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8.27. 수요일
3개월전에 S 장로님과 골프 라운딩을 하기로 약속이 되어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아내 되시는 Y권사님의 모친상이 있어 같이 라운딩을 할 수 없었다.
그런데 약속을 지키지 못해 미안해 하시면서 부킹을 하고 연락을 해 오셨다.
나보다 연배가 있으신 분들이라 약속을 거절할 수 없어서
평일이지만 반휴 휴가를 내고 라운딩을 하게 되었다.
마우나 골프크럽에서 7시 45분 마우나 코스에서 출발하였다.
마우나 골프장은 3번째 라운딩이다.
한 번은 동천동강에 부임했을 때 당시 병원장이던 박** 원장이 축하한다는 의미에서
박원장 부부와 정** 소아과 과장과 라운딩을 했었다.
정말 형편 없이 쳤던 기억이 난다. 그때도 몇 년만에 골프채를 들고 갔으니 당연하지만 말이다.
시간이 흘러 벌써 6년 전 일이다.
그리고 지난 5월에 아내와 아내 지인들과 라운딩을 한 적이 있어 이번이 3번째다.
평소에도 거의 분기에 한번 정도 라운딩을 하기 때문에 감이 없다.
그래서 지난 토요일 저녁과 어제 저녁에는 연습장을 다녀왔었다.
어제 저녁 밤 12시경에 중환자실에서 전화가 걸려와 잠을 설쳤다.
다발성늑골골절과 흉요동 그리고 혈흉으로 입원해 있는 분인데
갑자기 흉관으로 200ml 가까운 혈액이 배액된다고 연락이 온 것이다.
배액되는 양상이 지속적으로 나오는 것 같지 않고 고인 것이 밀려 나온 것 같았다.
그러나 일단 전화를 한번 받고 나면 잠을 설치고 여러 생각들이 들기 시작한다.
내일 라운딩을 해야 하는데 혹시 대량 출혈로 이어지면 어떻게 하나...등등
그 이후로 전화가 없어서 일단은 안심을 하고 골프장으로 향했다.
마우나 골프장은 산 정상 가까이에 있어서 시내보다 5도 정도가 기온이 낮다.
하늘은 맑고 청명하며 흰 뭉게 구름이 떠 간다.
정말 좋은 날씨다. 가을 하늘같은 느낌이다.
다행스럽게도 바람도 분다.
최근의 무더운 날씨가 조금은 수그러든 느낌이다.
캐디는 이틀 전과 다른 조금은 더위가 간 날시라고 맞장구를 친다.
라운딩을 시작하면서 S장로님이 2달러 지폐 두장을 캐디에게 주셨다.
2달러 지폐가 행운을 가져다 준다는 속설이 있다고 한다.
아마도 오늘 행운이 있을 것 같다는 덕담들을 나누고 라운딩을 시작했다.
첫 홀부터 첫 드라이브 티샷이 잘 맞아 날라간다.
몇 달만에 라운딩을 하기 때문에
늘 OB가 나거나 슬라이스가 나서 긴장되고 조심스러운데 왠지 편하다.
동반자들이 가깝게 아는 분들이라서 그런지 긴장감이 없다.
지금까지 버디도 10번도 못해 봤었다.
그런데 4번 middle hole에서 long putter가 들어가 기분 좋은 버디를 했다.
아마추어들은 버디하면 캐디에게 팁을 주는 한국의 골프 문화다.
그러고보면 난 캐디에게 팁을 줘 본 적이 기억에 가물가물하다.
기분좋게 만원을 캐디에게 팁으로 건냈다.
7번 홀, short hole이다.
캐디가 하는 말이 앞 팀에 가수 비와 탤런트 송승헌이 라운딩을 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앞 팀과 조금 거리를 유지하면서 진행한다고 양해를 구했다.
나는 캐디와 그늘집 여성분과 그들의 티샷을 뒤에서 지켜봤다.
이 팀들이 hole out을 하고 난 뒤 내가 먼저 티샷을 하는데 거리가 140m라고 한다.
앞에는 연못이 있다. 이전 라운딩에서 잘 쳤는데 연못에 빠진 적이 있었다.
6번 아이언을 들고 쳤다. 잘 맞았다 싶었는데 약간 거리가 적은 것 같아 연못에 빠지지 않나 바라보는데
그린에 떨어지더니 홀 컵을 향햐 굴러가는데 공이 들어갈 것 같아
어 어 하는데 공이 쑤욱 홀 컵 안으로 굴러 들어간다.
직접 눈으로 공이 홀 컵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환호성을 질러대고 난리가 났다.
기쁘면서도 얼떨떨하다. 동반자들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기뻐했다.
홀인원 행사? ㅎㅎ
캐디가 홀컵을 향해 절을 하고 수건으로 공을 조심스럽게 꺼내들고 주머니에 넣어 건네준단다.
나는 절하는 것을 제지하고 주머니로 공을 집어 넣어 주는 것으로 대신했고 기념 사진 촬영을 하였다.
어찌 이런 일이 나에게도 일어나다니...
내 골프 핸디는 높다. 정확하게 기록하면 90대 중반 정도이다. 들쏙날쑥이다.
골프를 시작한지는 30대 중반이지만 몇년 치다가 20년 넘게 치지를 않았다.
회원구너이 없는 나는 비용도 조금은 걱정이 되고 시간도 없었을 뿐 아니라
교회 사역에 집중하다 보니 골프는 자연스럽게 멀리하게 되었다.
그러다가 몇 년전부터 아내가 운동을 계속하다보니
부부가 같이 운동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다시 골프채를 들기 시작했고
가끔씩 같이 라운딩을 해오고 있었다.
외국에 여행을 할 때면 같이 라운딩을 하곤 했다.
몇 달전에 아내가 보라 C.C에서 이글을 하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내가 홀인원을 하게 될 줄이야.
하여튼 오늘 전반적으로 샷이 좋았다.
자주 나던 O.B도 없었고 숏게임이 아쉬운 부분들이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좋은 스코어, 즐거운 라운딩을 하였다.
샤워 후 점심을 먹고 헤어졌다.
오후 진료 시간에 늦지 않으려고 서둘러 병원으로 향했다.
다행히 진료실에 제 시간에 많이 늦지 않게 도착하였다.
홀인원
평생 한 번도 못해 본 골퍼들이 얼마나 많은가.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도 홀인원을 못해봤다고 하지 않던가
하고 싶다고 쉽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보기 플레이도 제대로 못하는 내가 홀인원을 한 것은 행운이다.
내 실력이 아니다.
홀인원을 하면 5년은 재수가 있다고 한다. 기분 좋으라고 하는 말들이다.
S장로님은 6번이나 홀인원을 하셨단다. 그리고 보험금도 타셨다고 한다.
Y권사님도 홀인원을 하신 적이 있다고 하신다.
난 지금까지 홀인원은 고사하고 버디라도 했으면 기대했었다.
그런데 오늘 버디도 하고 홀인원도 하고 ...기분좋은 날이다.
인생도 그렇지 않는가 싶다.
그런말이 있지 않은 가. 오늘은 되는 날이다. 뭐든지 하면 다 되는 날이다.
평생 잊을 수 없는 기쁜 날이다.
보기 플레이어도 아닌 내가 홀인원을 하다니 ...
평생에 기억할 날이 아닌가 싶다.
이 감동을 남기고 싶어 자판을 두들긴다.
아직도 흥분이 채 가라앉지 않았다.
나도 홀인원 해봤다고 어깨에 힘 좀 줘볼까 ㅎㅎ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