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인들에게 하나님의 임재는 엄청난 영광의 자리이다.
고전 같은 로렌스 형제의 <하나님의 임재 연습>이라는 책이 있다.
어제 부터 서재에 꽃여 있는 책을 다시 읽어야겠다는 마음이 자꾸 든다.
읽고 있는 책을 마무리하고 읽고 싶은데 다시 그 책을 펼쳐 읽어야만 할 것 같다.
로렌스 형제는 수도사가 되기 위해 수도원에 들어갔다.
그러나 그에게 주어진 업무는 부엌일이다.
주부들이 이 일에 얼마나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지 모른다.
하루 세번, 무한 반복이다. 사실 육체적으로도 힘든 일이다.
그리고 그 일이 크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더 힘이 든다.
기쁘고 즐겁게 일하기 보다는 마지 못해서 어쩔 수 없이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런데 남자인 로렌스 형제는 이 일들을 하면서 무엇을 묵상했던 것일까?
쓰레기 줍는 일도 그렇다.
오늘 주어도 내일 나가보면 또 쓰레기는 버려져 있다.
쓰레기 없는 날을 기대할 수 있을까? 아마도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하찮은 이 일을 하면서 내 마음이 깨끗해지기를 기대한다.
질서에 대한, 환경에 대한 나의 의식들이 새롭게 되고 바르게 되기를 소망한다.
쓰레기 종류도 다양하다.
담배 꽁추, 휴지, 마스크, 커피 와 각종 음료수 병들, 스치로폴, 비닐, 종이, 사탕이나 과자 봉지 ....
애완견 배설물을 담은 비닐 봉지 ...
버리는 장소도 다양하다.
벤치, 덤불 속, 조금은 미안한 지 보이지 않는 곳에 , 상관 없이 도로 위에도
요즘은 집안 쓰레기 봉지를 차가 주차하는 곳에 슬그머니 내려놓고 출발해 버린다.
천태만상의 모습들을 보면서 대한민국 국민의 공중도덕과 질서의식을 생각한다.
왜 버릴까?
왜 질서를 지키려고 하지 않는가?
자기 집에서는 휴지를 버리지 않을 것이다.
세월호 사고, 이태원 사고를 보고 수많은 사람들이 촛불 집회를 했다.
누군가에게 책임을 묻고 미안한 마음을 이들에게 전가하려는 것은 아닌가?
촟불을 든 그들만이라도 안전 의식을 가지고 질서를 지켰다면 나라가 바뀌지 않았을까?
죄성을 가진 인간들은 결코 변하지 않을 것인가?
깨끗한 환경, 안전한 환경은 기대할 수 없는가?
이런 부정적인 생각들이 밀물처럼 밀려온다.
그러면서 나 자신을 들여다 본다. 너는 어떤데...
남의 눈이 없으면 편한 것을 쫓아 질서를 의식하지 않고 행동하지 않았던가?
어제도 직원 주차장에서 주차하려고 후진하다가 직원 차량과 부딪혔다.
앞 범퍼에 경미한 스크레치가 나고 말았다.
내 안에서 목격자가 없으니 그냥 갈까하는 양심 불량의 목소리가 기어올라온다.
아직도 갈등을 하는 것을 보면 내가 얼마나 죄성을 가진 사람인자 증명이 된다.
당연한 것을 가지고 갈등하고 있다니 참 한심해 보인다.
그러나 양심이 이겼다.
차량 주인에게 찾아가 이실직고를 하고 처분을 기다렸다.
여러번 받혀서 여러군데 흠집이 있으니 괜찮다고 한다.
미안하다. 사과하고 나왔다.
처벌이 두려워, 손해가 두려워 망설이고 지난 적도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정직하게 이야기하고 정당한 보상을 하려고 노력한다.
이런 것들이 조금씩 바뀌어가는 나의 모습이다.
거창한 하나님의 임재를 기대하지 않는다.
하나님을 마음 속에 모시고 산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생각하면서
깨끗해진 강변을 생각하며 매일 쓰레기를 줍는 심정으로
말과 행동을 조심하고 노력할 때
하나님의 임재는 내 안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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