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글모음

가을

톨레 네움 에트 톨레 데움 2022. 11. 7. 10:11

아침에 일어나 배란다로 향하면 물안개 피어 오르는 태화강과

아침 햇살을 받아 잠을 깨우는 태화강 공원

은빛 억새가 햇빛을 받아 반짝이고,

곱게 물들은 느티나무들은 시간의 섭리 앞에 잎들을 대지로 돌려 보내고,

울긋불긋 물들어 가는 남산과 항시 푸르른 십리 대밭이 한 눈에 펼쳐진다.

 

아파트에 심겨진 느티나무와 은행나무는 노랗고, 붉게 물들어 아름다움으로 

눈과 마음에 즐거움을 주더니

가을 바람에 대부분 떨어지고 10%도 채 달려있지 않고 앙상한 가지들을 드러내고 있다. 

 

출근 길에는 떨어진 기온에 바바리 깃을 세우고

손은 장갑을 끼고

따스한 햇빛이 그리워지는 요즈음이다.

 

토요일에는 아침 일찍 태화강을 한 시간 동안 운동하고

스타벅스에서 커피와 간단한 빵으로 식사를 했다.

이번 토요일에 근무가 없고 특별한 일정이 없어서 정말 모처럼 여유러운 아침 시간을 보냈다.

 

아내와 함께 골프 연습장에서 모처럼 연습을 하고 

바다로 갈까 고민하다가 경주로 향했다.

언양에서 경주로 국도를 타고 올라가는 길이다.

언양, 봉계, 삼릉을 지나며 지난 날 추억들을 떠올리고 이야기하며 

오랜만에 운전하며 가는 길이다.

 

경주에 들어서자 주말 가을을 보내기 위해 많은 차량이 몰리고 있었다.

힐튼 호텔 옆 공영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보문 단지로 향하는 은행나무와 단풍나무 길을 걷고 휴대폰에 풍경을 담는다. 

 

파아란 하늘 아래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 붉게 물들 단풍나무가 시선을 사로잡고

도로에는 은행잎으로 노랗게 물들여 걷는 발걸음 멈추고 연신 사진을 찍게 만든다.

 

보문호에는 수십 척의 오리 놀이 배가 떠 다니고

보문호 주변을 산책하는 많은 인파들이 깊어가는 가을, 떠나는 가을을 감상하며 즐기고 있다. 

 

오랜 만에 찾은 순두부 집, 맷돌 순두부 집은 신축하여 찾는 데 잠시 망설여야 했다.

순두부 집들이 몰려있는 주변은 깔끔하게 새롭게 정돈되어 있었다.

직원에게 물었더니 바뀐지가 5년도 넘었다고 한다,

참 세월도 빠르구나.

옛날에는 경주 보문호를 가면 일년에 최소 한 번 정도는 찾아 먹었던 것 같은데 ...

 

그런데 왠지 덜 청결하고 불편하고 협소하였지만

사람들이 한 상에 다닥다닥 붙어서 순두부를 먹던 모습이 그리워짐은 어찜일까? 

번호 표를 들고 밖에서 순서를 기다리던 사람들은 없다.

자꾸 그런 모습이 정겹고 그립고 생각나는 것일까?

가을 탓인가? 나이 탓인가?

 

따뜻하고 구수한 맷돌 순두부 한 그릇 먹고 돌아 왔다. 

 

모처럼 여유롭게 가을을 즐기며 토요일 하루를 보냈다.  

이것이 소확행 아니던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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