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글 모음

만추

톨레 네움 에트 톨레 데움 2021. 11. 12. 09:03

만추

문경새재를 가는 길 양편으로
참으로 아름답게 물들은 오색단풍이
운전대 잡은 손을 강하게 유혹한다.
대한민국의 모든 산들이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단풍으로 물들어 있다.
온통 내 시선을 사로잡는
저 아름다움을 창조하신
하나님을 찬양하고

콧노래 흥얼거리며
악세레이터를 밟는다.

가을 비가 내리고
바바리 코트 속의로
온몸을 부르르 떨게하는 한기가 밀려와
얼른 건물 안으로 들어선다.

내린 비 때문에
산봉우리에는 상고대가 피었나 보다.
단풍으로 물든 산이
하얀 모자를 쓰고
아침햇살에 눈부시게 반짝인다.

많은 관광버스와 차량들이 빠져나간
텅빈 주차장을 지나는데
도로에는 노란 은행잎이
양탄자처럼 내려앉아 있고,
도로 양편에는 붉게 물든 단풍나무에서
붉은 선홍빛 물감이 뚝뚝 떨어질 것 같고,
주렁주렁 달린 잘 읽은 사과들의
상큼한 냄새가 창문을 내리게 하는
환상적인 그림 속 도로를 통과하여
인증조사를 위해 요양병원으로 향한다.

대부분이 치매 어르신들이라
그리고 와상인 분들이라
이 만추의 아름다움을 감상하실 수가 없다.
가을의 낭만, 단풍의 아름다움도
내가 건강해야 누릴 수가 있다.

시간이 없어서 가을산행이나
단풍 여행을 다녀오지는 못했지만
차를 운전하여 문경세재를 오가는 것만으로도
이 가을의 낭만을 다 누린 것 같고
눈이 행복하고 마음도 행복하다.

따뜻한 커피 한 잔 앞에 두고
귓가에 아름다운 선율 흐르면
눈앞에 펼쳐진 아름다운 가을 산이
무릉도원 부럽지 않다.

계절도 만추
삶도 만추
신앙도 만추

오늘은 가을의 남자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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