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글쓰기

[가난한 날의 행복]

톨레 네움 에트 톨레 데움 2023. 8. 17. 09:17

아침 출근 길에 KBS F.M [출발 FM과 함께] 에서 흘러 나오는 문장이 머리에 맴돈다.

'왕후의 밥, 걸인의 찬"

난 이 수필을 읽지는 않았지만 관련 내용은 어렴풋이 기억하고 있다.

 

40대를 훌쩍 넘긴 세대라면 학창시절 교과서에서 읽었던

김소운의 [가난한 날의 행복]이라는 수필을 기억할 것이다.

가난한 젊은 부부의 애틋한 사랑을 표현한 글로,

아직까지도 많은 사람의 머릿속에 부부간의 따스한 사랑과 신뢰를 느끼게 하는 수필이다.

가난한 집안 살림에 출근하는 아내를 위해 아침상을 차렸지만,

궁핍한 생활에 찬을 준비하지 못한 남편이

간장 한 종지를 차려놓고 미안한 맘에 쓴 글귀 ‘왕후의 밥, 걸인의 찬.’

그 쪽지를 본 아내는 남편의 사랑에 감동하면서

왕후보다 더 큰 행복감을 느꼈다는 아름다운 이야기다.

이처럼 가난한 부부의 아름답고 진솔한 사랑을 표현한

‘왕후의 밥, 걸인의 찬’에는

요즘 시대에서는 느낄 수 없는 남다른 운치와 따스함이 있다.

 

여러가지 사연들로 이혼이 많아진 시대를 살아가면서

부부로 평생을 함께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생각하는 아침이다. 

1988년 결혼하였으니 벌써 35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모난 돌이 숯한 세월 동안 비바람을 만나고 돌들끼리 부딪치고 굴러서

몽돌처럼 맨질맨질 해지듯

서로의 단점들 때문에, 다른 언어, 가정의 문화와 가치에 살다가 함께함으로 빚어지는 문제들로 인하여

갈등을 빚고, 각을 세우고, 다투고 싸우면서 미운 정 고운 정이 들었다.

긴 세월을 보내고 이제는 성숙한 한 인격체로 변해 어른이 되어 있다. 

 

행복은 크고 화려하며 거창한 것에서 오는 반짝하는 기쁨과 즐거움보다는

사소하고 소소한 일상에서 오는 은은한 행복이 더 아름답고 소중해 보인다.  

마음먹기에 달린 일일 것이다.

왕후의 밥과 걸인의 찬 .....

부인은 눈물로 밥을 먹었을 것이다. 

행복 가득한 간장을 떠 먹었을 것이다. 

 

건네는 말 한마디, 표정 하나, 작은 관심이

행복을 만드는 중요한 소제들이다. 

그렇다면 행복은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만드는 것이 아니겠는가?

가슴에만 담아주지 말고 사랑과 진심을 담아 아름답게 표현하며 살아가자. 

 

살아갈 날들이 자꾸만 줄어들고 있다. 

아침에 바라본 태화강 정원에 느티나무 잎사귀는 노란 빛으로 변하고 있었다.

출근하면서 에어컨을 켜지 않고 운전을 했다.

주차장에서 병원으로 향하며 얼굴을 스치는 바람은 시원한 가을 바람이었다. 

 

정년 퇴직도 몇 년 남지 않았고, 월급을 받을 횟수도 많지 않다. 

언제부턴가 월급 받을 횟수를 세워보곤 한다. 52번 남았다. 

그동안 준비했던 연금을 수령할 시기들이 다가오고 있다. 

 

시간 시간이 소중해진다. 

아웅다웅 다투고 얼굴 붉히며 살아갈 시간이 없다.

오손도손 정답게 그리고 사랑하며  서로를 아껴주고 챙겨주며 살아야지 다짐해본다. 

이들 가난한 부부보다는 훨씬 많이 가지고 살아가지만

이들 부부 더 행복하다고 자신할 수 있을까 싶다.

 

귀가에 멤도는 문장을 입으로 읊조려 본다.

왕후의 밥과 걸인 찬!

그리고

남은 인생, 남은 부부의 삶에 행복만 가득하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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