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매물로 나온 전원 주택을 보고 와서 찍어 온 사진들을 보고 있었다.
식사 후 자문을 구하기 위하여 K선배에게 전화를 걸었다.
마침 울산 시내에 있는 아들 집에 오는 길이라면서 한 시간 뒤에 집에 오겠다고 한다.
서로 식사를 마친 뒤라 차 한잔 하려고 기다렸다.
선배는 들어 와 소파에 앉자 마자 충격적인 이야기를 한다.
" 나 위암 수술 했다. 부산 세계로 병원에서 수술하고 퇴원한 지 일 주일 지났다."
쿨하게 지나가는 말처럼 근황을 말씀하셨다.
현관에 들어설 때 눈치를 채지 못했던 나는 순간 작은 충격을 받았다.
자존심이 강한 선배가 연락하면 놀라고 걱정할까봐 연락도 하지 안했었다.
늘 건강하고 매사에 자신 만만하게 살면서 전원 주택을 짓는 일을 하던 선배이다.
K선배를 안 지도 꽤 오래 되었다. 40년이 넘는 세월이 지났다.
고등학교 때 부산의 영안 침례교회를 나가고 대학교 들어가면서 청년부에서 선배를 알게 되었다.
난 의과대학을 진학했고, 선배는 해군을 제대하고 경남공전 산업디자인학과에 재학중이었다.
예과 2년 때는 선배와 6개월 정도 같이 한 방에서 자치를 한 적도 있다. 그때 선배 방의 이층 침대를 사용했었다.
인제의대와 경남공전은 정거장 하나 정도 떨어져 있었다.
선배는 성격이 좀 독특했다.
좋은 사람이고 순수하면서도 뭔가 어설픈 것 같으면서도 돈키호테 같은 괴팍한 면이 있었다.
첫 사랑을 못잊어서 자신이 그린 여인의 그림을 액자에 담아 수년 동안 늘 걸어 두고 살았고,
정확한 사연은 모르겠지만 소아마비인 현재의 형수와 결혼하여 지금까지 결혼생활을 잘 유지해 오고 있으며
아들 주성이는 인제대학을 나와 공익요원을 마치고 한전에 입사하였다.
한번은 선배 내외와 식사를 하는데 평소는 늘 퉁명스럽게 툭 툭 던지는 말을 하던 선배도
아들 주성이가 한전에 들어간 것이 자랑스러운지 표정이나 말 속에 행복한 기색이 역력했다.
학교에서는 성적도 좋았는데 첫 번째 도전에서는 실패하고 두 번째 도전에 그것도 공기업에 입사했으니 말이다.
진심으로 축하해 주었다.
선배는 졸업 후에는 모나미 볼펜을 만드는 문화 ** 회사에 취직하여 전주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던 것으로 기억이 나고,
입사 후 몇 년 되지 않아서 퇴사하고 부산으로 돌아와 가야동에서 화실을 운영하기도 했다.
그때 부터 독학으로 플릇을 연습하던 기억이 난다.
방학 때면 그 화실에 자주 놀러가 시간을 보내곤 했다.
졸업 후 사진 취미생활을 열심히 하던 선배는
내 결혼식에 사진도 찍어 주었고 공항에 자기 자가용으로 태워주기도 했었다.
그러다가 나는 졸업 후 수련과정으로 바쁜 시간을 보내고 3년간 군복무로 전방에 가 있으면서 만나지 못했다.
제대 후에 울산에 살면서도 부산에 갈 일이 드물어서 만나지 못했는데
선배가 어느 날 울주군 삼동에 있는 처가로 이사 오게 되면서 다시 교제가 이어졌다.
선배는 전원 주택 짓는 회사에서 일을 하다가 독립하여 혼자서 아름 아름 전원주택을 짓는 일을 하고 있었다.
일년에 서너번은 선배 집에 놀러가고 같이 식사를 하고 지냈고
10여년 전에는 우리집 리모델링을 멋지게 해 주어서 지금까지 잘 살고 있다.
수술은 잘 되었단다. 경과도 양호하여 2주 입원치료를 예상했었는데 열흘 만에 퇴원하셨다고 하셨다.
다행히 위암 1기라서 수술만 하고 추후 항암이나 방사선 치료 등은 필요 없는 상태라고 감사하다고 말한다.
수술은 개복 수술을 하고 50% 정도 위절제술을 받았다.
늘 건강이나 삶에 자신 만만하던 선배가 기가 꺽인 모습이다.
조금은 조직에 안티적이고 반항적이며 독불장군 같은 생활을 하던 선배인데
위암이라는 수술 앞에 날개가 꺽인 독수리 같았다.
백발에, 배는 홀쭉해졌고, 얼굴은 조금은 야인 모습이다.
병원 생활과 치료 경과 그리고 병원에서 시작된 기도 생활 등을 이야기 한다.
자신의 완고함과 고집이 꺽이고 하나님 앞에 선 60 중반의 중년의 모습
예배당 바닥에 여러가지 생각들로 잠이 오지 않아서
수술한 몸으로 담요를 걸치고 무릎을 꿇고 기도하는 선배를 그려 본다.
