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글모음

가을 장마

톨레 메움 에트 톨레 데움 2025. 10. 16. 09:56

2025. 10. 16. 목요일

 

가을 장마, 낯선 단어이다.

우리는 여름 장마에 익숙하게 살아온 세대이다.

한가위를 전후하여 흐리고 비가 오는 날이 계속된다.

어제 반짝 맑아지고 햇빛이 비치는가 하더니 새벽부터 다시 비가 내린다.

이제 기상 예보는 이상이 아닌 일상이 되어버린 보도를 하고 있다

 

우리나라 가을은 청명하고 천고마비의 살기 좋은 날씨였다.    

들판에는 농작물과 과일들이 영글어가는 결실의 계절이었다.

황금물결치는 들녘을 바라다보면 마음도 더불어 풍성해졌던 계절이다.

논에는 누렇게 잘 읶은 볕단들이 쌓여있고, 붉은 홍시가 달려있는 풍경이 익숙한 계절이다.

단풍도 곱고 아름답게 물들게하는 적절한 일교차가 있었다.       

 

내 손자 세대는 이런 정겹고 아름다운 풍경을 기억하지 못한다.

도시에서 태어나 자란 세대들은 이 정서와 낭만을 느끼지 못한다.

경험하지 못했기에 그것이 얼마나 좋은지도 모르고 그리워하지도 않는다.

시간만 나면 T.V, 태블릿 PC, 휴대폰에 매달리는 세대가

어찌 이 아날로그 감성들을 알겠는가?

 

사람을 땅을 밟고 살아야 한다.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아스팔트 길이 익숙하지, 흙먼지 날리는 길은 낯설다.

요즘 황토길을 맨발로 걷는 것이 유행이지만 이 또한 소수이다.

흙은 생명의 근원이다.

최초의 인류는 땅을 맨발로 밟고 걸어다니며 살았다.

이 인류도 흙에서 빚어졌기에 흙은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것이다. 

그렇게 살다가 다시 흙으로 돌아가는 것이 인생이 아니던가

그래서일까 태화강 공원이 흙길이어서 좋다.

관리가 좋고 발이 편하게 만든 우레탄 길도 있지만 난 흙길이 좋다.

신발과 땅이 부딪히며 나는 소리가 정겹고 기분이 좋아진다.

눈이 수북히 쌓인 길을 걸을 때 뽀드득하고 나는 소리도 좋지 않던가

 

흐리고 비가 내리면 사람의 마음도 가라앉고 밝지 않고 우울해진다. 

그래서 장기적으로 이런 기후에 살다보면 우울증과 같은 정신적인 질환이 많이 발생한다.         

개인적으로 비오는 것을 싫어하지 않고 일면 반기는 면도 있지만

오래 지속되면 일상과 감정과 기분에도 영향을 받게 된다.

 

화창한 가을 햇살이 그립다.     

파란 하늘에 떠가는 흰 뭉게구름도 그립다.

푸른 들판에 팔배게하고 누워 하늘을 바라보는 여유도 그립다.       

일과를 끝내고 집으로 향할 때 붉은 저녁 노을에 빛나던 황금물결치는 들녘도 보고 싶다.

이쯤이면 탈곡한 햇살로 지은 하얀 밥이 생각나고, 햇 밤도 먹고 싶고, 홍시도 그리워지는 계절이다.       

 

사무실에 앉아 환자를 진료하며 따뜻한 커피를 마시지만

내 정서는, 내 마음은 흙을 밟고 땀 흘리며 일하고 싶을 때가 종종 있다.      

 

가을은 가을다워야 제격이고 제맛이다.

일기도 혼돈의 시대를 살고 있다. 급변하는 세계처럼 기후도 시시각각 변하고 있다.

이제 아열대성 기후에 적응해야 한다. 

사계절의 명확한 구분이 사라져가고 희미해져 간다.

봄과 가을은 잠시잠깐이고 긴 여름과 긴 겨울만 있게 될 것이다. 

가을 장마, 여름 장마라는 단어도 살아지겠지. 건기와 우기라는 단어로 대체되지 않겠는가

 

아 옛날이여~~~~

최근에 가왕 조용필의 공연을 T.V로 시청했다. 

내가 기억하는 몇 않되는 가수 이름들 중 단연 으뜸이다. 

그의 많은 곡들이 익숙하고, 공감되는 사사와 곡들이었다. 

동시대를 살았기 때문이리라. 공유하는 것들이 많기 때문이리라. 

따뜻한 커피 잔을 두 손에 바쳐들고

비오는 날, 창문을 타고 흐르는 빗물을 바라보면 카타르시스ㄹ르 느끼곤 했었다.

마찬가지로 조 용필의 노래 속에서 비슷한 감정을 느껴보았다. 

 

나이가 들수록 과거와 추억속에 매여 있어서만은 안 되는데

비가 오는 날이면 유달리더 추억 속에 잠기는 것은 어찌할 수 없다.

 

가을 장마가 빨리 끝나고

파란하늘, 하얀 뭉게 구름이 눈 앞에 펼쳐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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