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10. 6 월요일
어제 늦은 저녁 밴드가 울린다.
대학 동기들의 밴드에 올라 온 슬픈 소식이었다.
고 성영환 동기의 사망소식이었다.
수년 전 췌장암으로 수술 및 기타 치료를 받았고 회복되어 잘 지낸다는 소식을 접한 적이 있었다.
최근 2-3년 대학 동기들 근황에 무심했었는데 ....
한가위 명절을 앞두고 슬프고 안타까운 소식을 접했다.
마산고를 나와 재수를 하고 대학에 들어왔었다.
학번이 가나다 순이라 실험을 할 때면 함께하거나 옆 테이블일 때가 많았다.
비교적 젊잖은 동기였고, 외과를 전공했다.
병원 내 약사와 결혼하여 군 전역 후에는 일찍부터 창녕에 개원하였었다.
비교적 안정적인 생활을 하던 동기였고 큰 어려움이 없이 지낸 것으로 알고 있다.
수술 후에는 자녀에게 병원을 넘기고 요양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
부고장에는 66세라 적혀 있다.
아들 딸이 있고 딸은 결혼하여 외손자. 외손녀가 있다.
그렇게 가까이 한 동기는 아니다.
그러나 동기의 죽음은 또 나의 죽음을 생각하게 한다.
2년 전 사망한 외과 성천기 선배 기억이 딸려온다.
진주고 출신으로 외과의로 재주가 많았던 선배이고,
나를 울산에 오게 한 장본이기도 하다.
두 사람도 대학이라는 인연으로 연결되어 있지만
종교와는 무관하게 살던 사람들이었다.
죽음 이후에[ 유가족들의 삶은 사별의 슬픔은 있겠지만
경제적으로는 크게 문제는 되지 않을 것이다.
죽음. 그것으로 한 사람의 모든 것이 끝나버린다면 ...
아침에 천로역정을 들었다.
인생의 여정이 죽음으로 마침표가 되어버린다면 너무나 안타까울 것 같다.
죽음 앞에 인간의 연약함을 떠올린다.
암 앞에 무기력한 인간의 한계를 기억한다.
수술과 항암치료, 방사선치료, 표적치료, 면역치료...
모든 치료를 다 해 보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죽음의 강을 건널 수는 없었나 보다.
어떻게 죽음을 맞이했을까...순수히 받아들였을까?
과거 고 변진관 동기의 죽음도 소환된다.
죽음이 코 앞에 와있는데도 나을 수 있다고 믿고,
아니 믿으며 삶의 끈을 놓지 않으려던 모습을 기억한다.
난 어떨까?
바울 사도의 말처럼 장막을 옮겨가는 아날뤼시스 앞에서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기쁘게 사랑하는 주님 만나러 떠날 수 있을까?
천상병 시인처럼 소풍을 마치고 본향으로 돌아가는 모습으로 손 흔들고 떠날 수 있을까?
날마다 죽음을 생각하고, 준비하고 살아가는 것이 지혜자의 모습이다 생각한다.
겸손해진다. 겸허해진다. 신중하고 진지해진다.
삶을, 주변 사람들을, 자신을 사랑하게 된다.
최선을 다하고, 후회없이 살려고 노력하게 된다.
그래야 미련없이 떠날 수 있다.
잘가시게 영환 동기
장례 모든 절차가 잘 치루어지길 바란다.
비가 종일 내리고 있다.
유가족들의 눈물이려니 생각한다.
내가 떠날 때는 날씨가 어떨까? 어떤 날씨가 좋을까? 어떤 계절이면 좋을까?
부질없는 생각들이 밀려온다.
망자에게 이 모든 것들이 무슨 상관인가?
이런 것들은 남은 자들의 몫이 아니던가
오늘도 죽음 앞에서 자신을 돌아 본.
하나님이 얼마나 시간을 남겨 두셨을까?
부끄럼없이, 후회없이, 미련없이 떠날 수 있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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