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이면 찾아오는 손님이 있다.
매미다. 과거 선조들은 매미들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다..
아침 출근 길에 매미 울음소리가 요란하게 들린다.
몇년 전에 정말 귀가 떠나갈듯이 울어대던 때와는 비교는 않되지만
제법 고음의 울음소리가 들리는 아침이다.
몇 주전부터 매미 울음소리가 들려 진짜 여름인가 싶었다.
늘 있어야 할 일이 일어나지 않으면 왠지 불안해하는 것처럼
올해도 매미는 땅 속을 뚫고 올라와 울어댄다.
요즘 벌들이 자주 보이지 않아 들과 산을 갈 때 벌이 보이면 반갑기도 하다.
어릴 때는 상수리나무에 붙어 있는 매미를 살금살금 다가가 손바닥으로 덮쳐서 잡곤했다.
여름 방학 숙제로 곤충채집을 하면 빠지지 않는 것이 매미이기도 했다.
몇년 전 아파트 뒷동산을 운동할 때 온 산에 매미들이 때창을 하던 기억이 난다.
오케스트라 연주처럼 산의 이곳 저곳에서 울어 됐었다.
여름이 끝나갈 무렵이었다. 이 땅의 삶을 마감하는 매미의 울음이었을까?
매미는 땅 속에서 7년을 살고 땅 밖으로 나와 2주에서 한달 정도를 산다고 한다.
오케스트라의 마지막 연주곡처럼 연상되었던 기억이 난다.
발걸음을 멈추고 한참이나 매미의 연주를 감상했었다.
어릴 때 듣던 매미 울음소리보다 도시에서 듣는 매미의 울음소리는
더 크고 요란하고 귀에 거슬릴 정도의 db이 높게 나온다.
고향에서 듣던 매미 울음은 정겹고 시적이고 낭만적이었다면
도시에서 매미의 울음소리는 치열한 도시 생활의 삶을 대변하는 것 같다.
악에 받혀서 지르는 소리같기도 하고, 절박한 구원의 외침같기도 하다.
평상에 누워 듣는 매미 울음소리와 도시의 자동차 소음 속에서 듣는 매미 울음소리는 다르다.
어제 밤 아내와 함께 태화강 공원을 걸으면서도 매미 울음소리를 들었다.
도로변 가로수에서 들리는 매미 울음과 공원 느티나무에서 들려오는 울음이 다르다.
듣는 사람의 마음의 상태와 연관이 있는 것인가?
시골 삶과 도시의 삶은 매미 울음소리 만큼이나 다르다.
여유와 긴장감이 대비되고, 느긋함과 분주함이 대비된다.
매 순간이 치열한 전투와도 같은 도시 생활이다,
시골과 도시의 차이 만큼이나 지방 도시와 서울은 또 차이가 난다.
낭만적인 벌레의 울음으로 듣지 않고 소음으로 여겨지는 차이라고나 할까.
요즘 나의 삶은 여유가 있나? 아니 여유를 가지려고 노력하고는 있나?
시선을 위로 향하지 않고 앞을 그리고 옆과 아래를 향할 때
찾아오는 여유,그리고 만족과 밀려드는 행복감이 있다.
나를 추월해가는 SUV 차량을 보면서 생각한다.
무엇이 그리 바쁜 일이 있어서 몇 초의 빠름을 선택하는지...
나이가 들면 여유가 생긴다.
환갑을 지났다. 인간이 살면서 겪을만한 생사화복의 모든 일들을 경험했다.
희노애락을 다 경험하고, 인간 관계에서 살아가면서 겪는 수많은 갈등도 경험했다.
인간의 여러 감정도 경험하면서 힘들어하고 아파하고 슬퍼하며 기뻐하기도 했었다.
이제 중년을 넘어 노년의 시기로 향하는 나이다.
작은 매미의 울음소리 하나에도 관심과 애정을 쏟는다.
이 땅의 모든 것들을 사랑하리라 생각한다.
주변의 이웃들도 사랑하리라.
허물을 덮어주고 미워하고 판단하기보다는 이해해주리라.
매미 울음소리를 생각하다가 어쩌다 여기까지 이야기가 전개되었다.
살아 있는 순간 순간을 사랑하고 감사하면서 최선을 다해 살아가고 싶다.
작은 미물인 매미 울음소리에도 귀 기울여 듣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