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광역일보 칼럼 2023년 4월10일
[코로나와 플로깅]
동천동강병원 흉부외과 박 상섭
생소한 단어 하나를 소개하고 싶습니다. 플로깅은 달리기를 하면서 쓰레기를 줍는 운동을 말하는데, 플로깅은 이삭 등을 줍는다는 뜻의 스웨덴어 plocka upp과 영어의 달리기를 뜻하는 jogging의 합성어입니다.
저는 동천동강병원에 근무하면서부터 점심시간이면 동천강변에서 걷기운동을 시작했습니다. 외래 진료실에 오래 앉아 있다 보면 답답하기도 하고, 건강을 위해서도 걷기를 시작했습니다. 점심시간은 한 시간이라 간단한 점심을 준비해오기도 하고 아니면 구내식당에서 일찍 식사를 마치고 운동을 시작합니다. 강변을 걷다 보면 참 많은 쓰레기가 눈에 들어옵니다. 구청에서 공공근로사업으로 간헐적으로 쓰레기를 줍기도 하지만 항상 쓰레기는 기분을 상하게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쓰레기를 주어야지 하는 마음은 들었지만 실제로 실천하기는 참 많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러다가 코로나19 유행이 시작되고 나서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걷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이런 마음이 들었습니다. 내 사랑하는 어린 외손자, 외손녀가 무슨 죄가 있어서 태어나자마자 마스크를 쓰고 살아가야 하나 생각하니 마음이 먹먹해져 왔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이렇게 유행한 것도 인간이 무분별한 환경파괴로부터 온 것이고, 갈수록 이런 바이러스 유행은 심해져 갈 것인데, 우리 다음 세대들이 앞으로 살아갈 날들을 생각하니 마음이 무거워졌습니다. 그래서 환경을 지키기 위해서 내가 당장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생각하다가 점심시간에 운동을 하면서 쓰레기를 주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점심을 간단히 해결하고 한 손에는 검은 비빌 봉지를, 다른 손에는 쓰레기 집게를 들고 병원을 나섭니다. 널려있는 쓰레기를 열심히 줍다보면 등에는 땀이 흐르고 어느새 봉지가 차고 넘칩니다. 아직도 줍지 못한 쓰레기는 많지만 오후 진료 시간에 늦지 않도록 발걸음을 돌려야 합니다. 돌아서 쓰레기가 치워진 깨끗한 강변을 걸어오는 발걸음은 가볍고 기분이 좋습니다.
운동을 하시는 모든 분들이 기분이 좋아하실 것 같아 흐뭇하기도 하고, 내가 치운 쓰레기만큼 자연을 오염시키는 양이 줄어들 것으로 생각하면 뿌듯합니다, 이 플로깅을 시작한지도 어언 1년이 되어갑니다. 비가 오거나 수술이 있는 날을 제외하고는 열심히 했던 것 같습니다. 운동하시다가 “수고하십니다.”라도 인사를 받으면 기분이 좋습니다. 그러다가 언제 부턴가 운동 기구가 있는 곳에 마대자루로 만든 쓰레기 수거함이 세워져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나의 작은 행동에 동참하시는 분이 계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표현하지 않지만 쓰레기 줍는 모습을 보고 쓰레기를 버리는 분들이 줄어들 것이라 생각하니 쓰레기 없는 거리가 될 것이라는 희망을 가져봅니다.
아름다운 자연을 보존하여 우리 다음세대들이 좋은 환경에서 살아가게 하는 의무가 우리 부모세대들에게 있습니다. 줍지는 않아도 최소한 버리지만 않아도 좋겠습니다. 비닐과 페트병 플라스틱 각종 음료수병, 유리병은 우선하여 줍지만 수없이 널려있는 담배꽁초는 아직도 널려있습니다. 풀에 잠겨있거나 물가에 잠겨있는 쓰레기들을 보면 안타까움에 발걸음이 무겁습니다. 혼자서 다 치울 수가 없습니다. ‘뭐 좋아하는 사람은 뭐 밖에 안 보인다.’는 말이 있습니다. 어디를 가든지 도로에 버려진 쓰레기들이 눈에 먼저 들어옵니다. 언제쯤 쓰레기 없는 깨끗한 도시로 변화될 수 있을까요? 집에서는 음식쓰레기를 줄이라고 잔소리가 늘었습니다. 행사를 할 때도 일회용품이나 가능한 쓰레기를 줄이려는 방법을 생각합니다.
우리는 코로나19 팬데믹의 엄청난 충격과 고통과 힘든 시기를 보냈습니다. 이성을 가진 우리는 이런 고난 앞에서 교훈을 얻어야 합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는 코로나 이전 시대와는 우리 삶과 의식과 행동이 바뀌어야 당연하지 않겠습니까. 마스크 착용과 모임 제한이 풀린다고 이전 상황으로 그대로 원상복귀 한다면 고난의 의미가 없습니다. 진보시대의 합리성과 효율성을 추구하던 시대는 가고 회복력을 향한 적응이 요구되는 시대가 도래 했다고 말합니다. 오늘도 한 손에 집게를 들고, 한 손에는 비닐봉지를 들고 힘차게 강변으로 향합니다. 모든 시민들이 자연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보존하고 회복하는 일에 동참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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