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20.토요일
[ 내가 의사인 것이 ]
토요일 근무가 있는 날이다.
12시가 가까와지자 환자가 없다.
아내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아침에 출근할 때 아내가 점심 때 백화점에서 보자고 ...
병동과 외래에 특별한 일이 없어서 퇴근하여 H 백화점에 도착했다.
아내는 약속 시간보다 늦게 출발하여 그때서야 출발한다고 한다.
주차를 하고 운전석에서 책을 보다가 점심 시간도 되어 12층 식당가로 올라가 기다렸다.
오랜 만에 백화점에 왔더니 입주한 음식점이 중국 음식점 [홍보석] 말고는 다 바뀌었다.
무엇을 먹을까 둘러보는데 한식(2), 일식(1), 중식 (1) , 서양식(이태리식) (1) 음식집이 있다.
앉아서 휴대폰을 보는데 아내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이제 도착하여 백화점에 들어왔다고 12층으로 올라가겠다고 하고 끊었다.
그런데 전화를 끝자마자 몇 초도 않되어 곧바로 전화가 걸려온다.
1층인데 응급환자가 있다는 다급한 목소리였다.
전화를 끊고 에스칼레이트를 이용해 뛰어 내려갔다.
에스칼레이트 손님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1층까지 뛰었다
다초점 안경을 착용하고 있어서 에스칼레이트 계단을 내려가는 것이 싶지 않다.
1층에 도착하여 둘러보니 반대편 에스켈레이트 입구에 사람들이 모여있고 아내가 보인다.
군복을 입은 젊은 군인이 누워 있고 아내와 다른 젊은 남자가 지켜보고 있다.
곧바로 환자에게 다가가서 기도 확보를 하고 가슴을 보는데 자가 호흡이 있다.
가슴을 치고 환자를 깨우는데 눈을 뜨지는 않고 호흡을 거칠게 몰아쉰다.
자극을 주면서 기도를 확보하자 호흡이 안정되면서 살며시 눈을 떴다 감는다.
주변에 서 있는 사람 중에 젊은 여성이 있는데 여자 친구란다.
무섭고 두려운 모습, 어쩔줄 몰라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어제도 쓰러졌었다는 것이다. 아마 간질이 아니었을까 예상해 본다.
119에 신고했냐고 묻는데 신고했다고 한다.
조금 후에 119 대원들이 도착했다.
내가 흉부외과 의사임을 밝히고, 현재 환자 상태를 설명해 주었다.
의식이 있고 자가 호흡이 있으며 비교적 안정적이다고 ...
119 대원이 나를 보고 어디 근무하시냐고 묻는다.
동천동강병원 흉부와과 의사라고 하자, 자기도 동천동강에 근무했던 간호사 출신이라고 한다.
대원들이 환자를 확인하고 들것으로 환자를 이송하는 것을 보고 자리를 떴다.
옆에 있던 젊은 남자가 수고하셨다고 인사를 건네고 간다.
아내가 에스칼레이트로 올라오면서 상황을 설명한다.
백화점을 들어와 에스칼레이트로 가는데
에스칼레이트에서 누군가 몸을 뒤로 제친 상태로 올라오더니 앞으로 쓰러졌다는 것이다
아마도 누가 뒤에서 쓰러져 넘어지는 사람을 뒤에서 붙잡고 올라왔던 모양이다.
내가 도착했을 때는 아내는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고 기도 확보 등 응급처치를 하고 있었다.
12층을 뛰어 내려갔더니 등에서 살짝 땀이 흐른다.
아내와 12층 식당가로 올라와 식사를 하였다.
침구류를 구입하고 아내 수영복을 반납하고 귀가했다.
아내는 전직 간호사다.
응급처치에 대한 이해도가 있다.
내과 병동에 오래 근무하였고, 소아과 병동과 신경외과 병동에도 근무하였었다.
우리가 의료인이어서 오늘 누군가에게 작은 도움을 줄 수 있어서 보람이 있었다.
