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글쓰기

2023년 가을

톨레 네움 에트 톨레 데움 2023. 10. 11. 09:47

아침에 일어나 거실 미닫이 문을 열고 태화뜰을 바라본다.

중앙 느티나무길은 붉게 물들어 있고, 실개천에는 억새가 은빛 물결친다.

아파트에 심겨진 나무들은 노랗고 붉은 빛이 점점 진해져 간다.

조석으로 쌀쌀함을 느껴 어제 부터는 긴 와이셔츠에 넥타이를 매었다. 

 

며칠 전 부터 운동하다 늑골 골절이 생겨 통증으로 몸을 가누기가 불편하다.

흉부외과 의사가 늑골골절이라니, 중이 제 머리 못깍는다는 말이 실감이 난다.

작년에는 족구하다가 왼쪽 늑골 골절이 되더니 이번에는 오른쪽이다.

갈수록 체력의 한계와 약해져감을 느낀다. 

명확히 언제 골절이 된 것인지 모르겠다. 

환자들에게 가르치고 주의만 주었지 진즉 자신은 돌보지 못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자신이 한심해 보인다. 

몸 탓인지 여러가지 일들이 짜증이 나고 머리도 기분도 흐리다.

일들을 자꾸만 미루다가 시기를 놓치고 말았다.

월요일 노회 참석도 못하고, 종석이 형 장례에 연락도 늦었다.

아침에 부랴부랴 조으금을 송금하고 종인이 형님에게 전화를 걸었다. 

토요일 황윤호 선생님 차녀 결혼에 또 실수를 할까봐 아침에 전화를 걸었다.

얼마 전에는 조용길 선생 모친상에 연락을 받지 못해서 결레를 범했다. 

김보성목사에게 한마디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할까말까 망설여진다.

모든 일들이 뒤죽박죽이고 혼란스럽고 어수선하다. 

왜그런지 모르겠다. 

 

어제 운전하면서 암송하던 성경 구절은 이렇다.

"아무것도 염려하지 말고 오직 기도와 간구로 너희 구할 것을 감사함으로 하나님게 아뢰라.

그리하면 모든 지각에 뛰어나신 하나님의 평강이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 마음과 생각을 지키시리라." 

 

성령님이여 도와주소서.

마음의 평강을 허락하여 주옵소서.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하지 못하는 부족하고 연약한 인생을 불쌍히 여겨 주소서.

머리가 맑지 않고 며칠 동안 흐린 하늘처럼 마음도 생각도 몸도 흐리고 가끔 비가 내린다. 

무거운 마음으로 쓴 커피 잔을 기울여 본다.

글을 쓰는데 노회 진상언 목사님의 전화가 울린다.

노회 참석하기로 했는데 통증으로 포기했었다. 아니 아파서 참석하는 것도 잊어버렸었다.  

 

외사촌 형인 김 종석이 형님이 돌아가셨다. 

몇년 전에 뇌출혈로 쓰러지셨는데 형수님이 집에서 끝까지 돌보셨다고 한다.

싶지 않은 일이셨을텐데 ...

나도 무심하게  그동안 전화 한통 드리지 못했다. 송구한 마음이 크다.

나에게는 외가 식구들이 거의 없다.

외할머니나 할아버지는 생면부지이고 외가도 가본 적이 없으며

같은 동네, 삼기 천 앞 도로변에 사셨던 외삼촌집과  30m정도 떨어진 이모집이 전부였다.

일찍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자란 나를 외삼촌과 외숙모는 많이 귀여워해 주셨다. 

외삼촌은 정치에 관심이 있어서 김대중선생을 따르셨다고 들었다. 

그리고 종석이 형님, 종인이 형님, 혜순이 혜숙이 주님

후처에서 태어난 종국이 형과 종숙(?)이가 있었다. 

외삼촌의 돌아가신 기억은 남아 있지 않다. 외숙모도 그렇다.

너무 어릴 때라 기억 속에 남아 있는 기억은 외삼촌 집에 놀러가면

외숙모가 밥을 챙겨 주시고 간혹 같이 식사도 했던 기억이 남는다.

종석.종인 형제는 목수 일을 하셨고 창문 들을 만들어 팔던 모습이 생각난다. 

그러다 언제인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으나 서울로 이사를 가셨고

아파트 샤시 업을 같이 하신다고 들었다. 

어머니 장례식과, 큰형님 장례식 그리고 신혜 결혼식에서 얼굴을 뵌 적이 있었는데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몇년 전 뇌출혈로 쓰러질 당시 코로나 팬데믹 상황이었고, 치료를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형수님과 전화통화만 했던 기억이 난다.

2023년 10월 8일 운명하시고 의정부 을지대병원 장례식장 6호에서 장레를 치루었다. 

장지는 인천 가족공원-일산공감수목장이다. 

유족으로는 김규태-김현주, 김정태-지순미, 김은희, 김은자로  아들 둘, 딸 둘을 낳으셨다.

조카들은 일면식도 없다. 

 

하늘은 맑고 청명한 가을 하늘인데

내 마음은 뒤죽박죽이고 어수선하고 평화롭지 못하다. 

매사에 자신감이 떨어지고 마음은 답답하고 어디가서 고함이라도 질러보고 싶다. 

 

오늘은 그런 날이다.

성령이여 나를 긍휼히 여기시고

마음을 다스려 주시고 평강을 허락해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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