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백산 산행 기행문
2024.1.20. 토요일
어린 시절 내가 살던 고향은 지리산 자락이라 겨울이면 눈이 자주 내리던 지리산 자락이었다.
그리고 고향을 더나서는 눈이 거의 내리지 않는 부산, 울산에서 35년을 살았다
나이가 들어도 눈이 내리고, 눈이 덮힌 설산에 대한 그리움이 있었다.
그래서 이번 교회 [느림보 산악회[에서 실시한 .소백사 등산이 참가하기로 마음 을 먹었다.
이야기로만 듣던 소백산 눈꽃 축제를 직접 보고 싶었었다.
소백산은 우리나라 12대 명산 중의 하나님 산으로 1987년 12월 18번재 국립공우너으로 지정되었으며
면적은 322.011km2로 지리산, 설악산,오대신에이어 산악형 국립공원 가운데 네 번째러 넓다.
해발 1,439m인 비로봉를 중심으로 국망봉(1,421m), 제1 연화봉(1,357m), 도솔봉(1,314m), 신설봉(1,389m)
형제봉(1,177m), 묘적봉91,148m)등의 많은 영봉들이 어울려
우장하면서도 부두리운 산세러 수려한 경관을 보여 주고 있다
행정구역상으로는 충청북고 단양군 1개읍.3개면, 경상북도 영주시 1개읍.4개면과 봉화읍1개 면에 속해 있다.
소백산은 소백이라는 이름 때문에 작은 산이라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큰 명산이며, 주봉인 비로봉은 수많은
야생화의 보고로 희귀 식물인 왜솜다리(에델바이스)가 자생하고 있는 지역으로 봄이면 처쭉이 만개하며
그 은은한 아름다운 자태를 드러내며, 천연기념물 제 2- 244호인 주목 군락과 함께 잘 어우러져 있아
그 고고한 자태와 함께 능선의 부드러운 멋, 우아한 곡선미와 함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주목은 제1연화봉에서부터 비로봉 사이의 북서사면(해발 1,200m~1,350m)에 분포하고 있으며 주목의 평균수령은
350년 (2--~800)으로 총 본수는3,798본(천연기념루 제244호, 1,999본 포함)으로 우리나라 최대의 주목 군란지이다.
퇴계 이황이 "울긋불긋한 것이 꼭 비단 장막 속을 거니는 것 같고 호사스러운 잔치 자리에 왕림한 기분"이라며
소백산 철쭉의 아름다움을 묘사한 것처럼 수많은 탐박객들이 봄철 소백산국립공원을 방문하고 있으며,
겨울이면 장중한 백두대간 위에 만발하느 절경을 이룬다.
소백산은 7개의 등산 코스가 있다.
1코스 : 초암사 코스 (7.8km, 3시간 40분)
2코스 : 삼가동 코스 (5.5km, 2시간 40분)
3코스 : 희방사코스 (3.7km, 2시간)
4코스 :죽령 코스 (7km, 2시간 40분)
5코스 :여의곡 코스 (5.1km, 2시간 40분)
6코스 : 천동 게곡 코스 (6.8km, 3시간)
7코스 : 도설봉 코스 (9.9km, 5시간 30분)
전날 저녁 산행에 필요한 준비물을 챙기고 잠에 들었다.
오랜만에 하는 높은 산 산행이고, 눈덮힌 산행이라 염려와 기대와 설레임으로 말이다.
이야기로만 듣던 소백산 눈꽃 축제를 보고 싶었었다.
새벽 5시에 눈이 뜨인다. 일어나 아내와 아침 말씀 Q.T를 하고
간단하게 아침 식사를 하고 배낭을 메고 차에 시동을 걸었다.
아침 7시 아직 주위는 어두컴컴하고 가랑비가 내린다.
신복 로타리를 돌아 언양 톨케이트, 경부 고속도로로 향했다.
차는 영천에서 인터체인지를 빠져나와 영천 상주간 고속도로로 향하다가
영주에서 중앙고속도로로 올라탔다.
