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글모음

2022년 5.18을 맞이하여

톨레 네움 에트 톨레 데움 2022. 5. 18. 09:53

1980년 5월 18일 광주 민주화 운동이 시작된 날이다.

벌써 42주년을 맞이했다.

 

당시 나는 대학 1학년 때이고 중간고사를 치르고 창원에 있는 53사단에

9박 10일 일정으로 병영집체교육을 받기 위해 입소한 2일차 날이었다.

당시 대학가의 데모와 민주화 운동으로 대학가는 어수선하던 시절이다.

이전까지만 해도 대학생이라도 훈련을 위해 입소할 때는 머리를 단정하게 정리하고 입소해야 했다.

그러나 당시 상황을 반영하듯 장발로 입소한 학생들이 대부분이었다.

사단장은 입소를 거부하고 우리는 창원역에서 대기해야 했다.

어떻게 교수들과 협상이 이루어졌는지 입소를 하게 되었고

머리를 단정하게 하고 온 동기들은 수료식 때 표창장을 받았다.

 

입소 다음날이다.

교수들이 위로 차 방문을 하였고 교수들이 건네준 소식과 신문으로 통해 5.18사태를 알게 되었다.

또한 대학에 휴계령이 발령되어 학교로 돌아갈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고3 때는 10.26 박정희대통령 시해사건으로 시국이 참 어수선했다.

그러나 입소한 터라 어쩔 수 없이 훈련을 다 받고 퇴소했다.

당시의 통제된 언론과 정확한 상황을 파악할 수 없었고,

휴계령이라는 상황으로 사건 관련 자세한 정보를 접할수가 없었을 뿐더러

사태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나 의식을 갖지 못했다.

갓 고등학교를 졸업한 3개월도 채 되지 않은 신입생 신분,

그것도 개교 1년이 지난 신설 대학이어서 선배들도 많지 않은 상황이라

시국에 대한 문제의식 같은 것이 없었고 형성될 시기도 아니었던 상황이었다.

민주주의, 민주화, 데모, 민주화 운동, 인권, 자유 ....

나의 성장 배경이나 환경, 기질로 보아서는 기존 대학에 진학했더라면

이 운동에 휩쓸려 갔을 것이 자명하다.

고3 3학년 동기동창 친구인 여찬동은 서울대 공대에 진학을 했었는데

그는 소위 운동권에 적극적으로 가담하였고

어느날 신문 상에서 학교 제적생 명단에서 그의 이름을 발견하게 되었다.

대학 2학년 때인가, 어느 날 대학으로 찾아온 그가 나에게 건네준 필독서 목록

운동권 학생들이 탐독하던 도서의 목록들이었다.

그렇지만 나는 지방의 신설대학에 가정 형편으로 책을 구입할 여력도 없었고

교회에 다닌다는 이유로 의식이 없는 민밋한 의대생으로 대학생 시기를 보내고 말았다. 

돌아보면 많이 아쉬움이 남는다.

지금도 소시민으로 살아가지만 시대적인 상황에 문제의식을 갖고 대면하지 못하고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자신을 볼 때는 안타까움이 밀려온다.

 

수많은 희생자를 낳았고 수많은 사람들이 그때의 상처를 안고 살아 왔고 지금도 살고 있다.

벌써 40년이 넘은긴  세월이 지났다. 세월이 참 빠르다.

그동안 5.18 광주 사태는 광주 민주화 운동으로 명명되었고

진압 군부와 세력들은 죄인들이 되고, 운동에 참여하고 희생을 당한 분들은 영웅이 되는

상황이 뒤바뀌게 되었다.

아직도 발포자가 누군지 등 명확히 밣혀지지 않은 사실들도 남아있지만 ...

 

오늘은 그동안 반대편에 섰던 정치 세력들이 대통령이 되고 집권 여당이 된 입장에서

42주년 기념식에 참석한단다. 그리고 님을 향한 행진곡을 제창으로 부른다고 한다.

긴 세월 동안 갈등과 대립과 반목의 시간들을 보내고

이제 화합의 새로운 역사를 써 나갈 것인지...

아니 꼭 써 나가기를 기대해 본다.

 

5.16기념일에 지난 세월을 돌아보면서 우리 나라에 민주화는 어느 정도일까?

이 광주 민주화 운동이 대한민국 민주화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단지 이 사태로 희생당한 분들의 보상과 명예 회복과 운동의 의미를 두는 일에만

급급해오지는 않았을까?

세월호 사건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안타까운 사건을 당할 때마다 반복되는 다짐들.

그러나 진즉 실행활에서 얼마나 변화가 있었던가?

요란한 집회와 구호는 있었지만 그때뿐인 적이 허다했다.

그것이 지속적인 사회와 삶과 의식의 개혁으로 연결되고 변화를 가져다주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난 그것이 안따갑다.

다 좋은데...

지속가능한 민주화, 의식과 삶에서, 제도에서 실질적인 변화가 일어나기를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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