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글모음

부탁합니다.

톨레 메움 에트 톨레 데움 2025. 8. 22. 10:25

2025.8.22.금요일

 

평소보다 일찍 출근 중이었다.

운전 중에 아내로부터 전화가 걸려와 블루투스로 통화를 했다.

이전 교회에 알던 지인의 아들이 축구하다가 무릎 부상을 당했다고 한다.

연고지 근처 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MRI상 무릎 관절의 전방십자인대 파열이라는 진단을 받았는데

무릎 수술에  권위가 있는 본원 J 과장님에게 진료를 받고 싶다는 것이다.

 

지인은 장성하여 현대중공업에 근무하고, 부모들은 스페인 여행? 중이란다.

이 친구의 어머니가 친한 J권사를 통해 아내에게 전화가 왔고

제 3자의 전화를 받고 나에게 전화를 걸었던 것이다.

그 친구에게 내 전화번호를 주고 전화하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조금있다가 전화가 걸려왔다. 모르는 번호였지만 아마도 O군의 전화려니 생각하고 받았다.

상황을 듣고 출근하여 진료 받기 원하는 의사의 진료 일정표를 확인하고 알려주겠다고 끊었다.

다행히 이 친구가 원하는 과장이 오전 진료가 있어서 진료받을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 주고

전화로 오전 진료를 받도록 통화를 하였다. 

 

동강병원과 동천동강병원에 근무하면서 이런 부탁의 전화를 지금까지 참 많이도 받았었다.

외래 진료, 수술, 전원, 전화 상담.....

가장 최근에는 J목사님의 정형외과 응급수술까지 .....

어떨 때는 참 귀찮다 싶은 마음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그래도 그들의 부탁을 잘 들어주었고

타과 진료 과장들에게 부탁을 하고, 간호사들에게 부탁을 하기도 하곤 했었다.

입원이나 수술을 받게 되면 병실을 방문하기도 하곤 했다.

J목사님이 입원해 계실때면 아침.저녁으로 병실을 찾기도 했었다.

답답하고 급한 마음에 전화를 걸어온 분들의 심정을 헤아려 본다.

또한 의료라는 전문적인 분야에 지식이 없어서 모르니까 전화를 하기도 하셨다.

지금까지는 그래도 큰 불평없이 그들의 부탁을 들어주고 살아왔다.

내가 의사이니까....

 

나 또한 어떤 문제가 있으면 지인에게 전화를 걸어 물어보고 부탁을 하기도 한다.

이것이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이다.

한국 사람들만 유독 이런 것은 아닐 것이다. 

 

사실 수술 잘 해달라고 부탁을 하지만 나도 외과의사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부탁을 받고, 안 받고 아무런 차이가 없다. 똑같이 수술을 하기 때문이다.

신경을 더 쓴다는 것이 무엇일까? 관심을 더 가진다는 것이 차이가 있나? 

글쎄 나는 없었다. 다 똑같이 진료하고 수술을 했었다. 차이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의료인들은 차이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보다.

더 잘해 줄 것이라고 믿기 때문일 것이다. 

불안한 마음에, 염려와 걱정 때문에 이렇게라고 하면 조금은 안심이 된다고 생각이 들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부탁을 한다. 

그 이면에는 불신도 자리잡고 있다. 신뢰의 문제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의사들의 실력의 차이, 의료기관의 의료수준의 차이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일정 수준의 실력은 다 갖추고 있다고 생각한다. 

 

가끔은 이런 부탁에 제 삼자에게 상대적인 피해를 주는 것은 아닐까?

편법이나 세치기 끼어들기 진료는 아닌가 하는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물론 외래 진료일정이나 수술 일정을 정하는데는 도움이 되기도 한다.

수 개월을 기다려야 하는 분이 앞당겨 진료와 수술을 받을 때는 엄청 고맙다는 인사를 한다.

그럴때면 내가 무언가를 해 준 것처럼 조금은 뿌듯할 때도 있다. 

 

그렇지만 조금은 섭섭한 감정, 짜증이 날 때도 있는 것이 솔직한 감정이다.

부탁할 때는 말투나 간절함이 배어 있지만,

상황이 해결되고 나면 고맙다는 인사도 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인사를 해도 형식치례로 하는 말처럼 들리기도 한다. 

그럴때면 내가 왜 이렇게 해 주어야 하지?

내가 왜 다른 사람에게 나와는 상관이 없는 문제로

남에게 부탁을 하고 아쉬운 소리를 하고 수고를 해야 하는지 이유를 모르겠다. 

나에게 아무런 것도 이득이 되는 것도 없는데 하는 서운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병원에서 의사로 근무하면서 앞으로도 전화를 계속 받게 될 것이다.

어찌보면 의사의 숙명처럼 느껴지기도 하다.

앞으로도 아는 만큼 질병에 대하여 설명해 주고, 적절하게 진료를 받도록 도움을 줄 것이다. 

돌아보면 거의 대부분 큰 불평이나 짜증내지 않고 그들의 부탁을 들어주었다.

40년 가까운 의사 생활하면서 수백명이 넘는 사람들의 부탁을 들어주었을 것이다.

오늘 유독 이런 글을 쓰게 되는 것은 무엇일까?

 

'부탁'이라는 단어가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한다.

그리스도인은 하나님께 기도한다.

어찌보면 기도도 하나님께 부탁하는 것은 아닐까 싶다.

우리의 기도와 간구의 내용을 보면 부탁과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인다.

하나님은 우리의 기도에 어떻게 반응하시는가? 

yes, no, weit 세 가지이다. 

기도하는 우리의 기도 내용, 태도, 반응을 더불어 묵상하게 한다. 

 

그리고 사람이 살아가면서 부탁을 받고, 부탁을 하지 않고 사는 사람들이 있을까?

대부분 댓가 없는 것이 일반적이고 대부분이지만 

그것이 지나치면 뇌물이고 청탁이 될 것이다. 부정한 방법이면 범죄가 될 것이다. 

이건희씨 특검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해 본다.

정당한 방법이 아닌 편법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인간의 욕망이 문제이다. 

 

나는 오늘 진료 부탁을 하면서 지나침이나 어긋남은 없었는지 뒤돌아 본다.

의사와 과장이라는 직위를 이용하여 지나친 요구를 하지는 않았는지 모르겠다.

부탁이라는 모습을 취하기는 하였지만 말이다.

 

부탁이 악한 것은 아니지만, 부탁을 하고 부탁을 들어주고 해결하는 방법에 있어서

이제는 지나침이 아닌 정당한 방법, 합당한 것이 되도록 신경을 쓰고 힘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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