군위 분기점에서 안동 방향으로 빠져 나왔다
10시 일행과 합류 예정인데 우리가 조금 이른 것 같아서 안동 휴게소에서 잠시 쉬었다.
등산 복장을 하는 사람들이 많이 눈에 뜨인다.
저들도 산행에 설렘을 안고 약간은 흥분된 표정들이다.
다시 안동 휴게소를 나와 운전을 하다가 풍기 IC에서 빠져나왔다.
인삼, 사과, 인견으로 유명한 풍기 시내로 접어들고 동양대학교 옆을 지나
소백산 시설관리공단과 입구를 지나 예약해 놓은 달밭골 족욕유황카페에 도착했다.
합류 시간이 10시였는데 10분 전에 도착했다.
삼가탐방지원센터 입구에서 카페까지는 약 2.1km 정도이고 계속 오르막 길이다.
삼가봉 코스는 편도 5.5km 2시간 40분 소요인데 ,
족욕 카페에서 시작하면 왕복 6.4km4 시간 정도 소요 예정이다,
벌써 산행을 시작한 분들이 오르고 있었다.
출발 지명 이름이 달밭골이다. 정겨운 이름이다. 그런데 지명의 뜻을 물어보지 못했다.
달빛이 비치는 밭이 있는 골짜기라는 뜻일까?
그래서 네이버에서 검색해 보았다. 내 생각과는 다른 의미였다.
같은 지명은 아니지만 의미는 비슷한 것 같았다.
경상북도 영주시의 순흥면 배점리에 있는 골짜기이다. 한자로 표기해서 월전곡(月田谷)이라고도 한다.
달밭이 있는 골짜기 마을을 말한다. 소백산 비로봉에서 원적봉으로 이어지는 남동방향의 능선이 있는데,
그 중간쯤의 달밭재 동쪽의 완사면에 위치해 있다.
이 달밭골은 산중에 밭을 일구어 사는 마을인데, 완만한 경사지에 달뙈기 만한 밭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지명은 이 밭의 모습에서 유래하였다고 한다.
'달밭'이라는 '다락밭'에 어원을 두고 있는데, 뒤에 와전되었음을 이해할 수 있다.
관련 지명으로 달밭재, 달밭고개 등이 있다.
오후에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로 산행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셀레네 유황족욕카페]까지 올라가 차를 주차하고
최단 코스 산행을 하기로 했었는데 이것이 화근이 되고 말았다.
참고로 소백산 등산 코스는 7개 코스가 있눈데 그 중에서 최단 코스를 택하였고
시간을 더 절약하기 위해 카페까지 차로 이동하였던 것이다..
일행들은 조금 늦게 도착했다.
방수 스프레이를 어느 집사님이 등산화에 뿌려주신다.
스틱의 높이를 조절하고 복장을 점검하였다.
어느 분이 페이스 쉴드도 가지고 오셨는데 우선 가방에 넣어 두었다.
그리고 귀가 덮힌 모자를 가지고 오지 않아서 빵모자를 썼다.
보조 옷, 간식 등으로 배낭은 두툼하다.
10시 40분에 산행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선두에서 출발했다.
약 20분 정도 조금 오르다가 벤치가 있는 곳에서 일차 쉬면서
아이젠과 스패츠를 착용하고 다시 오르기 시작했다.
아이젠과 스패츠를 차고 등산하는 것도 처음이다.
오르다보니 아내가 뒤로 처진다.
아내와 보조를 마추며 함께 오르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일행과 점점 뒤처지기 시작하고 말았다.
평지는 잘 걸어도 경사진 산을 오르는 것을 힘들어하는 아내는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잇었고 심장 박동이 요동친다고 말한다.
거기다가 신발에 채운 아이젠이 자꾸만 벗겨져서
여러 차례 걸음을 멈추고 아이젠을 새로 채워야 했다.
추위에 대비하여 타이즈와 여러벌 옷을 껴 입었고,
거기에다가 아내의 외투까지 짊어지고 오르다보니 나 또한 지처버렸다.
최근에 이렇게 힘든 산행은 처음이다.
