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영성일기

부스러기 은혜

톨레 네움 에트 톨레 데움 2024. 2. 29. 15:48

본문 : 마가복음 7장 24-37절

 

새 정결 기준을 제시하신 후에 페니키아 주요 도시 두로와 시돈으로 향하셨다.

두로는 가버나움에서 북쪽으로 50km정도 거리에 지중해를 인접하고 있는 항구도시였다.

두 지역 모두 무역이 성행하여 매우 부유하였고 자랑스럽고 역사 깊은 곳이다. 

 

본문에 등장하는 여인은 수르보니게 지역 출신의 헬라인으로 기록하고 있는데, 

마가는 정치적, 인종적 배경을 언급하고 있다. 

 

이방인 지역인 두로에까지 예수님의 소식은 전해져 있었나보다.

한 집에 들어가 아무도 모르게 하시려 하나 숨길 수가 없었다고 한다.

귀신들린, 어린 딸을 둔, 한 이방인 여인이 예수께 나아와 발 아래 엎드린다. 

유대인 정결법으로 따지자면 대면하기 부적절한 상황이다. 

이 여인은 예수에 대하여 무슨 소문을 들었던 것일까?

아마도 예수님의 사역과 기적들을 풍문으로 들어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을 것이다.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고 예수님의 소문은

유대와 사마리아와 이방인 지역으로 삽시간에 퍼져가지 않았을까 싶다.  

 

자신의 딸을 고쳐주시리라는 믿음과 희망을 품고 나아와 엎드린다.

시대적인 상황에서 이방인 그것도 여인이 유대인에세 나아온다는 것은 쉬운 결단이 아니다. 

용기와 결단이 필요한데, 그녀를 이렇게 행동하는 것은 

귀신들려 힘들어 하는 딸을 바라봐야 하는 엄마의 안타까움과 

어떻게 하든 딸을 고쳐주고 싶어하는 치료에 대한 간절함이 아니겠는가. 

 

그런데 예수님의 반응은 싸늘하다. 

자기 딸에게서 귀신 쫓아내 주시기를 간구하거늘..

"자녀로 먼저 배불리 먹게 할지니 자녀의 떡을 취하여 개들에게 던짐이 마땅치 아니하니라." 

왜 그렇게 거칠고 매정하게 보이는 대답을 하셨을까? 

의도적으로 유대인의 선민의식이 담긴 표현을 하심으로,

여인의 고백을 통해 공개적으로 그 편견을 허물려 하신 것이라는 주석을 읽는다. 

순간적으로 개 취급을 당하는 모멸감을 느끼고 자존심이 상하는 대답을 듣는다. 

더럽고 치사하다고 일어서 비방하고 돌아설 것인가?

참고 견디며 한번 더 간청할 것인가? 내면에서는 갈등이 있었을 법도 하다. 

그러나 여인은 "옳소이다마는 상 아래 개들도 아이들이 먹던 부스러기를 먹나이다."

얼마나 놀라운 대답인가? 

예수님의 말씀에 힌트를 얻어 애완견 이미지를 덧붙혀 말한다.

여인의 태도는 가시가 돋치거나 과민하지 않았고 기대와 희망으로 가득했다. 

낙심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더 한 발자국이 무릎으로 기어서 예수님께 다가갔을 것 같다. 

떡을 구하고 기대하지 않는다. 부수러기라도 구하는 간절함과 절박함이 배여 있다.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았고, 예수님이 그것을 주실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자신의 자존심 때문에 그것을 포기할 수가 없다. 

또한 그녀의 낙천적인 성격도 한 몫 하였을 것이다. 

희망이 절망을 이기는 순간이다. 

 

우리는 이런 유사한 내용을 성경에서 읽는다. 

한 과부가 자신의 억울함을 해결하기 위해 재판장에게 포기하지 않고 찾아가 애원하듯이

주님은 우리에게 그렇게 하나님께 기도하라고 가르치시지 않았던가?

하나님을 전적으로 신뢰하고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간절히 우리의 필요를 하나님께 구하라고 말이다. 

 

"이 말을 하였으니 돌아가라. 귀신이 네 딸에게서 나갔느니라."

주님이 듣고 싶으셨던 대답이었다.

여인은 기대에 부응하는 대답을 하였고, 여인의 간구를 곧바로 들어주셨다. 

멀리 떨어져 있는 여인의 어린 딸에게 말씀으로 귀신을 쫓아내 주셨다. 

 

어느 책에서 역사는 하나님과 인간이 같이 만들어가는 것이다라는 글을 읽었다.

오늘 기적도 여인의 믿음이 기적을 이르키게 하는 원동력이다. 

주님이 원하시는 대답, 우리의 반응이 무엇인지를 묵상하게 한다. 

변함없으신 하나님, 능력의 주님 앞에서 우리의 반응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수르보니게의 여인의 마음을 곰곰히 묵상해 본다.

모든 것의 희망이 예수님께 달려있다. 

실날같은 희망이라도 절대로 포기하지 않고 끝가지 매어달리는 엄마의 간절한 마음,

나의 생각, 체면, 자존심, 감정, 기준 등 모든 것을 내려놓는 자세,

그리고 예수님은 자신의 딸을 고쳐주실 분이라는 전적인 신뢰와 믿음을 읽는다.

 

그렇다. 주님은 내 영혼을 구원하시고 책임져 주실 분이시다.  

내 인생을 온전히 감당하실 수 있는 분이시다.

나의 생명과 모든 것을 맡기고 의탁할 수 있는 분이시다.

나는 주님을 전적으로 신뢰하며 의지한다. 

나는 주님 안에서만 안전하고 평안하다. 

주님이 모든 것의 모든 것 되심을 믿는다. 

 

성령님이여 나에게 이 믿음 흔들리지 않게 도와주소서.

주님이 나의 전부가 되게 은혜 베풀어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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