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글모음

봄비 내리는 4월의 어느 날

톨레 네움 에트 톨레 데움 2022. 4. 29. 10:21

모처럼 적지 않은 봄비가 내리고 있다.

평상시에도 비를 싫어하지 않고 비교적 비를 좋아하는 성격인지라

조용히 내리는 봄비에 마음이 차분히 내려앉는다.

 

하얀 이팝나무의 꽃들이 비에 젖어 고개를 숙이고

초록은 점점 그 푸르름을 더하며

녹음방초 우거지는 계절을 향해 재촉하는 것 처럼 봄비가 내린다.

 

요 며칠 사이 마음이 약간 우울해지고 가라앉는 느낌이다.

흘러나오는 음악들도 기분을 더 차분하게 하는 것 같고

아내가 없이 홀로 텅빈 거실에 앉아 T.V를 보고

서재에 앉아 책을 읽는 나의 모습이 그러하다.

 

벌써 봄의 한 가운데 들어왔지만

봄을 제대로 누리지도 못하고 또 훌쩍 지나가고 있다.

이팝나무가 가로수로 심기어져

출.퇴근 길에 환하게 밝혀주고

강변의 장미는 빨간 꽃을 피워 올렸다.

5월은 장미의 계절이지 ...

자연은 변화없이 그 자리에서 순리를 따라 피고 지는데

3년차 코로나 팬데믹은 아직도 종말을 고하지 않았다.

 

김기석 목사의 <아!  욥>을 읽는다.

나 또한 욥인 것을 ...

고난이 찾아올 때마다 떠올리는 인물이 욥이다.

그러나 수없이 만나는 고난 앞에서 딱히 명쾌하게 답을 얻었던 때가 있었던가?

죽는 날까지 고난은 지속될 것이다.

다른 옷으로 갈아 입고, 또 다른 모습으로 찾아온다. 

얼마나 단련되고 성숙해졌을까?

고난을 통과한 다음에는 정금같이 나온다고 성경은 말하는데 ...

 

누군가가 인생의 황금기는 60세 ~ 75세 사이라 했다.

그렇다면 나는 지금 인생의 절정기를 살고 있다고 봐야 한다.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면 이 말에 선뜩 동의가 되지 않는다.

아직도 한참 올라가야 할 것 같도, 더 단련되고 성장해야 할 것 같고...

지식의 일천함, 말과 인격의  미성숙함, 믿음의 부족함 ...

나의 나됨이 이정도 밖에 되지 못함에 한심하기도 하고 마음이 안타깝고 속이 쓰려온다.

 

4월도 하루를 남겨두고 있다.

어제 밤부터 내리는 비가 대지를 촉촉하게 적시고 있다.

지난 겨울 가뭄을 생각하면 더 많은 양의 비가 내려야 할 것 같다.

자동차를 운전하면서 빗물을 쓸어내는 와이퍼를 바라본다.

창문의 비를 쓸어내도 또 비가 내리면 그러면 또 와이퍼는 쓸어내야 한다.

비가 그치지 않는 한 안전한 운전을 위해서는 와이퍼를 작동해야 한다.

언젠가 부산에서 울산으로 차를 운전하고 돌아오는 길에

와이퍼가 제대로 작동이 되지 않았던 날을 기억한다.

장대비 처럼 비는 쏱아지는데 와이퍼가 고장이다.

정말 한치 앞을 볼 수 없고 운전을 할 수 없었다.

비오는 날 와이퍼의 소중함을 절감했던 기억이 있다.

어떻게 울산까지 운전을 하고 왔는지 ...

지금도 생각하면 아찔하다.

 

지난 수요일 기도회에 매일 매일 공급해 주시는 일용할 양식에 대한 설교를 들었다.

우리는 하루살이 인생이다.

잠이라는 사망과 아침이라는 생명을 반복하는 인생이다.

일용할 양식에 만족해야 한다. 누구에게도 보장된 내일은 없다.

고난이라는 장애물 앞에서도, 오늘 감당해야 할 고난의 무게만 생각하고

오늘만 버티는 된다는 믿음이 필요할 것 같다.

내일의 염려를 한들 무슨 소용이 있으리요.

내일의 염려는 내일 하라고 주님은 말씀하셨다.

오늘의 염려와 고난의 무게도 감당하기에 벅찬 인생에게는 더없이 위로의 말씀이다.

 

욥은 그 엄청난 고난을 어떻게 견디고 버티고 믿음을 지킬 수 있었을까?

나그네 인생, 광야같은 인생을 살아가야 하는 연약한 인생들은

욥에게서 어떤 지혜를 얻어야 할까?

 

인간은 매사에 만사형통을 기대하고 추구한다.

그러나 요셉을 형통한 자라고 성경은 기록하고 있다.

그 형통은 요셉의 인생에 장애물이 없는 형통이 아니라

삶의 순간들마다 만나는 장애물을 잘 통과하는 것이 형통이라고 했다.

요셉은 하나님이 옆에 계신 것처럼, 자신과 동행하시는 것처럼 믿고 의지했다. 

 

고난을 생각하며, 욥을 묵상하는 아침이다.

잠잠히 성령께서 깨우쳐주시는 지혜를 묵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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