물론 최근 몇 달 동안 운동을 제대로하지 못해서 근육도 줄어 들어든 원인도 있을 것이다.
목이 마르고 허기까지 밀려오니 점점 지쳐만 간다.
너무 힘이 들고 20m 를 채 오르지 못하고 서서 숨을 돌리고 다시 서다 가다를 반복했다.
왠 계단이 이렇게나 많은지 .
중간에 보운 병에 담아간 다듯한 물을 마시고 간식을 먹어 체력을 보충했다.
눈은 내리지만 심하지 않았으나 , 체력이 딸려서 가다 서다를 반복하였다.
눈은 자꾸 아래만 처다보고 걸었다. 설경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감상하지도 못하고 걸었다.
일행 중 김경희 집사님이 함께하며 격려하고 위로해 주었다. 미안하고 감사했다.
우리 부부가 낙후병, 패잔병 같았다. 지금까지 이렇게 꽁무니에서 산행을 해 본 적이 없었다.
체력이 급격히 저하된 자신을 발견하고 세삼 안타깝고 놀랬다.
소백산 정상 비로봉에 오르는 길은 수많은 계단을 올라야 한다.
아이젠 없이는 오르는 것이 불가능하다.
바닥은 얼어 미끄럽고 그 위에 눈이 쌓여 있어 위험스럽다.
한발 한발 내디디며 거친 숨을 몰아쉬고 오른다.
심장 박동수는 분당 140-150회는 되는 것 같다.
그렇지만 결코 포기할 수는 없었다.
드디어 소백산 정상 비로봉이 눈에 보인다.
50m도 채 남기지 않았는데 세찬 바람이 얼굴을 때린다. 눈을 뜨기도 힘들다. 따갑다.
비로봉 돌비석이 보이는데 서 있기도 힘들다.
정상에 오른 자들만이 누리는 특권, 사진 찍기에 바쁘다.
가시거리가 5m도 되지 않는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눈내리는 소백산 정상에 서서 산 아래 풍경을 바라볼 수가 없다. 아쉽다.
윤종락집사님이 하산하다가 다시 올라오셔서 우리 부부의 기념 사진을 찍어 주셨다.
감사하다. 덕분에 아내와 함께 찍은 사진을 남길 수가 있었다.
소위 칼바람이다. 얼굴이 따가워 서 있을 수가 없다.
사진 한장 남기고 일기 때문에 주변을 둘러 볼 수도 없어 하산을 시작했다.
내려오는데 상고대와 눈덮힌 설산이 너무나 아름답다.
동영상을 찍는데 울컥한 감정에 목이 매인다.
하나님이 만드신 자연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기다리고 있던 일행을 만나 김경희 집사님이 준비해 오신
시래기국을 한 그릇 먹고 단체 사진을 찍었다.
산에서 먹는 음식은 모두 다 꿀맛이다.
많은 인원의 음식을 준비해 주시고, 힘들게 짊어지고 오신 분들게 감사했다.
조금은 여유를 가지고 하산을 했다.
허벅지 근육이 뭉쳐져서 산을 오르는 것 못지않게 힘들다.
이렇게 긴 코스를 올라갔나 싶다.
실제로는 편도 3km, 왕복 6km 밖에 되지 않는데 눈 덮히고 얼어버린 산행은 싶지 않았다.
드디어 유황족욕카페에 도착하여 양발을 벗고 앉아서 족욕을 하였다.
무사히 산행을 마친 안도감이 밀려온다.
얼마만에 산행이었던가. 나이가 들수록 높은산 산행은 자꾸마 망설여지고 두렵다.
내려가면 근력 강화운동을 꾸준해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제는 그때부터 시작되었다.
하산 이후에도 계속 눈이 내리고 있었다.
4시가 넘어가재 주변이 어둑해지기 시작한다. 산중이라 어둠이 빨리 찾아온다.
카페 주인은 길이 경사가 심하고 하산이 쉽지 않을 것이니
자기가 도와 주겠다고 몇 가지를 설명을 한다.
