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글쓰기

사람 냄새가 그립다.

톨레 네움 에트 톨레 데움 2023. 11. 8. 08:46

늦은 밤 아파트 문을 열고 들어 선다.

깊은 어둠과 정막함이 엄습해 온다.

스위치를 켜자 빛이 거실을 비춘다.

인기척이라고는 전혀 들리지 않는다.

생명 있는 것이라고는 하나도 없다.

 

컵 라면 하나를 뜯는다.

밥통에는 10인분 찬 밥이 담겨 있다.

김치 하나에 후루룩 라면과 밥을 들이킨다. 

간단하게 씻고 소파에 턱 걸터 앉는다.

고단한 하루의 피로가 밀려온다.

 

배고품과 찬 냉기가 쓸쓸함을 더한다.

아내와 사별한지도 벌써 18년이란 세월이 흘렀고

자식들은 타지로 떠나고 없다. 

외롭다. 

파도처럼 밀려오는 외로움에 몸을 떤다. 

잔소리하던 아내가 그립다.

말 부칠 상대가 없다.

입을 꾸욱 다문 채로 T.V를 보다가 잠이 든다.

 

새벽 알람에 피곤한 몸을 일으켜 세운다.

 

토끼 세수를 하고 작은 지퍼백 하나 들고 주차장으로 향한다. 

식당에서 간단하게 국밥 하나로 아침을 해결하고 택시 운전을 한다.

관리비도 내야 하고 먹고 살아야 하니 택시 운전은 계속해야 한다.

말 동무가 필요하여 손님에게 말을 건넨다. 

어디 가시냐고, 무엇하시냐고 ....

내 이야기인데 좀 들어달라고 ...

 

많이 외로우시겠어요?

 

사람 냄새가 그립습니다. 

 

교회 나오시라고, 그러면 말 동무가 있다고 ...

 

아내한테 이야기를 듣는데 마음이 너무 아프다. 

택시를 타고 교회로 향하는데 나이 지긋한 택시 기사 분이

들려준 이야기란다.

 

날씨가 쌀쌀해지고 몸이 아플 때

내 곁에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이 없을 때

사랑하는 사람들이 떠나고 없을 때

모든 일들이 엉망진창이 되고 도와주는 손길 하나 없을 때

외롭다.

너무 외로워서 미칠 것 같다.

가슴이 터질듯 하다. 

어떻게 마음을, 외로움을 주체할 수가 없다.

외로움이 커다란 파도처럼 밀려온다.

 

정호성 시인은

[수선화]라는 시에서

[울지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것이다.]

라고 말하지만

머리와 가슴은 너무 멀다.

 

김 환기 화백이 죽고 나서 부인 김향안 여사가 이렇게 말했다.

"사람 하나 사라졌을 뿐인데

우주가 텅 비어 버렸다."

빈 자리의 크기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크다. 

 

노 사연의 [바램] 가사 중에는

"내가 힘들고 외로워 지칠 때 누군가 내  얘길 조금만 들어주면  

세월의 한 복판에 덩그러니 혼자 있지 않을 것이며,

곁들여 사랑한다는 아주 작은 한마디는

사막을 걷는다 해도 꽃길이라 열길 것이다." 고 노래했다. 

 

잔소리도 괜찮다.

구박해도 좋다.

가까이서 이야기 할 상대가 필요하다.

따뜻한 말이면 더 좋겠다.

사랑하는 말이면 금상첨화이겠지.  

내 말을 들어 주고, 공감해 주고, 이해해주는 사람이 필요하다.

 

외롭고 쓸쓸한 이 밤

내 말 들어줄 사람 어디 없소 ~~~~

 

주여 

 

저들에게 조용히 다가가 꼬옥 안아줄 그런 사람되게 하소서.

가만히 옆에 앉아서 무슨 이야기든지 끝까지 들어주는 사람 되게 하소서.

주변에 외로움에 힘들어하는 자들에게 친구가 되기 원합니다. 

저들에게 다가갈 따뜻한 마음, 이해하는 마음, 들어주는 마음, 사랑의 마음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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