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영성일기

맞지만 틀린 말

톨레 네움 에트 톨레 데움 2023. 11. 8. 10:20

본문 : 욥기 5장 1-27절

 

과거에 욥기를 읽으면 욥의 친구들의 말이 어디가 잘못됐다고 하는거지?

하고 의구심을 가진적이 있었다. 

맞는 말 같다. 

그러나 자세히 문맥을 따라 읽고 또 읽다 보면 무엇이 문제인지 조금은 알 것 같다. 

 

엘리바스는 욥의 고난을 하나님의 징계로 단정하고 

정의를 시행하시는 하나님께 회개하여 회복의 은혜를 누리라고 충고한다.

올바른 신학적 진술이자, 세상을 이해하는 가장 기본적인 틀이다.

하지만 '영문 모를 시련을 겪는 의인' 욥에게 들어맞지 않는다. 

깔끔한 신학 명제가 욥의 삶을 설명하지도, 욥의 마음을 위로하지도 못했다.

신학이 제대로 기능하려면 사람의 현실을 주의 깊게 살피고, 각 개인의 특수한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 

성경 지식만으로 되지 않고,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눈여겨보면서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처지를  헤아려야 한다. 

그래야 사람을 살리는 신학이 된다. 

 

엘리바스는 욥의 탄식을 분노로, 욥의 절망을 시기로 매도했고

욥을 미련하고 어리석은 사람으로 취급했다.

엘리바스는 '고난은 죄의 결과다.'라는 자기 신념을 지키기 위해

욥의 상처를 헤집는 말을 쏟아낸다.

욥을 위로하러 왔다가 자신의 편협한 신념을 지키는 데 열중한 나머지, 

우정을 잃어버리고 욥을 벼랑으로 몰아갔다. 

다른 사람을 대할 대

'내 생각이 맞는지',

'내 생각이 저 사람에게 적합한 지',

'내 생각보다 더 우선하여 지켜야 할 가치가 없는지'를 생각하면

엘리바스가 내뱉은 폭력적인 조언을 피할 수 있을 것이다. 

 

"나라면"이라는 엘리바스의 말에는 욥의 입장을 헤아리는 태도가 없다.

욥을 자기 자리로 끌어오려 하기 전에 자신이 먼저

욥에게 다가가 그를 사랑으로 대했다면 엘리바스의 신학은 달라졌을 것이다.

 

하나님의 징계를 받아ㄷ르이라는 엘리바스의 충고는 

고난을 징계로 밖에 볼 줄 모르는 모자란 신학에서 나온 치언이었고,

죄 없는 욥을 죄인으로 만드는 망언이었다.

그러니 어려움을 당하는 사람을 향해 '죄가 있어서 그렇다'라는 말을 삼가야 한다. 

 

나의 얄팍한 지식과 경험과 신념으로 

조언과 충고를 한답시고 내뱉은 많은 말들을 돌아본다.

역지사지 심정으로 상황을 헤아려보고 말했던가?

사랑으로 하지 않는 말들은 울리는 쾡과리가 된다고 성경은 말한다. 

 

언어의 신중함, 역지사지의 마음, 사랑의 마음

조급한 판단과 자기 신념에 갇힌 편협함을 묵상하는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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