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글모음

복국 먹는 날

톨레 메움 에트 톨레 데움 2025. 11. 4. 10:15

2025. 11. 3. 월요일

 

오후에 아내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K선배로부터 전화가 와서 저녁에 저녁 약속을 하였다는 것이다.

 

장소는 가끔씩 찾는집 근처에 있는 [대가] 복요리 집이다.

30년 넘게 찾는 음식점이고 주인과도 잘 아는 사이라 손님을 접대하기 좋은 음식점이다.

살쌀해진 날씨에 먹는 복국이라 더 맛있게 먹었다.

시장이 반찬이어서 그럴까, 모든 반찬들도 맛있다.

여주인이 직접 만든 반찬들은 늘 한결같이 맛있고 정갈하다.

내가 가면 특별히 반찬 하나를 추가로 내준다. 어제는 묵은 열무김치였다.

덕분에 그동안 줄였던 몸무게가 다시 올라갔다.

 

K선배와 인연은 오래 되었다.

부산의 영안침례교회를 다닐 때 대학에 진학하면서 청년회에서 만났다.

당시 선배는 해군에서 제대 하고 경남공전 산업디자인학과를 다니고 있었고

나는 의과대학 진학한 상태였으며 5살 차이가 있었다.

가까워지는 특별히 인연은 없었으나 선배가 자치하던 방에서 몇 달을 같이 지내기도 했다.

그리고 선배가 졸업 후 가야동에서 화실을 개업할 때도 들락거렸다.

내 결혼식에서는 사진도 찍어 주고 공항까지 태워주기도 했다.

 

내가 군을 제대하고 울산으로 와서 삼동에 살던 선배를 만났다.

선배는 모나미 볼펜을 만들던 문화연필 회사에 취직했다가 퇴사하고

전원 주택을 건설하는 회사에 취직하여 근무하였다고 한다.

그 이후로 독립하여 전원 주택을 짓거나, 아파트나 건물 리모델링 등을 업으로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삼동에 살고있는 장모 집으로 이사하여 함께 거주하고 있었고,

금동에는 전원주택을 지어 공유하고 있었다.

집은 보은교회와 담을 같이하고 있다가 담을 허물어 교회에 오픈하고 있었다.

 

그 이후 내가 아파트를 이사할 때 우리 집을 리모델링 해 주었다.

그 아파트에서 15년도 넘게 살고 있다. 

 

선배는 20대 초반에 미인과 사귀다가 헤어졌고, 그 여성은 생활력이 있는 남성을 만나 결혼하였다.

경제력이 없고 약간은 특이한 사고와 생활 때문이었을까 그녀는 떠나갔다. 

그 첫 사랑 미옥이라는 여성을 잊지 못해 그 여인의 자화상을 그려놓고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살았다.

그러다 선천성 지체 장애, 소아마비를 앓고 있는 현재 형수를 만나 결혼하였고 아들 하나를 낳았다. 

지금은 대학 졸업 후 한전에 취직하였고 작년에 결혼하여 신혼 생활을 하고 있다.

형수는 부산대를 나오고 피아노를 연주하는 재능이 있는 신앙인이었다.

단지 소아마비라는 장애 때문에 그녀의 삶도 순탄하지 못했고 아름답게 활짝 꽃피우지 못하였다. 

 

돈키호테 같은 남편, 착하지만 고집스럽고 투박하고 직설적인 상처주는 말들에 힘들어 하였고

그래서 아들만 의지하고 살던 형수는 자신의 품을 떠나가는 아들 때문에 정신적인 큰 충격을 받았다.

엎친데 겹친 격으로 아들을 위해 준비한 아파트 분양과 관련한 경제적 어려움이 닥쳐 해결이 능력이 없자

과도한 스트레스에 우울증을 앓았고 많이 힘들어 하였다.

선배는 아들 결혼을 앞두고 안면 마비가 왔고, 올해에는 일하다가 전기톱에 손들을 다쳐서 수술을 받았다.

지난 1년은 이 가정에 커다란 고난과 시련의 시간이었다.

 

감사하게도 치료가 잘 되어 많이 회복하였다.

하나님 앞에서 기도로 지난 삶을 회개하고 부부가 서로를 의지하고 사랑하는 회복의 시간이기도 했다.

믿음으로 고난을 이겨내고 다시 하나님 앞에 피아노 반주자로 교회를 섬기고 있다.

 

선배는 말씀의 실천 앞에서 고민하고 정직하게 베풀며 살아가는 선배이다

말만 번지르하고 행함이 없는 목회자들을 향하여 목소리를 높이기도 하였다.

선배는 실천가다. 가진 것은 없지만 말ㅆ므대로 정직하게 살아 왔다 

내가 그 목격자다.  내 아파트 리모델링에도 이윤 하나 없이 수고해 주었던 선배이다.

나중에 그 사실을 알고 사례를 하였지만,

각종 공사를 하고도 인색한 주인들과 달리 그는 늘 손해보고 적은 수입에도 만족해 했다.

하나님은 아실 것이다.

 

그러나 자신의 삶과 다르게 살아가는 목회자들을 향해서는 비판적 목소리를 높이곤 하였다. 

이 또한 우리가 자신의 의를 드러낼 수 있어서 조심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그러나 솔직히 나도 선배 만큼 실천이라는 주제 앞에서는 부끄럽다. 

선배는 늘 나에게 선한 영향과 도전을 주는 사람이다.  

이런 선배와 수십 년을 교제하며 사는 것이 복이다. 감사하다. 

 

어제 식사 자리는 이 긴 어둠의 터널 끝에서 함께하는 식사 자리였다.

그동안 이 가정을 위해 많이 기도했다. 그 기도에 응답해 주신 하나님께 감사를 올려드리는 자리였다. 

형수의 표정과 혈색, 식사량 등을 보니 많이 회복한 것 같다.

말수가 적고 표정은 아직 온전한 회복은 아닌 것으로 보이지만 감사하고 또 감사했다.

강한 것 같으나 한없이 연약했던 70세 초로의 선배의 아내를 향한 마음, 사랑의 회복에 감사했다. 

 

건축가, 창의성, 음식 요리, 커피, 플릇 연주, 클래식 음악, 사진 ...

선배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단어들이다.

 

따뜻한 복국 만큼이나 마음이 놓이고 걱정과 염려도 사라지는 자리였다.

이제는 남은 노년에 건강하고 하나님이 주신 평강 안에서 행복하시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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