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집

시편으로 기도하기

톨레 네움 에트 톨레 데움 2024. 6. 26. 09:53

- 매일 성경에서 옮김

 

가장 완전한 기도, 시편

 

기도 안에서 성장하는 일, 자신의 내면을 돌보는 일에 관한 관심은 분주할 때는 등한시하기 쉽다.

하지만 기도 없이 활동에 몰두한다면,

영혼의 생명력은 시들어 가고, 활동은 제대로 열매 맺기 어려울 것이다.

기도는 우리가 해야 하는 여러 일 가운데 하나가 아니라,

하나님과의 일치를 위해 끊임없이 계속되어야 하는 관계이자 사귐이다.

그래서 영성가 토마스 머튼(Thomas Merton) 의 표현처럼 '가장 완전한 기도'인 시편을 통해

기도에 대해 다시 생각하며 기도를 배워보려 한다.

기도는 기도를 통해 배울 수 있기 때문에, 시편을 묵상하며 본문과 함께 기도할 때

시편의 기도는 개인의 기도 그리고 공동체의 기도가 될 것이다. 

 

예수 그리스도와 함께 시편 기도하기

 

그리스도인들은 예수님처럼 기도하기 위해 예수님의 기도 방식을 궁금해한다.

시편은 구약 시대 유대인들이 회당 예배와 개인 기도에서 사용했던 시와 노래 모음집이다.

예수님 당시 유대인들도 예배와 매일의 찬양에서 시편을 사용했고,

예수님도 이런 전통 속에서 시편을 듣고 찬양하며 성장하셨다.

그리고 예수님은 십자가에서 돌아가실 때도 시편으로 기도하셨다.

그래서 독일의 신학자 디트리히 본회퍼(Dietrich Bonhoeffer)는 시편의 기도가

하나님을 섬기는 구약 공동체 전체와 개인의 기도였을 뿐 아니라, 예수님과 그리스도교 공동체,

예수님이 가르치신 기도로 함께 기도 드리는 모든 개인의 기도라고 말한다.

베네딕도 수도원 전통에서는 시편을 묵상하고 암송하면서 일주일에 일독을 하나님께 드리며 생활했다.

이렇게 오랫동안 이어온 시편 기도의 전통을 회복할 때 우리의 기도는 더욱 부요해질 것이다.

 

시편 중 많은 부분이 다윗의 기도이다.

본회퍼는 성경이 다윗의 시편을 통해 예수 그리스도의 구속 사역을 정확히 그려주고 있다고 말한다.

다윗이 그의 직무와 삶 그리고 시를 통해 그리스도의 모습을 미리 증언했다는 것이다.

기름부음 받은 왕의 직무와 고난받는 삶을 통해

메시아로 오실 그리스도를 약속하고, 십자가의 수난과 부활의 영광을 예표한 것이다.

 

우리의 경험과 만나는 시편

 

시편은 인생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드러낸다. 

사람들이 이 땅에서 경험하는 갖가지 상항을 정직하고 자유롭게 묘사한다.

슬픔과 기쁨, 낙담과 기대, 두려움과 담대함, 절망과 희망, 상실과 회복, 실패와 성취 등

누구나 한 번쯤 겪었을 만한 사건들이 때로는 탄식과 참회로, 때로는 감사와 찬양으로 표현된다.

그래새 구약학자 월터 브루그만(Walter Brueggemann)은

시편이 혼돈과 찬양이 교차하는 인생의 계절들을 통과하며 하나님과 동행한 사람들의 신앙 이야기라고 한다. 

하나님이 누구신지 어떤 분인지 아는 사람들의 노래이고,

죽음과 같은 '극단 경험'을 겪어내며 완벽한 기쁨의 '절정 경험'을 맛본 사람들의 기도라는 것이다.

그래서 토마스 머튼은 시편을 잘 이해하려면 시편이 표현하는 감정들을 자신의 것으로 경험해야 한다고 말한다.

시인과 같은 마음이 되어 한 구절씩 간절하게 기도할 때, 깊이 감추어진 자기 마음도 하나님께 토로하게 된다.

그러면서 모든 감정과 생각이 하나님께 기도로 드려진다고 이야기한다.

 

동시에 시편은 구원하고 책임지시는 하나님의 약속과 완성에 관한 이야기이다.

부르짖는 사람들의 소리를 들으시고 신실하게 응답하시는 하나님이 시편의 주인공이시다.

그래서 브루그만은 시편에 구덩이에 빠진 인간이 도움을 요청하는 외침이 있고,

구원하시는 하나님의 손길과 감사하는 이들의 찬양이 있다고 말한다.

이것이 시편에 이끌리는 이유이다.

밤낮으로 눈물을 음식처럼 먹던 사람(42:3)에게

원수의 목전에서 상을 베푸시는 하나님(23:5)이 현존하시기 때문이다.

