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글모음

죽음 앞에서

톨레 네움 에트 톨레 데움 2022. 11. 15. 10:14

가을은 깊어가고 출근길의 거리에는 은행나무 노란 단풍 잎들이 쌓여

가을의 낭만을 부추킨다.

 

이제 가을의 정취도 얼마남지 않았다. 

점점 앙상해져 가는 나무들의 가지들을 바라다 본다.

시간은 멈추지 않고 계절은 변화를 지속해 간다.

 

폐암 말기로 사경을 헤매는 분이 계시다.

아침 회진 때도 통증과 호흡곤란으로 너무 힘들어 하여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을 보고 처방만 하고 내려왔는데

상태가 안좋다고 연락이 왔다.

이제 정말 마지막이신가 보다.

혈압이 떨어지고 맥박 수도 떨어지고 의식이 가고 눈동자는 열려 빛에 대한 반응이 없다.

 

너무 늦게 암을 발견하였고 방사선 및 항암 치료는 받았지만

말기 상태이다. 통증이 심하여 입원치료를 받고자 병원을 찾았지만

대학병원에서는 더 이상 해줄 것이 없다고 아무런 치료도 없다면서 입원을 허락하지 않자

낙담한 마음으로 돌아서야 했다.

집으로 돌아가는 중에  택시 기사가 혹시 이 병원으로 가면 입원시켜 줄지 모른다고 소개를 받고 오셨다.

이 병원에서도 입원을 거부당할지 몰라 안절부절 하시던 모습이 생각난다.

나중에 면담 중에 입원시켜 주신 건만으로도 너무 고마워하시며 

눈물을 흘리시는 노모를 기억한다. 

통증이 심한데 집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데 ..하시면 우셨다.

당신 보다 먼저 아들 두 명을 먼저 보내야 하는 기구한  운명의 어머니셨다. 

가정 형편도 넉넉하지 않아 청소로 생계를 유지하고 계셨고

환자는 이혼하고 자신의 딸은 연락을 끊고 산지 오래고 연락을 해도 나타나지 않았다.

 

회진을 하고 원무과로 내려가 병원비를 어떻게 지원해줄지 의논하고 

외래에서 마음이 무거워 글을 쓰고 있는데 심정지 일보 직전이라는 연락이 또 온다.

올라가서 상황을 보니 이미 한 시간도 채 넘기지 못할 것 같아 보호자에게 연락을 취하라고 하고

외래 진료를 위해 내려왔는데 10분도 채 지나지 않아서 사망했다. 

심폐소생술을 포기한 동의서를 작성한 상태라 적극적인 처치를 하지는 않았다. 

결국 이 글을 쓰고 있는 중간에 사망하셨다. 

 

죽음 앞에선 한 인간의 고통스런 모습을 또 본다.

한 두번 본 것도 아닌데 늘 사망선고를 하는 입장에 서면 마음이 무겁고 안타깝다.

 

죽음을 맞이하는 자의 모습은 천태만상이다.

죽음을 두려워하여 끝까지 발버둥치며 발악하기도 하며

숨이 차서 말도 못하고 숨을 몰아 쉬다가 가기도 하고

의식이 없어 죽음을 맞이하기도 하며

인공호흡기를 달고 있다가 유언도 못하고 가기도 한다.

의식이 있고 주변 사람들과 대화 하다가 가족들의 품에 안겨  맞이하기도 하며

자다가 죽음을 맞이하기도 한다. 

자택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분들은 또 다른 모습일 것이다.

 

젊은 날 죽음이라는 주제에 대하여 일러준 양전도사님이 계셨다.

자신은 3가지 상황 중, 한가지로 죽고 싶다는 소망을 장례지로 이동하는 버스 안에서 들려 주었다.

설교를 하다가, 멋진 설교문을 작성하고 서재에서,

온 가족들이 한 자리에 모인 상태에서 가족들의 찬송을 들으면서 운명하고 싶다는 바램이었다. 

그 뒤로 나도 죽음을 생각하며 살았고 죽음을 준비를 하면서 살아왔다고 생각한다.

 

아침에도 교회 여집사님의 부친상 문자를 보았다. 

대장암으로 오랜 투병을 하시다가 운명하셨다고 한다.

 

그리스도인의 죽음은 어떤 모습이 좋을까?

 

죽음은 이제 나에게 점점 가까이 다가오고 있는 것 같다.

양가의 부모님들이 다 돌아 가셨다.

큰 형님도 돌아가셨다.

교회의 믿음의 선배들이 질병으로 한분 두분 쓰러져 가신다.

 

바울은 죽음을 장막을 옮기는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장례 예배에서 기도할 때는 늘 천국과 부활과 영생에 대한 소망을 강조했다.

두려움 없이 주님을 만난다는 기쁜 마음으로 장막을 옮겨갔으면 정말 좋겠다.

크게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지내다가 잠들듯이 가면 좋겠다.

평소의 자녀들이나 이웃들에게 하고 싶은 말들은 이 글들로도 충분하다.

가족과 이웃들을 더 사랑하고 행복하게 지내다가 헤어졌으면 좋겠다.

 

죽음 앞에서 ...

오늘 나는 죽음을 다시 진지하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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