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찍 출근길에 올라 운전을 한다.
극동방송에서 나오는 소리가 낯설다.
이게 무슨 소리입니까? 하고 진행자는 질문한다.
분명 코골이 소리다.
이어지는 진행자의 안내 멘트를 계속 생각하며 운전을 했다.
"잠은 하나님의 창조사역이다. 놀라운 선물이다.
기억의 재배치가 일어나고 모든 장기의 기능이 회복되는 시간이다."
코골이와 이갈이를 이런 관점에서 바라본다.
잠을 자지 않으면 코골이도 이갈이도 없다.
잠이 하나님의 창조사역이라면 이 또한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은 아니 모든 생물은 쉼이 필요하다.
사람은 하루에 6~8시간의 수면을 취해야 건강하다.
하루의 1/4 ~1/3을 자야 한다.
시간을 쪼개어 살아가는 사람들은 그 시간이 아깝고 낭비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잠을 자지 않고 살아갈 장사는 없다.
이 '잠' 이 하나님의 창조사역이라는 시각을 가질 필요가 있다.
깨어있을 때 사용했던 모든 기능들이 휴식을 취하고 회복하고 충전하여
다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시간이 필요한데 그것이 '잠'이다.
만일 잠이 없어다면 인간은 어떤 존재로 태어나고 살았을까?
모든 동식물도 마찬가지이다.
잠이라는 놀라운 하나님의 창조 섭리를 다시 한 번 깨닫는 시간이었다.
그러면서 생각한다.
인간이 보고 듣고 깨닫는 그 이면에 더 많은 놀랍고 신비스러운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잊고 살아간다.
사람만 보아도 그렇다.
내가 섭취한 음식들이 어떤 과정을 통해 소화가 일어나는지 볼 수도 없고 알 수도 없다.
심장이 어떻게 박동하고 평생을 지칠 줄 모르고 뛰고 있는지 신비하다.
다리는 42.195km 마라톤을 뛰는 것도 정말 힘들고 대단한데 심장은 멈추질 않는다.
평생을 걸어도 닳아지지 않고 또 걸을 수 있는 것이 발이다.
이 놀라운 일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들리지 않는다. 만져지지 않는다.
그러나 매일 매 순간 일어나고 지속되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잊고 산다.
무지하기도 하고 관심도 없고 신경도 쓰지 않는다.
딱딱하고 말라 비틀어져 죽은 것 같은 씨앗에서 대지를 뚫고 싹이 나고, 자라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지 ..
정해진 시간표대로 싹이 나고, 무성했다가, 단풍이 들고, 낙엽이 지고, 다시 원위치로 돌아가는지...
어떻게 뿌리에서 수액을 빨아 올려 줄기와 가지와 잎파리 들이 자라고 성장하는지 ...
어떻게 저 형형색색의 꽃을 피우며, 아름다운 모양을 만들어내는지, 저 달콤하고 맛있는 열매를 만들어내는지...
어떻게 저 높은 창공을 날아오르게 되었는지, 저 깊은 수심 속에서 생존해 살아가는지 ...
저 반짝이는 별들이 어떻게 창공에 떠 있으며 빛을 발하게 되었는지 ...
우리는 온통 모르는 것 투성이다.
알고 있는 것이 모르는 것에 비교하면 너무나 미미하다.
그러면서도 인간이 만물의 영장인 것처럼 오만하다.
작은 뇌 하나로 세상의 모든 것들의 이치를 다 알고 있는 것처럼 방자히 행하고
하나님의 창조 세계를 마음대로 파괴하고 판단하고 제 멋대로 사용한다.
잠이라는 신비 앞에 겸손해지는 시간이다.
어머니는 늘 잠이 부족하여 힘들어 하셨다.
'깊이 잠 한 번 자봤으면 좋겠다'고 자주 넋두리를 하셨다.
병원에서 환자들이 수면 장애에 불편함을 호소하면 나는 지체하지 않고 수면제 처방을 한다.
'잠이 보약이다'는 것을 알기에 깊은 숙면이 치료에도 도움이 된다.
정서적으로 그렇고 정신적으로도 그렇다.
스트레스는 몸도 마음도 긴장을 유발하고 피곤하게 만들기 때문에
깊은 숙면은 모든 긴장들을 이완시켜 주고 몸의 대부분의 기능을 회복시켜 주기 때문이다.
할머니는 '너는 잠만 좀 적게 자면 공부를 잘 할텐데..'하고 잠이 많은 나에게 한마디씩 하셨다.
어떤 면에서 나는 잠에 대한 복을 많이 받았다.
배게에 머리를 대면 곧바로 잠이 든다. 장소 여하를 막론하고 쉽게 잠이 들고 많이 자는 편이다.
아침이면 식탁에 앉아 식사기도를 할 때면 편하게 깊이 잔 잠에 대하여 늘 감사기도를 드린다.
피로를 회복하고 또 하루를 힘차게 활력있게 시작할 수 있으니
어찌 감사하지 않을 수 있을까?
잠은 연약한 인생들에게 베풀어주신 하나님의 은혜요 축복이 분명하다.
누에고치는 세 번 잠을 잔다고 한다.
어릴 때 우리 집에서는 양잠을 하였다.
안방에 나무를 세우고 채반을 얹어 누에를 키웠다.
뽕잎을 먹고 자라는 누에 때문에 방과 후에는 망태나 비닐 비료 포대를 들고 밭으로 뽕잎을 따러 가야 했다.
살작 잠이 들면 누에들이 뽕잎을 사각사각 갉어 먹는 소리가 들린다.
하루 밤 자고나면 누에들은 자라 있고 그렇게 세번 잠을 자고 나면 성충이 대고 누에고치들을 만들어 냈다.
채반에 하얗게 누에고치들이 주렁주렁 달려 있는 모습은 어린 나에게 신기했다.
그렇게 누에고치를 따서 공판장에 가지고 가 팔아서 빈농들에게는 요긴한 목돈이 만들어지고
자녀들 학비에 유용하게 사용되곤 했었다. 교복을 사고 월사금을 내고 신발도 사주고 ...
인간도 매일 잠을 잔다.
365일 잠을 자고 100년이면 365,000번 잠을 잔다.
그러나 마지막 잠은 영원히 깨어나지 않는 잠을 자게 될 것이다.
그 수많은 잠 동안에 하나님은 쉬지 않으시고 일하고 계시다는 사실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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