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글쓰기

교만

톨레 네움 에트 톨레 데움 2023. 3. 21. 12:10

플로깅을 한 것도 1년이 다 되어간다.

지난 금요일에는 대로변을 따라 걸어오면서

펜스와 가로수 사이에 무수히 널려있는 쓰레기들을 보았다.

아! 이 많은 것들을 어떻게 치울 수 있을까 답답한 마음이 있었다.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들이 미워지고 폄하하고 짜증이 밀려왔다.

 

월요일 아침 출근길에 차장 너머로 그쪽을 바라보니 왠걸 멀리서나마 깨끗해 보인다. 

어제는 운동하다가 가끔 나에게 말을 걸어오시던 남자 분이 한 말씀 하신다.

오전에 구청에서 나온 여성 4명이 쓰레기를 주우셨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아저씨 생각이 나더라고 말이다. 

그랬다. 평소보다 쓰레기가 적어서 무슨 일이지 생각하면서 

평소보다는 적게 담긴 쓰레기 봉투를 버리고 병원으로 돌아가던 상황이었다. 

 

나만 청소하는 것이 아니었다.

환경보호를 나 혼자 다 하는 것인양 교만해 하던 자신을 깨닫았다.   

아주 작은 선행을 하고는 큰 선행을 한 것인 양 착각하고 있었던 자신을 본다.

인간은 참 겸손할 줄 모르고 쉽게 교만해지는구나 생각한다.

나보다 훨씬 큰 선행을 베풀고도 자신의 이름을, 신분을 드러내지 않은 분들이 많이 계신다.

우리는 그들을 얼굴없는 천사로 부르기도 한다.

 

날마다 자신을 처 복종시키지 않으면 인간은 교만해지기 십상이다. 

예수님의 겸손을 머리로는 이해한다. 

그러나 인정받고 싶고, 칭찬받고 쉽고, 존경받고 싶은 욕망이 자리잡고 있었음을 발견했다.

나는 그런 사람들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다. 

아니었다. 나 또한 그런 속물일 뿐이었다. 

쓰레기 버리는 사람들을 폄하하고 싫어하고 한심하다며 경멸하기까지 했다. 

그러면서 나는 그런 부류의 사람이 아니라고,

남들이 하지 않는 일을 하는 솔선수범해서 자진하여 좋은 일 하는 사람이라고, 

난 쓰레기를 줍는 환경을 보호하는 사람이라고 괜찮은 사람이라고

속으로 은근히 자신을 추켜세우곤 했었다.

아니 여러 사람들에게 자랑하기까지 했다.  

 

교만한 자신을 돌아보고 회개한다.

주님!

저의 교만을 고백하오니 용서하여 주소서.

자랑하지 않겠습니다. 

자신을 세리와는 다른 것처럼 생각하는 바리새인의 모습이 

내 안에 있었음을 회개합니다.

나보다 더 많은 선행을 베풀고 사는 얼굴없는 천사들이 많다는 것을 기억합니다.

난 거기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아니 자랑할 것이 없습니다. 당연히 해야할 것을 했을 뿐입니다.

 

선하신 하나님!

선한 분은 하나님 한분 밖에 없으시다는 예수님의 말씀이 떠오른다. 

비교할 수 없는 하나님의 선하심 때문에

선한 것 하나도 없는 내가 오늘도 살아있음을 잃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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