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 6월 6일 쾌청하였지만 초여름의 날씨에 부산의 모교회인
영안침례교회당에서 결혼예식을 올렸다.
그로부터 33년이 흘렀다.
이제는 중년의 마지막 길목에 서서
지난 결혼 생활을 뒤돌아 본다.
나는 대학을 졸업할 당시에 성령이 충만하여 독신 선교사의 꿈으로 충만해 있었다.
부산 백병원에서 인턴 수련 과정을 시작하게 되었고 첫 순환 수련 과정이 내과 10주 과정이었다.
그 때는 만나는 사람마다 복음을 전하던 때다. 병실 전도도 하곤 했다.
인턴과정이 그렇듯 밤 늦게까지 병동에서 일을 해야 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간호사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일하는 때가 많았다.
그때 복음에 관심을 보이던 간호사가 지금의 아내다.
당시 아내는 카톨릭 통신교리교육 과정을 받고 있던 시절이다.
내과 병동에서 3년 차 간호사로 중환자들을 많이 간호하면서
삶과 죽음, 신과 사후의 세계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이것이 통신교리교육 과정으로 이어지제 되었었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복음에 관심이 있었던 아내와 많은 신앙적인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고
병원 밖 커피 숍에서 일대일 양육이라는 과정을 하면서 가까와졌다.
하나님은 나의 독신의 계획을 까맣게 잊게 하시고
아름다운 여성에게 마음을 빼앗기게 만드셨다.
그리고 기억하기로는 버스 안에서 결혼에 대한 프로포즈를 했었던 것 같다.
특별한 이벤트도 없이 프로포즈를 하였으니 참 분위기 없고 멋없는 남자였다.
감사하게도 조금은 순수하고 성실한 나를 좋게 봐 준 아내는 결혼을 승낙해주었고
개신교로 개종하여 함께 교회를 다니게 되었다.
그리고 1년 뒤에 침례를 받고 그 다음 해에 결혼식을 올리게 되었다.
좌충우돌하면서 결혼생활을 했다.
정말 바쁜 전공의 생활과 군의관 시절이었다.
집보다 병원에서 지내는 시간이 대부분이었고, 전문의 시험 준비로 딸과 보내는 시간도 많지 않았다.
그리고 전방, 서부 전선에서 군의관 시절 1년차 때는 떨어져 지내야했다.
2, 3년 차에는 아내가 직장을 그만두고 함께 군인 아파트에서 생활하였고
제대 후 울산에서 생활이 시작되었다.
아마도 군 생활이 가정 경제적으로는 궁핍했지만 몸과 마음이 편하고 자유로웠던 시절이었다.
사실 결혼 생활에서 나의 주 관심은 가정 보다는 신앙생할이 우선이었다.
그러다보니 아내와 딸에게 소흘하게 했던 것들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지금 생각하면 이 모든 것을 참아주고 견디어준 아내에게 미안하고 감사할 따름이다.
어느덧 세월은 흘러 환갑의 나이에 이르고
딸은 출가하여 엄마가 되고, 덕분에 우리는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었다.
그동안 아내와 나는 몇 번의 큰 수술을 받았으나 하나님의 은혜로 지금까지 건강하게 살고 있다.
가난의 어린 시절을 긍휼히 여기시고 의사로서 경제적으로 크게 어려움이 없게 하셨다.
개원을 통해 많은 돈을 벌지 못하였지만,
봉직의로 살면서 경제적으로 큰 불편을 모르고 살아왔으니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다.
같은 신앙인으로 하나님께 의지하며 살아왔다. 이제는 신앙의 동반자가 되었다.
나는 장로로 아내는 권사로 교회를 섬기고 있다.
물론 신앙의 연륜이 다르고 성숙도가 차이가 있으니 갈등도 있었다.
돌아 보면 서로 다른 기질이다.
아내는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반면 나는 감성적이고 행동적이다. 급하고 다혈질적이다.
배우자가 돕는 베필이라는 말이 좋다.
사실인즉 아내는 나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고 도움을 주었으니 딱 맞는 말이다.
지금은 서로를 위한 이해와 배려가 많아졌다.
순종적이고 조용한 편이고 말이 많지 않았던 아내가
나이가 들면서 말수가 많아지고 자기 주장이 강해지며 지적하는 일이 많아졌지만
그래도 대체적으로 내 말에 잘 따라주는 편이다.
이년 전 아내가 머리수술을 하고 난 뒤 부터는 다짐한 것이 있다.
수술 실 밖에 대기실 에서 아내의 수술이 끝나기를 기다리면서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이제는 나 중심의 가정생활이 아니라 아내를 위하여 살겠다고..
그래서 지금은 더 많은 이해와 양보와 배려가 가능해졌는지도 모르겠다.
먼 훗날 후회하지 않기 위해, 피눈물 흘리는 일을 하지 않기 위해서
더 이상 아내를 힘들게 하거나 아프게 하는 실수를 하지 않아야겠다고 결심했었다.
오늘 결혼 33주년이다.
오랜만에 함게 쇼핑을 했다.
아내가 원하는 블루투스를 야마하 가계에서 샀다.
이동식이고, 소형이며, 조명도 되고, 360도 음향이 퍼져 나간다.
요리를 하거나 부엌일을 하고 책을 볼 때 음악이나 설교를 듣고 싶어하는 아내는
몇 번이나 블루투스 사달라는 이야기를 꺼냈었다.
그리고 덤으로 좋아하는 골프의 의상을 사주었다.
물론 내것도 구입하기는 했지만 말이다.
지금까지 함께 살아준 아내가 고맙고 감사하다.
자신을 돌아보면 여러가지로 부족한 것이 참 많았었다.
의사, 그리스도인이라는 것 말고는 자랑할 것이 거의 없는데도
참아주고, 배려해주고, 기다려주었다.
물론 지금도 부족한 것이 많고 별로 재미없는 남편이지만 인생의 동반자로 함께하니 감사하다.
주님 부르시는 날까지 함께 하기를 기도한다.
건강이 최고의 기도제목이다. 아내가 큰 수술을 두 번씩이나 받았다.
소망하기는 건강함으로 우리에게 맡겨진 사역을 잘 감당하다가 천국에 가고 싶다.
사람이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앙생활도 많은 제한을 받는다. 사람들과의 관계도 영향을 받는다.
많은 활동이 제한을 받고 우선순위가 바뀌고 중지되어야 한다.
육신이 병들고 약해지면 마음도 약해지고 믿음도 약해진다.
그래서 운동과 건강관리에 신경을 많이 쓰게 된다.
몸이 아프다고 말하는데 무시하거나 귀담아 듣지 않아서 병을 키우는 일이 없어야겠다.
소박하지만 조용히 결혼 기념일을 보내면서
이제는 그리스도의 향기를 내뿜는 성숙한 신앙인으로, 존경받는 어른으로,
아름다운 가정, 행복한 부부이기를 소망해 본다.
아내가 차려준 나를 위한 특별한 만찬, 함박스테이크로
맛있고 풍성한 저녁 식탁을 맞이하면서
감사의 기도를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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