갑자기 산행의 기쁨은 사라지고 운전해서 내려갈 일로 마음이 분주해졌다.
다들 눈길 운전 경험이 없고 체인도 없으며 스노 타이어도 아니다.
주인은 모래를 뿌리기 시작한다. 일행들도 삽을 들고 모래 주머니를 터드리며 모래를 뿌려본다.
일차적으로 카페주자장에서 오르막 경사진 곳을 올라 커브를 도는 일도 쉽지 않았다.
겨우 카페 뒷 도로까지 차를 뺐으나 이제부터 내려가는 것이 문제다.
카페에서 부터 경사가 심하다.
모래를 뿌리고 이수길 장로가 교회 스타렉스 운전을 해보는데 바퀴가 헛돌고 위험하다.
운전해 내려가면 사고가 날 확률이 높아보인다.
일단 하산을 중단하고 논의가 시작되었다.
먼저 걸어서 내려가신 분들이 관리사무소에 도착하여 119에 신고를 했다.
관리 직원들이 모래와 염화 칼륨을 뿌리고 올라오기로 했단다.
마냥 기다릴 수 없어서 계속 모래를 뿌리고 경사가 심한 구간 100m정도를 어렵게 내려왔다.
날은 점점 어두워지는데 공원 관리공단 직원들은 빨리 나타나지 않는다.
체인을 구입하기로 결정을 하고 먼저 내려가신 윤종락&최기진 집사님이 풍기 시내에 가셔서
체인을 구해 오기로 하였다. 만약 휴대폰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우리 팀이 아닌 두 대의 4륜 구동 차량이 내려가다가 조금 내려가다가 접촉 사고를 내고
내려가기를 포기하고 차를 세워둔 채 하산을 해버렸다.
관리소 직원이 더 이상 하산은 위험하니 내려 오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전한다.
결국 카페 주인과 상의해서 카페에서 숙박을 하기로 양해를 구했다.
담임 목사님과 구역원들에게 상황을 전하고 기도를 부탁했다.
그러나 또다른 돌발 사건이 생겼다.
일행 중 한 분이 쑥짐 등을 하다가 등에 3도의 화상을 입은 상태로 따라왔던 것이다.
이해가 되지 않는다. 아무리 설산 구경을 하고 싶어도 그렇지 어떻게 그런 몸으로 오겠다고 했을까?
통증이 심하여 응급실을 가야할 상황이다.
다행스럽게도 주인 차량은 스노 타이어어서 내려갈 수가 있었다.
주인에게 부탁하여 부부를 관리사무소까지 태워주기로 했다.
그렇게 하여 관리사무소에 기다리던 분들과 함께 택시로 풍기까지 이동하기로 하고
버스로 영주 그리고 대구를 경유하여 울산으로 내려갔다.
남은 분들은 차를 아래에 남겨둔 채 카페에 다시 올라왔다.
주인에게 라면과 김밥을 부탁하였더니 사다 주셨다.
그것으로 저녁과 내일 아침 혹시 점심까지 해결해야 한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누리는 행복한 시간이 있었다.
12분이 빙 둘러 앉아서 서로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5가정의 부부와 솔로 두 분이었다.
최근에 새가족으로 등록하신 분들은 이름은 들었으나 얼굴과 매칭이 잘 되지 않는다.
그래서 서로 자기 소개를 하자고 제의했다.
1년이 채 않된 새가족 가정도 있어 각자 소개와 이런 저런 이야기 꽃을 피웠다.
신앙 생활의 이야기, 울산신정교회에 와서 회복한 믿음, 현재의 신앙생활의 즐거움,
고향, 가정사 등등으로 한 바뀌를 돌자 10시 반이 되었다.
장로들과 함께 이런 시간을 가지게 되어 감사하신 분
어떻게 결혼하고 울산에 정착하며 살았는지,
펜팔로 이어진 결혼, 폰팔로 이어진 결혼, 시어머니가 맺어준 결혼 ,
직장 선배에게서 소개 받은 분과 맺어진 결혼 ...
