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글모음

12.12

톨레 메움 에트 톨레 데움 2025. 12. 12. 09:26

2025.12.12

 

오늘은 현대사에 의미 있는 날이다.

고 박정희대통령이 고 김재규에게 살해당한 사건이 있었던 날이다.

 

당시 나는 고등학교 3학년이었다.

역사의 커다란 사건 앞에서 이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한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당장 내 앞에 닥힌 대학입시가 있었고, 인생의 중요한 시점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또한 신문이나 라디오 외에는 사건의 내용을 접할 수 없던 시기로 

우리 집 상황에서 라디오와 신문을 구독하지 않던 형편이라

더더욱 사건의 진실을 접하기가 어려웠었다.

그 날도 학교에서 공부하고 있었고 그 다음날도 학교에서 공부를 했었다.

 

1979년 12월 12일

지금으로부터 어언 36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역사는 이 사건을 어떻게 평가할지 모르지만, 이유가 어떻든지

일국의 대통령이 자신이 임명한 정부기관의 장에 의해

권총으로 사살된 비극적인 사건인 것만은 분명하다.

 

출근을 위해 아파트를 나오는데 이슬비가 내리고 있다.

언제부터 비가 왔을까? 뉴스에서 비소식은 들었지만 ....

비가 내릴 상황이 무르익어 비가 내린다.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할 상황들이 있었을 것이다.

그런 세상의 일들에 지나치게 관심을 가지며 살아오지 않았다.

지금도 그렇다.

세상사에는 눈과 귀를 열어 뉴스를 접하면서도 집회 장소에는 한번도 가보지 않았다. 

성격상으로는 그런 집회 장소에 열심으로 참여하고 누구보다 큰 목소리로 함성을 질러댈뻔 한데도 ....

불의를 참지 못하고 의분을 발하던 젊은 날의 나의 모습이었는데 ...

지극히 소시민적인 행동으로 살아왔다.

무엇이 나를 이렇게 행동하며 살아오게 했는지 모르겠다.

신앙때문일까? 일정 부분 영향이 있었을 것이다.

대학생때는 학내 문제로 인한 데모에도 앞장 서서 참여했었다.

민주화 열기가 한창이던 '80년에는 부산 모대학교 운동장에서 그들과 어울려

스크럼을 차고 운동장을 돌며 구호를 외치기도 했었다. 

 

아내는 제주도로 여행을 떠났다.

모처럼 떠난 여행인데 제주도에도 비가 올까?

휴식과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오길 바란다.

 

개인적으로는 비를 좋아한다.

비 오는 날이면 늘 떠오르는 이미지가 하나 있다.

창문을 타고 흐르는 빗물이다. 

눈물일까? 더러운 것들을 씻어 내리고 있는 청소기처럼 아래로 씻어 내리는 모습이다.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들이키며 한없이 바라다 본다.

일종의 카타르시스일까?

내면은 평안해지고 안정감으로 충만해진다.

글을 쓰는 지금도 외래 진료실 창문을 통해 비오는 풍경을 바라 본다. 

 

수많은 사연을 싣고 온 천하를 돌아다녔을 비다.

오늘 내 앞에서 내리는 비는 나에게 무슨 사연을 전해주고 있는 것인가

고마운 비, 반가운 비, 기다린 비, 필요한 비도 있지만

달갑지 않은 비, 그만 그쳐주기를 바라는 비, 오지 않았으면 좋았을 비, 많은 피해를 안겨다 준 비도 있다.

그러나 비 없이는 살 수 없는 것이 사실이고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비는 필수이다.

그래서 농경 사회에서는 비를 관장하는 신이 있다고 믿고 신으로 섬기기도 하였다.

비- 수중기-구름-비, 선순환의 과정을 중단할 수 없다. 

그래서 동양인들은 윤회의 진리를 터득한 것일까?

 

오늘 12.12 역사적 사건이 있던 날이다.

난 아무런 일도 없었던 것처럼 외래에서 진료를 하고 오후에는 수술을 할 것이다. 

나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었던 것처럼 ....

과연 그런가? 저 비도 나와 상관이 없는 비인가? 

모든 것이 어떤 모습으로든 관여가 되어 있을 것이다. 

이것이 동양 철학에서 말하는 연이라는 것인가?

자연에서 진리를 터득하고 자연이 그 진리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자연은 창조주의 섭리 하에서 창조질서를 따라 운행되고 있다.

그렇다면 자연보다, 창조주의 뜻을 찾고 따르고 살아감이 마땅하지 아니한가?

 

비. 

비로 인해 생각은 역사와 창조 질서와 진리를 쫓아 상상의 날개를 펴고 있다.

매마른 대지 위에 내리는 비는 생명의 존재 여부를 결정한다.

마음에도 충분한 단비가 내려 촉촉히 적시고 새 생명을 잉태하기를 소망해 본다.

감사한 마음으로 비를 응시한다.

성령이 비들기같이 예수께 내려오셨듯이,

성령의 단비가 폭포수처럼 나에게 내리기를 기도한다.

 

비오는 날이면 따뜻한 아랫목이 생각나고 따끈한 국물있는 음식이 그리워진다. 

비맞은 장닭처럼 몸이 움추려들 때, 따뜻한 오뎅국물 한 국자 마시고 싶다.

아니 어떨 때는 장대비처럼 억수같이 내리는 소낙비를 온 몸으로 맞으며 걷고 싶을 때도 있다.

 

나는 비가 싫지 않다.

좋은 추억들이 있어서 그런 것일까?

오늘이 12월 12일이라 아픈 과거사를  끄집어 내기도 한다.                                                                     

생명을 주는 비가 오늘도 겨울을 나는 매마른 대지를 적신다.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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