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진료를 마치고 부지런히 병원 문을 나선다.
횡단보도를 건너자마자 도로변에 심겨진 벛나무에서 벚꽃이 우수수 휘날린다.
머리에 제일 먼저 떠오른 문구가 "꽃비가 내리고" 였다.
바람에 분홍빛 꽃비가 하염없이 내리고 바닥은 연분홍빛 꽃길이 된다.
며칠 전 꽃몽오리가 보이고 피기 시작하더니
금방 활짝 피어서 강변을 화사하게 수놓더니
벌써 꽃잎이 꽃비되어 내리고 있다.
유난히도 이번 봄은 꽃들이 단계적으로 피어나지 않고
동시다발적으로 피어나는 것 같다.
산수유와 매화 소식이 들리더니, 벛꽃과 개나리가 피어나고
아파트 화단에는 보라빛 라일락도 피었다.
봄꽃들을 다 구경하고 즐기지도 못했는데
벌써 떠나려 한다.
송장로님 전원 주택에는 살구나무 꽃과 수선화가 참 아름답게 피었었다.
도로변에는 아직 이팝나무는 피어나지 않았지만 그곳에는 피어서
강권사님이 하얀 이팝나무, 흰 살구나무 꽃가지들,
붉은 매화 가지와, 노란 수선화 가지들을 잘라
화병에 꽃아 주셨다.
며칠 동안 우리집 식탁을 아름답게 비추어 주었었다.
아직은 꽃비를 보고 아름답다는 마음이 드는 것은
가는 발걸음을 멈추고 바라보며 감상하는 것은
나의 정서가 그리 매마르지는 않았나 보다.
천상병 시인이 하나님은 푸른색을 좋아하셔나 보다라고 노래 하셨단다.
푸른색은 생명의 색이다.
꽃잎들이 꽃비되어 내리고 나면
이제 새싹들이 올라오면서 나무는 푸른 옷으로 갈아입을 것이다.
더불어 온 산하도 푸른 색으로 변해가고
연약한 연두색은 점점 강인한 푸른색으로 짙어져 갈 것이다.
오늘도같은 길을 따라 걷기운동을 하지만
꽃비 내리는 길을 걸어서 행복하고
생명력 넘치는 푸른빛이 눈을 마음을 시원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