모태 신앙이었지만 이제 제대로 성경을 읽고 지난 해 일독을 하고 2독 이상을 목표로 하고
구역 모임 활동, 수요기도회 참석, 전도를 하며 신앙생활을 맛을 제대로 느껴가는 분,
신앙을 회복하며 올 해에는 실천하는 삶을 살겠다고 결단하고 그 사례들을 들려주시는 분,
혈액암이 진단을 받았으나 아직 치료가 필요하지 않는 시작 단계에 머물러 있다고 하시면서
이번 일로 신앙과 삶을 점검하고 모든 것을 하나님의 손에 맡기기로 결단하신 분,
예비 사위의 사고로 인해 다시 하나님을 열심히 찾으며 하루 하루의 삶에 감사하시는 분
지난 울산신정교회의 발자취와 앞으로의 방향에 대하여 나눈 이야기들
식당 운영에 대한 좋았다는 의견과 절기별 식사를 하면 좋겠다는 건의
담임목사님 설교에 대한 좋은 반응들, 매주 선포되는 말씀이 꼭 자기 이야기 같다고 하시는 분.
구역 모임 시 식사 교제 등 가정 오픈을 위해 교회 가까운 곳으로 이사를 하시겠다는 집사님,
그 외에도 이런저런 신앙적인 삶에 대한 이야기들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교제의 시간을 가졌다.
거의 3시간 넘게 대화가 이어졌던 것 같다.
행복했다. 언제 이렇게 이런 믿음의 나눔을 할 수 있었던가 싶다.
뜻하지 않았던 상황이지만 이런 특별한 은혜를 누리게 하신 하나님께 마음 속으로 감사를 드렸다.
10시 반경이 되자 대화를 마치고 이리 저리 잠자리를 살폈다.
등산으로 피로가 밀려오자 모두 자리에 누워 이불도 없이 의자를 뿥혀 눕는다.
바닥은 난방이 되지 않아 차갑다. 의자들을 모아 놓고 눕는다. 덮는 이불도 없다. 불편하다.
그래도 피곤한지 조금 지나자 코를 고는 소리가 이곳 저곳에서 들려온다.
나도 몇 시간 선 잠을 잤다.
새벽에 일찍 잠을 깼다.
컴컴한 실내에서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어보지만 온 몸이 뻐근하고 대퇴부 근육은 뭉쳐 통증이 있다.
아침이 밝아 온다. 눈내린 산중에서 아침을 맞이하다니 ...
카페 주변의 온 산이 하얐다. 눈 때문에 주변은 사물을 분갈 할 정도로 앍아 보인다.
새벽 6시인데 헤드라이트를 켜고 20명 가량의 등산객들이 집결한다.
코스를 몰라 우왕좌왕 하다가 다시 내려갔다.
어둠이 사라지고 주변이 서서히 밝아져 온다.
7시 38분이 일출 시각이다.
그러나 7시에 모두 다시 모였다.
주일이다. 예배를 드릴 수 없어서 아침 묵상 본문으로 나눔의 시간을 가졌다.
이수길 장로의 예배 인도, 찬송,사도신경, 내가 대표기도를 하고 신명기 9장을 읽었다.
서로 돌아가면서 나눔을 하고 내가 마무리 정리를 했다.
찬송 95장을 부르고 주기도문으로 예배를 마쳤다.
눈 덮힌 산중에서 말씀 묵상이라니, 이런 행복한 경험이 어디 있는가?
뜻하지 않는 상황 속에서 부어지는 행복하고 은혜로운 시간이었다.
하나님의 은혜로 누리는 보너스 같은 시간이었다.
올해 교회 목표처럼 '함께'하는 가치를 경험한 복된 시간이었다.
라면과 남은 식은 김밥 그리고 가지고 간 간식들로 아침을 해결했다.
기온이 올라 눈이 녹거나 관리 공단에서 문제를 해결해 주기만을 기다릴 것이 아니라
차량이 있는 곳으로 내려가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내려갈 방법을 강구하자고 의견을 모았다.
오후에는 어떻게든 내려가야 한다.