아내에게 식사를 하면서 그랬다.
의사라는 직업이 좋은 것 같다고 ...
특히 흉부외과 의사라 CPR등 응급처치에는 자신이 있다.
동강병원에서는 2년 가까이 응급실 과장을 지내기도 했었다.
오늘 자기 전에 하루를 돌아보며 이 글을 남기고 싶었다.
의사 된 것이, 의사로서 역할을 수행 할 수 있어서 보람 있었던 날이라고 적고 싶었다.
나를 의사되게 하신 하나님께 감사와 영광을 올려 드린다.
젊은 병사가 원인을 정확히 발견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아 온전히 회복되기를 기도한다.
...인공지능 제미니에게 이 글을 소개했더니
원장님, 남겨주신 글을 읽으며 가슴 한구석이 따뜻해지는 감동을 느꼈습니다.
토요일 오후, 평온한 일상을 보내려던 찰나에 마주한 긴박한 상황 속에서도
주저 없이 12층에서 1층까지 달려 내려가신 그 모습에서
'의사'라는 직업의 본질과 사명감이 그대로 느껴집니다.
다초점 안경을 쓰시고 에스컬레이터를 뛰어 내려가는 것이
얼마나 위험하고 힘드셨을지 짐작이 가기에,
그 발걸음이 더욱 귀하게 다가옵니다.
오늘 원장님의 하루를 되짚어보며 몇 가지 인상 깊은 점들을 나누고 싶습니다.
🏥 준비된 의료인 부부의 아름다운 협업
전직 간호사였던 사모님께서 당황하지 않고
먼저 기도 확보를 하며 응급처치를 하고 계셨다는 대목이 참 인상적입니다.
두 분이 현장에서 환자를 돌보시는 모습은 마치 영화의 한 장면 같았을 것 같습니다.
환자에게는 그 백화점에서 두 분을 만난 것이 인생에서 가장 큰 행운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 흉부외과 의사로서의 든든함
"특히 흉부외과 의사라 CPR 등 응급처치에는 자신이 있다"는 말씀에서
오랜 세월 생사의 갈림길을 지켜온 전문가의 자부심과 연륜이 느껴집니다.
동강병원 응급실 과장직을 수행하셨던 경험이 긴박한 순간에 빛을 발하여,
젊은 군인의 생명을 안정시키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셨습니다.
🙏 겸손과 감사의 마음
자신의 수고를 내세우기보다 의사가 되게 하신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고,
젊은 병사의 완쾌를 위해 기도하시는 모습에서 진정한 **'인술(仁術)'**의 마음을 봅니다.
땀 흘리며 뛰어 내려가 환자를 살리고 난 뒤,
아내와 함께하는 식사가 그 어느 때보다 달콤하고 보람차셨을 것 같습니다.
[에세이]
12층에서 달려 내려간 마음, 의사라서 다행이었던 하루
토요일 정오, 한 주간의 긴장이 느슨해지던 시간이었다.
여느 때처럼 한산해진 진료실을 뒤로하고 아내와의 점심 약속을 위해 백화점으로 향했다.
12층 식당가에서 아내를 기다리며 메뉴를 고르던 평화로운 찰나, 휴대폰 진동이 정적을 깨뜨렸다.
"여보, 1층인데 응급환자가 발생했어! 빨리 와줘!"
다급한 아내의 목소리에 머릿속이 하얘질 틈도 없었다.
전화기를 챙겨 들고 에스컬레이터로 몸을 날렸다.
다초점 안경 너머로 비치는 계단은 아찔했지만, 발걸음을 멈출 순 없었다.
12층에서 1층까지, 사람들에게 양해를 구하며 숨 가쁘게 뛰어 내려가는 동안
내 안의 '의사'라는 감각이 본능적으로 깨어났다.
현장에 도착하니 젊은 군인이 쓰러져 있었다.
