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글 모음

평범한 일상의 행복

톨레 네움 에트 톨레 데움 2021. 6. 19. 09:55

평범한 일상의 행복                                                                                   2021. 06. 18. 금요일

점심 식사 후 곧바로 강변을 향한다.
며칠 동안 출장으로 지친 몸이지만
강변을 걷는 유혹을 뿌리칠 수 없다.

깨어진 일상을 회복하는 일이다.

운동복에 이어폰을 끼고 KBS FM 콩에서 흘러나오는 클래식 음악을 들으며 걷는다.
음악이 주는 정서적 편안함도 힐링을 더하면서
반복되는 행동과 일상이 따분하고 지겹기만 한 것은 아니다 라는 생각을 해본다.

속박을 당해본 자만이 자유의 의미를 잘 이해할 수 있다고 한 만델라의 이야기가 생각난다.
긴장을 하지 않으니까 근육도, 정신도 이완되어 심리적으로 편안해지고 안정감을 준다.
이제 초여름 날씨라 등에서는 땀이 흐르지만 즐겁게 걷는다.

작은 백 팩을 메고 낚시 대 하나 들고 나와서 잡히지도 않는 물고기를 잡겠다고

연신 낚시 줄을 던지는 초로의 저 남자분의 모습은 무엇인가?

밑밥도 없이 흰색 비닐 몇가닥으로 밑밥을 대신하고 연신 낚시 줄을 던지지만
시간을 낚는 건지, 고기를 낚는 건지 모르겠다.


오늘도 필드 파크에는 운동하는 많은 분들이 홀마다 스윙을 하고, 퍼팅들을 한다.

제법 거리가 나는 분도 계시고 원 퍼팅으로 마무리하시는 분도 계신다.

골프를 할 수 있는 경제적 여유는 없지만 파크 골프로 대리만족을 하시는 건지

실제로 나이에 맞는 적절한 실외 운동을 하고 계시는 건지 모르겠다. 

아무튼 각 구청마다 태화강과 동천강변을 따라 파크 골프장을 조성해 놓았다.


이 모양, 저 모양으로 걸어가는 분들을 바라보는 것도 흥미롭다.

그들의 복장, 걸음걸이를 보면서 그분들의 마음을 읽는 것도 소소한 재미가 있다.  

 

자전거 라이딩을 하는 분들도 다양하다. 남녀노소가 따로 없다.

청소년 시절에 삼천리 자전거와 짐을 싣던 검은색 자전거 밖에 없었는데,

자동차가 많아지면서 자전거가 갑자기 사라지는가 싶더니

어느 날 자전가 타는 사람이 늘고 자전거도 다양해졌다.

단순한 이동 수단이던 자전거는 이제 레저 스포츠의 수단으로 변화했다.

무리지어 강바람을 가르며 싱싱 달리기도 하고, 혼자서 여유있게 즐기는 라이딩을 하기도 한다.


강물 위를 저공비행을 하다가 물 위에 외다리로 긴긴 시간을 홀로 서 있는 저 외가리는

고독과 외로움에 득도의 경지에 올랐을까?

모래톱에 휴식을 취하고 있는 오리들, 하늘을 날기도 하고, 여유롭게 물 위를 헤엄치기도 하다가

물속의 고기들을 사냥하기 위해 연신 잠액질을 하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도 작은 즐거움이다.

태화강이나 동천강은 물고기가 많다. 그래서 새들도 많은데 하루에 몇 마리나 잡아먹을까 궁금하다.


늘 같은 시간에 이룩하는 비행기를 향해 시선을 들어 하늘을 처다보는 것도,

그 시간이 되면 이륙한 비행기가 고도를 높이며 창공으로 솟아오르는 것을 바라보며

내가 비행기를 조종하면서 저 큰 동체의 비행기를 하늘에 띄워 날아가는 대리만족을 느껴보기도 한다.

사위가 조종사여서 더 관심이 가고 비행기 조종석에 앉아 있는 사위를 생각한다.