각자의 사정이 있고 내일이면 기온이 더 떨어지고 눈이 와서 더 힘들어진다.
몇 분이 길을 따라 내려가 도로 사정을 살폈다.
영상이어서 그런지 눈들이 조금은 녹았다. 체인을 감고 내려갈 수 있을 것 같다.
어제 구입한 체인을 채웠다.
오랜만에 다시 채워보는 체인이다. 차량마다 체인이 다르다.
그때 반가운 희소식이 들려왔다. 제설차가 온다는 소식이다.
아니나 다를까 영주시에 온 제설차가 불도저처럼 눈과 어름을 옆으로 밀어내고 올라오고 있었다.
내려갈 때는 염화칼륨이 섞힌 모래를 뿌리고 내려갔다.
단 한 번의 운행으로 여러 사람이 하던 모래 뿌리기 보다 수백 배의 효과를 내었다.
내가 선두로 차량을 운전해 안전하게 내려왔다.
봉고는 체인 없이 오다가 바퀴가 헛돌아 한 참을 기다려야 했다.
그래도 다행스럽게 모두 안전하게 관리사무소까지 내려왔고,
체인을 제거한 후 시내에서 맛집에 들러 인삼불고기 정식을 먹고 울산으로 돌아왔다.
내려오면서 산을 바라보는데 어제 보다 산에는 눈들이 많이 쌓여 있다.
긴장이 풀리고 어제 제대로 자지 못한 탓에 피로와 졸음이 밀려온다.
조심해서 운전을 하고 아파트에 주차를 했다.
짐들을 정리해서 집으로 가는데 걸음걸이가 쉽지 않다.
대퇴부 근육이 뭉쳐서 평지를 걷기도 불편하다.
모처럼의 산행이라 무척 힘이 들었나보다. 근육들도 놀랬을 것이다.
짐들을 정리하고 사우나 가서 뜨거운 물에 몸을 담갔다.
온 몸의 긴장이 풀리는 느낌이다.
소파에 누었는데 눈을 뜨고 있을 수 없다.
정신없이 잠의 세계로 향했다.
이렇게 예상 밖의 1박을 한 소백산 산행이 끝이 났다.
그러나 산행의 힘들었던 기억보다, 눈꽃 핀 산의 아름다움보다
성도들과 나눈 저녁 모임과 아침 묵상 시간이 너무나 행복한 시간이었다.
고립의 문제로 인한 불평이나 불안과 염려 보다는
성도간에 교제로 주어지는 평생 기억에 남을 멋진 추억이 되었다.
코이노니아, 성도의 교제, 동아리 활동에서 기대 등을 나누었다.
서로를 알아가는 소중한 시간들이었다.
앞으로 이 일행들을 만나면 더 반갑고 훨씬 가까워진 감정으로 인사를 할 것이다.
온통 눈 덮힌 산중에서 아침 말씀 묵상이라니 ..
평생에 처음 있는 경험이요, 앞으로 또 있을까 싶다.
수련회 아닌 수련회를 가진 기분이다.
예상 밖의 1박 2일의 산행은 오래 오래 입에 오르내릴 멋진 이야기거리가 되었다.
평생에 잊지 못할 경험었이었다.
혼자였다면 얼마나 위험했을까?
산중에 고립되어 사망한 사건 사고 소식들을 접하기는 했어도
고립된 상황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를 조금은 느낄 수가 있었다..
물론 조금은 안전한 장소, 물과 음식을 구할 수 있고, 통신도 가능한 곳이었지만 말이다.
만약 어제 내려오지 못했더라면 직장과 업무의 여러가지 문제들이 발생했을 것이다.
모든 과정을 지켜주신 하나님께 감사를 올려 드렸다.
소백산 산행 가운데 평소 보고 싶었던 눈을 보았고, 눈이 만들어낸 멋진 풍경을 감상했으며
뜻하지 않은 아름답고 행복한 코이노니아 시간을 누렸던
오래 오래 간직하고 떠올리며 기억할 멋진 추억으로 남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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