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글모음

가을인가 보다

톨레 메움 에트 톨레 데움 2025. 11. 7. 10:41

2025.11.7. 금요일

 

오늘은 금요일, 이번 주도 마지막 출근이다.

올 해도 두달이 채 남지 않았고 가을 한 복판을 지나고 있다.

주차장을 나서면 병원으로 향하는 도로에는 은행나무가 심겨져 있다.

지난 주와는 확연히 다르게 은행잎들이 노랗게 물들어가고 있다.

 

어제 아내와 저녁을 먹고 태화강 국가정원을 걸었다.

어둠 속에서 은은히 코를 자극하는 국화 향기에 취했다. 

만개한 국화 꽃길을 걸으며 가을의 정취를 만끽했다.

 

느티나무는 단풍이 들어 조명을 받아 붉게 빛나고,

은빛 갈대들은 보름달 달빛을 받아 은은하게 빛난다.

 

가을 장마로 단풍이 곱게 물들지 않았지만 세월은 어쩔 수 없나보다.

동천강변 벚나무 잎사귀들은 단풍도 아닌 것이 색만 바래지고 생명감을 잃어가고 있다.  

바닥에 나뒹구는 낙엽들이 눈에 뛰게 많아졌다.

변함없이 잔잔하게 흐르는 강물과 징검다리와 보를 넘는 모습은 언제나 봐도 정겹다. 

 

모래톱에 무리지어 앉아 졸고 있는 오리들, 철새들이 여유와 한가로움을 전해준다. 

새들을 보면 문득 쓰처가는 생각이 있다.

저 새들은 집이 없다. 내일 음식을 저장하지 않는다.

어디서 태어나고 어디서 살다가 어떻게 죽는지 죽은 사체는 어떻게 되는지 모른다. 

커다란 진리를 터득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외다리로 물위에 무심히 서 있는 저 외가리.

그는 무심무상의 도를 터득한 도인 같기도 하고 ....

한가롭게 여유를 즐기는 저 새들과

수많은 근심 걱정에 잠시도 여유를 누리지 못하고 분주히 움직이는 인간 군상들이 대비되어 다가온다.

                                                        

바람에 흔들리는 강변의 억새들이 운동하는 나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아무리 게센 바람에도 쓰러지지 않는 저들이 아니던가. 다만 흔들릴 뿐이다.

 

가을의 한 복판에서 어제는 나이듦에 대한 글들을 읽었다.

중년도 넘어 노년으로 접어드는 나이이다.

누군가는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라고 하였다.

바바리 깃 세우고 목도리 하나 두르고 낙엽이 수북히 쌓인 거리를 걷는 모습

진한 커피 한 잔을 앞에 두고 클래식 음악 들으며 인생을 곱씹는 모습

하나 둘씩 곁을 떠나는 인연들, 마지막 인생의 종착역을 향하는 발걸음 

살아온 인생을 뒤돌아 보며 나름 평가를 해보는 시기

백세 시대에 남은 인생의 제2막을 위해 잘 준비해야 하는 시기

직장 은퇴를 앞두고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 지 고민하는 시기  

..............

가을인가 보다.

 

나는 지금 60대 중반을 지나면서 인생을 잘 살고 있는가 자문해 본다.

은퇴 후 전원 생활을 하면서 정원을 가꾸고 여행이나 다니며                                             

맛있는 음식 먹고, 친구들과 어울려 담소나 나누는 삶이 정말 원하고 멋지고 아름다운 삶인가?

아직 나는 그럴 마음이 없다.

아직은 계속 일하고 싶다는 욕망이 크다. 아니 그래야만 할 현실적인 상황도 있다.

그렇다면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하는가

병원이 허락하면 은퇴 후 촉탁으로 계속 이곳에서 일할 것인가?

아니면 요양병원으로 직장을 옮겨야 한다.

옮긴다면 딸이 있는 수도권으로 이사를 하고 싶다.

기도 제목이다. 여호와 이레 하나님의 선하신 인도하심을 기대한다. 

 

여러가지 생각들이 스쳐 지나간다.

아내는 집의 살림살이를 하나씩 정리하고 간소해 나가고 있다.

움켜지고 있기 보다 손을 펴 나누고 흘러 보내야 하는 시기이다.

이제는 이 땅의 미련보다 하늘나라에 대한 소망으로 준비하며 살아야 할 시기이다.

성숙, 결실, 정리정돈, 떠남이라는 단어들이 자주 생각난다.

 

진정  멋지고 아름답게 그리고 지혜롭게 나이 듦은 어떤 모습일까?

좋은 글들을 읽으면서 잘 준비하고 싶다.

이 가을도 아름다운 추억으로 멋지게 써내려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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