 없다.
심한 영적 침체도, 딸의 수술도 있었다.
아내 말처럼 늘 위태 위태한 것이 인생인가 보다
그럼에도 잘 통과하게 하시고 오늘 이렇게 하나님을 예배하는 자리에 있는 것이 은혜이다.
잎사귀는 떨어지면 또 새롭게 나올 것이다.
살기 위해 떨어지는 것이 낙엽이기 때문이다.
우리 인생도 하나 둘씩 떨어내야 할 것들이 있다.
단촐하게 살아야 한다. 단순해져야 한다.
요즘은 simple life를 강조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자연은 원래 단순하다. 그것이 진리이다.
인간들이 너무나 복잡하게 만들어 버렸다.
그 복잡함 속에 매몰되어 정신없이 살아간다.
죽음이 끝이 아니고 새롭게 태어남의 과정이라면
이 땅의 순례길이 끝이 아니라 영원한 나라에로의 시작이라면
떨어지고 비워지고 없어져 가는 것에 지나친 미련 갖지 말자.
주어진 것들에 감사하고
어떤 모습으로든 광야를 지나고, 긴 터널을 통과했다면
감사하고 또 감사할 일이다.
장미꽃 가시에도 감사하자고 노래하지 않았던가
주신 것도 거두시는 것도 하나님이시라고 욥이 고백하지 않았던가
이 땅의 것들에 지나치게 집착하고 미련 갖지 말자.
세상의 모든 것들은 육신의 정욕, 안목의 정욕, 이생의 자랑이라고, 그것은 세상에 속한 것이라고
그곳에는 하나님의 사랑이 없으며, 하나님에게 속한 것이 아니라고 요한이 말하지 않았던가
배가 지난 바다에는 흔적이 남아 있지 않다.
수많은 인간들이 살다간 이 땅에 나의 흔적이 남아 있겠는가
어제도 한 시간 넘게 걸었지만 국화 향기도 나의 발자국도 남아 있지 않다.
그런 나그네 길 위에 집착하지 말자. 아웅다웅하며 살지 말자.
오늘 하루 주어진 환경에 감사하고 만족하며 행복하게 살자.
그러나 아무 생각없이 대충 대충 사는 것이 아니라 목적을 가지고 주어진 시간을 알차게 살자
뒤죽박죽이 아니라 우선순위를 정해놓고 살자
가는 세월 앞에서 겸허한 자세로 살아가자.
만추.
가을이 가득찬 시기이다.
결실, 속이 꽉 찬 열매가 기대되는 계절이다.
이제 60 중반에 들어서면서 나의 인생은 어떤 모습일까?
가득하여 넘치고 있는가? 얼만큼 채워졌을까? 어느 정도 차야 되는 것인가?
그리스도의 장성한 분량에 이르기까지...
저 국화향처럼 멀리까지 향기를 날려보내고 있는가?
가던 발걸음 멈추고 코를 들이대는 사람들에게
진한 향기를 발산하는 저 노란 국화처럼 살고 있는가?
남은 인생이 얼마나 될까?
누군가에게 자주하는 나의 핀잔 소리가 하나 있다.
'이 편한 세상이 뭐 그리 좋다고 오래 살라고 발버둥치냐고
저 좋은 세상 빨리 가기를 소망하지 않고 ....'
과연 나의 진심인가....
만추의 하루가 소중하다.
오늘 자판을 두둘기는 이 시간도 삶의 남은 조각들이 떨어져 가는 시간들이다.
소중한 시간들을 모듬어 안고 살아가리라.
바람에 뒹구는 낙엽이 아니라 누군가의 책갈피에 끼워진 고운 낙엽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