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출연 자료

흉부외과 의사의 길

톨레 네움 에트 톨레 데움 2023. 7. 26. 10:08

흉부외과 의사의 길    2023. 07. 25 (경제신문 칼럼에 추가하여)

 

최근에 한 흉부외과 의사의 죽음이 알려지면서 많은 분들이 그분의 죽음을 안타까워 하셨다.

고인은 흉부심장혈관학회의 분야 중에서 대동맥 수술에 권위자인 고 주 석중 선생님이시다.

기사를 통해 접한 것은 그날도 병원으로부터 응급 연락을 받고

자전거를 타고 병원으로 향하다가 트럭에 치여 운명하셨다고 들었다.

그분은 우리나라의 대동맥 수술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킨 것으로 평가되신 분이다.

같은 흉부외과 의사의 길을 걸으면서 안타깝고 여러 가지 상념들이 스쳐 지나갔다.

나도 흉부외과 의사로 살아온지가 1987년 흉부외과 전공의가 되어

1991년 흉부외과 전문의 자격증을 취득했으니 벌써 34년이나 되었다. 

 

아직도 흉부외과가 무슨 환자를 진료하고 치료하는지 모르는 분들이 많다.

언젠가 흉부외과는 흉터 보는 과냐? 물으시던 할머니도 계셨고,

흉부 발음이 잘 안 되신 어르신은 흥부 과가 어디 있어요? 하고 외래 진료실을 찾으시던 기억이 난다.

그때는 속으로 그런 생각을 했다. 맞아요. 흉부외과 의사들은 착하고 가난한 흥부의사들이에요.

흉부외과는 폐, 식도, 늑막, 흉벽질환 및 종격동, 심장, 혈관 등의 질환을 진료하고 수술하는 분야이다.

 

내가 흉부외과를 하겠다고 지원할 때만 해도 의사들이 직업적 소명의식이 조금은 남아 있었다.

전공하는 과를 선택하는 기준은 수련이 편하고 개원이나 봉직하기가 싶고 경제적으로 더 유익해 보이는 것이 아니었다.

당시에는 내...(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과)major과목으로 불렀고, 우선적으로 이런 과들을 지원하고 수련 받고 싶어 했다. 특히 외과는 타과보다 1년을 더 수련을 받아야 해서 4년을 수련 받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의사들도 3D 과가 있어서 흉부외과도 그 중에 인기 없는 과다.

필자가 수련 받던 시절만 해도 한 해 1700명 의사가 배출될 때에

흉부외과 전공의들이 70명 이상까지 지원하던 시절도 있었는데,

지금은 의사가 한 해 3000명 이상 배출되는데도 흉부외과에는 30명이 채 지원을 하지 않는다.

언론에서는 자주 흉부외과 의사 부족을 외치지만 지원자는 늘지 않는다.

국가에서 수련 과정에 경제적 지원을 해 주어도 크게 효과가 없다.

국가가 문제를 해결해가는 방법이 한계가 있다.

이미 젊은 의사들은 힘든 일은 싫고, 상대적으로 수입이 적은 과도 싫어한다.

전문의 자격을 취득해도 평생 힘들지 않게 생활하고 싶어 한다.

그러다보니 흉부외과는 기피하는 과가 되고 말았다.

물론 최근에 하지정맥류 등으로 개원하여 수입이 좋은 의사도 있고,

소수의 상급 종합병원에 근무하는 분들은 흉부외과 수술의 수가 차별 지원 해택을 누리고 있지만,

지방의 종합병원에 근무하는 흉부외과 의사에게는 그것도 그림의 떡이다.

 

각종 드라마에서 흉부외과는 단골 메뉴로 등장하는 과이고 의사들이다.

극적인 장면을 요하는 특성 상 드라마 소재로는 안성맞춤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수술하는 의사의 긴장감, 스트레스, 과중한 업무 등은 오히려 과를 지원하는데 악영향을 미쳤다.

지금도 나의 의국선배는 전공의가 없어서 대학병원에서 정년퇴직 시점까지 당직을 서야 했고,

과에 후임 교수 요원이 없어서 정직 퇴직 후에도 다시 근무를 이어가야만 했다.

의사들의 존경은 땅에 떨어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러니하게 자식들을 의사로 만들려고 혈안이 되어 있고,

의사가 되어도 인기 과에 들어가기 위해 경쟁이 심하다.

 

최근 서초구 초등학교 교사의 자살 사건이 주요 뉴스를 점하고 있다.

교사의 권위를 찾아볼 수 없는 현실이다.

옛날 부터 직업에 한자로 스승 사자를 쓰는 직업이  있었다. 교사, 의사, 판사였다. 

생명을 다루는 직업이라 의사들에게도 스승 자를 붙여 불러주고 존경해 주었다.

사회의 진정한 권위가 사라져 버렸다.

권위주의를 없애려다 아버지의 권위, 가장의 권위, 부모의 권위, 스승의 권위, 어른의 권위 등이 사라져 버렸다.

말의 권위도 사라졌고, 사회적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들의  말도 권위가 사라졌다.

그러다보니 존경할만한 사람도 보이지 않는다. 

천박함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집단지성이라는 미명하에 우중의 목소리만 높다.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라는 미명하에 대통령도 함부로 부르고 선정적으로 그려댄다. 

 

흉부외과 의사들은 나름 남들이 하지 않고, 가지 않는 힘든 길을 걸어가는 의사들이다.

경제적인 이익이나 편한함 보다는 소중한 생명을 살리고 질병을 치료하는

힘들고 어려운 그 길을 걸어가기로 선택한 의사들이다.

이들을 인정해주고 격려해주고 존경해 준다면 더 많은 흉부외과 후배들이 지원하고,

흉부외과 환자들을 잘 치료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고 주 석중 선생님의 죽음은 한 사람의 죽음이 아니다.

그분을 통해 치료받을 수 있는 수많은 사람들의 생명이 함께 죽은 것이나 진배가 없다.

한 명의 유능한 의사가 되기까지 수많은 시간과 땀과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대동맥이나 심장 수술은 유능한 의사의 손길이 필요한 긴박한 상황들이 많기 때문이다.

필자가 수련 받을 때만 해도 대동맥박리 수술은 사망률이 40-50%정도였는데,

2% 이내로 줄였다고 하니 정말 위대한 업적을 이룬 소중한 의사를 잃었다.

 

소명을 가지고 오로지 환자의 생명을 구하는 데만 헌신하는

2, 3의 주 석중 선생 같은 흉부외과 의사가 배출되기를 소망한다.

그리고 이들이 긍지를 가지고 적절한 대우를 받으며 진료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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