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글모음

쓰레기 단상

톨레 네움 에트 톨레 데움 2022. 12. 15. 09:23

갑자기 떨어진 기온으로 온도계는 영하를 나타내고 있다.

점심은 집에서 준비해 온 떡 두 조각과 과일로 대체하고

운동복으로 갈아 있었다.

귀를 가리는 벙거지 모자를 쓰고, 장갑을 끼고,

한 손에는 검은 비닐 봉지를, 한 손에는 쓰레기 집게를 들었다.

마스크를 쓰고 핸드폰에 이어폰을 연결하여 찬송가를 틀었다.

요즘 찬송가 보다 CCM을 자주 들어 귀한 찬송가를 부르는 일이 줄어 들었다.

올 해가 다 가기 전에 찬송가 책에 있는 모든 곡을 다 들을 것이다.  

 

냉기가 가슴팍으로 밀려온다.

추울 때는 빨리 걷는 것이 좋다.

이틀 동안 같은 코스에서 쓰레기를 주었던 덕분에 쓰레기 양이 적어

먼 거리까지 걸으면서 운동 겸 쓰레기를 주어올 수 있었다.

 

쓰레기를 주으면서 얻는 깨달음이 있다.

처음에는 큰 쓰레기가 먼저 눈에 들어오고,

우레탄이 갈린 보행로와 자전거 길 주변에 있는 쓰레기만 눈에 들어와 줍는다.

그러고 나면 작은 쓰레기들이 눈에 들어오고

갈대나 긴 풀 속에 잠겨 눈에 잘 뛰지 않는 쓰레기들을 찾고 집어 들어올린다. 

 

우리가 죄를 회개할 때도 그렇지 않은가?

당장 저지른 큰 죄는 쉽게 깨달아져서 회개한다.

그리고 자신을 더 잠잠히 자세히 들여다보면 작은 사소한 죄들도 생각이 나고 회개하게  된다.

나이가 많고 신앙의 연륜이 많은 믿음이 좋은 분들이 늘 자신을 죄인이라고 부를 때

왜 그런 말을 더 자주 하는지 조금은 더 이해가 되었다. 

강변이 온전히 깨끗해지고 그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숨겨진 것들도 찾아 치워야 하고 

새롭게 버려지는 쓰레기도 주어야 한다.

깨끗한 상태를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

계속 쓰레기를 줍고, 깨끗함을 유지하기 위한 끊임없는 수고가 필요하다. 

일상의 바쁜 일정이나 사정이 있어서 며칠이나 한 주만 줍지 않아도

쓰레기는 많이 쌓여 있다.

우리 마음의 상태와  별반 다르지 않음을 깨닫는다.

날마다, 매 순간마다 기도하면서 하나님을 모시고 살려고 노력하고 애쓰지 않으면

죄가 어느새 내 마음을 채워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하나님 보다 세속적인 것들로 가득 차 버린 마음을 발견한다.

한 번 청소했다고 그 상태가 유지되는 것이 아님을 절감한다. 

 

쓰레기 줍기를 수 개월 지속하면서 성령께서 주시는 깨달음에 감사하다.

자신의 영성을 위해 끊임없이 기도하고 말씀을 묵상하고 예배하던 수도사들을 생각해본다. 

그렇게  평생을 살아도 마음을 지키기가 쉽지 않은 것이 인생이다.

그런데 속세에서 분주히 살아가면서 마음을 지키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주일 한 시간의 예배, 30분 설교 듣는 것으로 가능하다고 생각하는가?

불가능하다. 

매일 아침에 말씀 묵상과 기도로 가능하다고 생각하는가?

물론 도움이 많이 된다.  

그렇지만 매 순간을 하나님과 동행하기 위해서는, 주님을 마음에 모시고 동행하기 위해서는

매 호흡할 때마다 머리 속에서 하나님을 향한 마음이 떠나지 않아야 한다. 

가능할까? 불가능하다고 단정 짖지 말자.

로렌스 형제의 임재연습이라는 책을 다시 서재에서 끄집어 내었다. 

하나님을 정말 사랑한다면, 주님을 열렬히 사모한다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쓰레기는 줍고 또 주어야 환경이 깨끗해진다. 

물론 먼저 버려지는 일이 없어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러나 그것은 나의 몫이 아니다.

하나님 앞에 마음이 청결해지기 위해서는 날마다 회개하고 기도해야 한다.

 

"마음이 청결한 자는 복이 있나니 천국이 저희 것임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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