피할 수 없는 십자가와 마침내 다가오는 부활의 능력이 생생하게 살아 있는

하나님의 구원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시편의 묘사를 통해 우리는 인간 삶의 유사성에 관해 이해하게 된다.

자신의 경험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시편을 읽으며 삶의 동질감을 느끼고,

하나님의 손길을 간절히 기다리는 그들의 갈증을 함께 느낀다.

두려움의 압박을 벗어나려고 그들처럼 '피난처'(14:6, 59:16, 61:3, 62:8)이신 하나님을 찾으며,

구원하시는 하나님의 '날개 그늘'(17:8, 36:7, 57:1)을 굳건히 신뢰하게 된다.

그래서 시편은 우리의 기도가 된다. 

시편의 언어가 인간 내면을 깊이 있게 표현하기 때문이 아니라, 그것이 찾는 대상이 하나님이기 때문이다.

탄식과 찬양이 하나님을 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신뢰하는 마음으로 결과를 하나님 손에 맡기고 구석으로 내몰린 자신과 이웃을 위해 기도하게 된다.

 

시편의 언어와 기도

 

그럼에도 시편의 언어는 때로 우리를 당혹스럽게 만든다.

적들에게 둘러싸여 완전히 고립된 채 인생의 가혹함을 홀로 직면한 것 같은 사람들의

거침없고 솔직한 언어가 우리를 불편하게 만들기도 한다. 

일상적인 기도에서 듣지 못했던 생경하고 거친 언어로 인해 건너뛰고 싶은 충동이 일어난다.

정제되거나 절제되지 않은 감정의 표출이 말씀의 권위를 떨어뜨리는 것 같다.

하지만 시편이 드러내는 것은 인생이 본래 그렇게 안정과 형통의 경험으로만 채워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오히려 더 많은 시간을 불안정 속에서 고난의 파도와 싸우는 것이 인생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인간의 경험을 생생하게 표현하는 시편은 우리의 기도가 더 적극적이어야 한다고 요청한다.

피상적으로 시편을 읽지 말고 하나님을 향해 투박하게 호소하는 그들의 경험으로 들어가라는 것이다.

그것은 시편에 나타난 인간 경험이

여전히 지금 우리의 그리고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사실을 기억하라는 요청이다.

그래서 시편의 기도에 주의를 기울이듯 자기 내면의 소리와 다른 사람들의 삶에 관심을 기울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시편 기자들처럼 하나님이 듣고 행하실 것을 기대하며 청하라는 것이다. 

 

그러게 기도한다는 것은 그만큼 하나님과 살아 있는 관계를 맺고 있다는 표시이다.

불의한 상황들을 바로잡고, 무너진 질서를 일으켜 세워 제자리를 찾게 할 수 있는 능력이

하나님게 있다는 신뢰의 표현이다.

이렇게 자신과 다른 사람의 기쁨과 슬픔에 민감하면서 그것을 시편의 언어에 담아 기도로 드릴 때,

하나님은 우리의 생각을 넘어선 신비로운 방법으로 응답하신다.

소망이 없는 것 같은 암담한 현실과 일어설 힘이 없는 것 같은 무기력을 깨고

혼돈의 세상에서 새로운 질서를 가져오실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 안에 내적 질서를 세우셔서 무분별한 욕구에 끌려다니지 않고 

올바른 사랑으로 바라고 구할 수 았는 정화된 갈망을 주실 것이다. 

 

시편을 통해 배우는 기도

 

시편을 통해 우리는 어떤 상황에도 하나님을 바라보며 기도할 수 있음을 배운다.

토마스 머튼을 통해 시편의 기도를 제대로 배우기 위한 두 가지 방법을 알 수 있다.

첫째는 자신의 상황과 조건에 맞는 시편을 찾는 것이고,

둘째는 시편으로 깊이 들어가 자신의 시편이 되게 하는 것이다.

자신의 상황과 조건에 맞는 시편을 찾는다는 것은

언제든 기도할 수 있도록 시편이 우리를 초대한다는 것이고,

그 초대에 응하여 시편을 묵상하고 암송하면서 시편에 깊이 빠져들어 자신의 시편이 되게 하는 것이다.

 

시편의 기도는 때로 거칠어 보이지만 순박하게 자신을 드러내고,

때로는 어린아이처럼 순수해 보이지만 한없이 깊은 지혜로 하나님이 하신 일을 찬양한다.

투박하지만 생명력 넘치는 시편의 언어와 함께 자신의 속마음을 기도로 내어놓는 습관을 익힌다면

시편의 참된 목적인 하나님을 찬양하는 일이 매 순간 가능할 것이다.

시편은 우리의 사랑이 하나님께 향하도록 도와주고,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 중심을 하나님과 일치시켜주기 때문이다.

 

'자료집'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구원의 서정  (1) 2024.09.05
단순한 기도  (1) 2024.07.08
사랑의 그리스어  (0) 2024.06.12
방언  (0) 2024.05.03
십자가, 자기부정과 자기포기  (1) 2024.04.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