교만하고 자신만만했던 자신의 모습, 교회는 어릴 때 부터 다녔지만 늘 아웃사이드로 지냈고
자신만의 철학과 가치관에 늘 삐딱하게 목회자와 교회를 바라보던 선배이다.
인간은 한 없이 연약하다. 그리고 죽음 앞에서 두렵고 자신에게 정직해진다.
선배 집은 교회와 집이 붙어 있다. 담이 없어 마당을 공유한다.
교회의 각종 리모델링 및 관리를 다 해 주면서도 새벽기도나 수요기도회는 참석을 하지 않던 선배가
예배에 나가기 시작했단다. 감사할 일이다.
전원 주택을 작 년에 세 채나 지었고 일들을 다 마무리 한 단계,
그리고 금곡에 있던 자신의 전원주택도 정리를 다 한 무렵에 혈변과 소화장애, 오심 증상이 나타났고
의사 지인을 통해 상담을 받고 곧바로 위내시겨을 하고 수술을 받게 되었다면서 여화와 이레의 하나님을 찬양했다.
이 모든 일의 과정을 돌아 보면서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깨달았다고 부인은 이야기하신다.
과로와 스트레스가 원인이었다.
집을 짓는 일이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 보다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 작업이다.
집을 한 채 짓고 나면 몸무게가 몇 kg가 빠진다고 했던 말이 생각났다.
자신의 체력을 믿고 지나친 책임감으로 일을 하다 보니 몸이 망가지는 것도 몰랐던 모양이다.
마음이 아파온다. 그것이 우리 시대 아버지들의 모습이 아닌가?
전원 주택에 대한 이런저런 자문을 구하고 이야기를 하다가 돌아갈 때가 되었다.
아내가 전복 미역국을 담고 상추를 챙기는 사이 선배 내외와 나는 소파에 앉았다.
선배의 손을 잡고 같이 기도했다.
순한 양처럼 손이 잡히고 기도하는데 마음이 뜨거워 진다.
평소에는 마지못해 기도하고 따라하던 선배가 이제는 마음이 열려 같이 진심으로 기도하는 것이 느껴진다.
돌아가는 걸음 걸이가 수술 후 아직 회복이 될 되어서인지 힘이 없어 보인다. 휘청거린다.
소아마비인 아내의 손을 꼭 잡고 아파트를 내려가는 형이 한편으로는 감사하고 한편으로는 마음이 짠하다.
손을 흔들고 배웅하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이런 생각이 든다.
하나님이 적절한 때에 사랑하는 아들을 믿음으로 연단시키시기 위하여 고난을 주셨다고 ...
그래서 고난은 유익이다는 말씀이 떠 오른다.
고집스럽고 자신만만하고 자기 주관이 강하던 선배가 순한 양이 되어 있었다.
이 고난의 광야를 통과하면서 그리스도의 장성한 분량에 이르는 믿음을 소유하시기를 기도한다.
두 분이 행복하시기를, 건강하시기를 기도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선배에 대한 이런 저런 생각들이 스쳐간다.
늘 자신의 이윤에 상관 없이 자기가 생각하는 최고을 집을 지어 주던 선배이다.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가지고 결과에 만족해하며 청기기적인 신념으로 일하시던 선배이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를 매입하고 리모델링을 하게 되었다.
리모델링 공사가 다 마무리되고 나서 선배 부인에게서 전화가 왔다.
"000씨! 이번 공사하고 남은 것이 하나도 없답니다."
미안해서 직접 전화도 못하고 부인의 입을 통해 멋적게 이야기 하시던 선배였다.
그래서 공사비의 10%를 따로 드렸었다. 미안하고 감사했다. 그런 형이다.
지나치게 이해타산적이 아니다. 자신의 것을 나누기에 주저하지 않는다.
어떨 때는 공사를 해주고 남은 것이 없을 때도 있고, 오히려 자신의 주머니를 털어서 공사를 해 주는 경우도 있단다.
집주인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추가로 기간 연장이나 인부를 구하지 않고 자신이 직접 일을 하기도 한다.
행함은 적고 많은 말을 하는 목회자 보다는 어떤 면에서 말씀대로 실천하며 사는 삶이다.
그런 선배를 존경하고 좋아한다. 선배를 만나면 늘 마음이 편하다.
우리가 만나면 난 늘 신앙적인 이야기로 내가 선배인 것처럼 이야기를 한다. 선배는 주로 듣는 입장이었다.
오랜 세월 동안 같이 늙어가면서 선배도 내 삶을 인정해주고 나의 기도를 따라서 아멘으로 화답한다.
그래서 지금까지 선배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리라.
내가 살아오면서 오래동안 관계를 유지하는 사람 중에 열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선배이다.
빨리 건강을 회복하기를 기도했다.
그리고 자신이 좋아하는 창조적인 작업을 하면서 조금은 여유를 가지고 인생 2막을 살아가기를
좋아하는 플릇도 불고, 맛있는 빵도 굽고, 진한 향이 나는 커피도 마시고
형수의 피아노 반주에 맞추어 멋진 연주도 하시기를 기대한다.
두 분이 행복하기를 소망해 본다.
하나님 ! 선배 내외분에게 건강과 행복한 인생 2막을 허락해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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