전직 간호사였던 아내는 이미 환자의 곁에서 기도 확보를 하며 차분히 응급처치를 돕고 있었다.
곧바로 환자의 상태를 확인했다. 다행히 자가 호흡이 있었다.
강한 자극을 주며 기도를 확보하자 거칠던 호흡이 점차 안정을 찾았고, 굳게 감겼던 눈이 살며시 떠졌다.
뒤이어 도착한 119 대원들에게 환자의 상태를 인계했다.
"동천동강병원 흉부외과 의사입니다."라는 짧은 소개와 함께 환자의 의식과 호흡 상태를 전했다.
마침 대원 중 한 분이 같은 병원 출신의 간호사여서 인계는 더욱 신속하고 정확하게 이루어졌다.
들것에 실려 나가는 젊은 병사의 뒷모습을 보며 비로소 등에 흐르는 땀방울이 느껴졌다.
다시 12층으로 올라와 마주 앉은 식탁.
조금 전의 긴박했던 상황을 나누며 아내와 나는 약속이라도 한 듯 미소 지었다.
"의사라는 직업, 참 좋은 것 같아."
누군가의 가장 절박한 순간에 아주 작은 도움이라도 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 곁에 같은 마음으로 발을 동동 구르며 손을 보태준 아내가 있다는 것.
흉부외과 의사로서 수많은 밤을 지새우며 익혔던 술기들이
오늘 이 젊은 병사에게 평온한 내일을 선물하는 데 쓰였다는 사실이 형용할 수 없는 보람으로 다가왔다.
나를 의사로 세우시고, 필요한 순간 그 자리에 있게 하신 하나님께 감사를 드린다.
오늘 내 등에서 흐른 땀방울이 한 청년의 온전한 회복으로 꽃피우기를 간절히 기도해 본다.
의사가 되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 참으로 감사한 토요일 오후다.
[Essay]
A Heart Racing Down Twelve Floors: Why I Am Grateful to Be a Doctor
It was Saturday noon, a time when the week's tension usually begins to unravel.
Leaving the quiet clinic behind, I headed to a department store to meet my wife for lunch.
As I was browsing menus on the 12th-floor food court, the silence was shattered by a frantic ringtone.
"Honey, I'm on the first floor! There’s a medical emergency! Please, come quickly!"
The urgency in my wife’s voice left no room for hesitation.
I dashed toward the escalator.
Navigating the moving steps through my multifocal glasses was dizzying, but I couldn't slow down.
As I sprinted down from the 12th floor to the 1st, asking other shoppers for their understanding,
my instincts as a physician took over.
When I arrived, a young soldier was lying on the ground.
My wife, a former nurse, was already by his side, securing his airway and performing calm first-aid.
I immediately assessed his condition.
Fortunately, he was breathing on his own.
After applying stimulation and ensuring a clear airway, his labored breathing stabilized,
and his eyes flickered open for a brief moment.
Soon, the paramedics arrived.
I identified myself as a thoracic surgeon from Dongcheon Donggang Hospital
and provided a concise clinical handover regarding his consciousness and respiratory status.
Coincidentally, one of the paramedics was a former nurse from the same hospital, making the transition seamless. Watching the young soldier being carried out on a stretcher, I finally felt the sweat trickling down my back.
Back on the 12th floor, sitting across from my wife at the table, we shared a knowing smile.
"I think being a doctor is a truly wonderful calling," I whispered.
There is a profound sense of fulfillment in being able to offer even a small hand during someone’s most desperate moment—and having a wife who stood by my side, offering her own skills and compassion.
The years of sleepless nights and the rigorous training I underwent as a thoracic surgeon were
all meant for this: to help gift a peaceful tomorrow to this young man.
I offer my deepest gratitude and glory to God for calling me to this profession
and placing me in that exact spot at that exact moment.
I pray that the sweat I shed today will blossom into a full recovery for that young soldier.
It was a Saturday afternoon that reminded me, once again, why I am so grateful to be a doct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