오늘도 비행기가 제시간에 나타나기를 기다리는 기다림의 작은 행복을 느낀다.

 

일기 따라 변하는 하늘과 구름, 계절 따라 다양한 옷으로 갈아입는 무룡산, 동대산,

마르지 않고 끊임없이 흐르는 강물과 강 속의 환경에 따라 변하는 물길,

바다와 가까운 동천강은 밀물과 썰물 때마다 강의 수위가 바뀌면서 강의 모습도 바뀐다.
강에 있는 보와 돌다리를 바라보며 시골 고향의 냇가로 시간 여행을 하게 한다.


같은 코스를 걷고, 매번 반복하는 운동을 통해서 편안함과 안정감을 회복한다.

작은 변화에도 관심이 가고, 기다림과 설레임도 나의 마음을 풍성케 한다.   

외식도 좋지만 집 밥이 소중하고 몸에도 좋다.
사람들은 뭔가 특별한 것들을 찾고. 색다른 음식점과 맛 집도 잘들 찾아다니지만
난 집밥이 좋다. 집 밥 먹고 탈난 적이 거의 없다. 그러나 외식 후에는 화장실 직행도 자주 한다.
옷도 그렇지 아니한가? 평상복은 참 편하다.
그러나 외출복이나 격식에 맞게 입는 옷들은 멋져 보이기는 하지만 불편하다.
사람들 사이도 그렇다.
늘 함께 하는 가족이 얼마나 마음이 편하고 안정적인가?
나와 함께하는 가족보다 더 좋은 사람은 없다. 격이 없다는 것이 이렇게 사람을 편하게 한다.
집도 마찬가지다.
멋진 아파트, 그림같은 전원 주택을 갖고 싶어하지만
지금 살고 있는 집보다 며칠은 좋을지 몰라도 몇달 지나면 별반 차이가 없다.
집 떠나면 고생이다는 말을 경험자들은 안다.
지금 살고 있는 자기 집이 최고다.
고향, 엄마 품속 같은 포근한 안식처가 되기 때문은 아닐까 싶다.

이러한 익숙함과 친숙함이 사람에게 긴장을 풀게하고 안정감과 편안함을 가져다 주는 것 같다.

특별함 보다 평범한 것을 좋아하는 것이 나이탓인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은 어찌할 수 없다.

며칠 만에 땀을 흘리며 걷는 이 시간이 주는
작은 행복의 소중함을 생각해본다.
요즘 이것을 소확행이라고들 한다.
반복이 주는 행복도 있다는 것을 느끼는 시간이다.

반복이 지겨움, 따분함, 무료함, 탈피하고 떠나고 싶은 그런 것만은 아니다라는 생각을 해본다.
은퇴 할 때까지 매일 같은 일을 단순 반복하는 노동자들이나 직장인들도,
매일 아프다고 찾아오는 환자를 보는 나도,
수십 년 매일 반복되는 가사일에 지친 주부들도,
매일 반복되는 수업에 스트레스 받는 학생들도,
반복되는 같은 동작 훈련을 수천, 수만 번씩 하는 운동선수들도
한번 생각을 바꿔보면 어떨까 싶다.

자신에게 주어진 일상이 사람마다 다 다르겠지만
일상이 주는 안정감, 익숙함, 자신감, 편안함, 행복감을 묵상해 보는 것 말이다.
반복되는 일상을 탈피하거나 탈출의 대상으로 생각을 하지 말고,

사고의 전환을 통해 즐기는 대상으로 생각한다면,

일상이 행복하고, 삶이 편안하며 안정적이지 않을까 생각해보는 시간이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모든 것이 비정상이라고 불평들 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우리가 잃어버렸던 일상을 회복하고 있지는 않은지 반문 해본다.

오히려 이런 모습이 정상적이고 일상이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평범한 일상이 주는 행복을 누리는 것이
삶의 지혜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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