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에 내려와 직장생활을 시작한 것이 1994년 봄이었다.
내가 근무하는 병원은 중구 태화동, 태화강이 내려다 보이는 곳에 위치해 있어
가끔 점심 시간에 태화강변을 걷고 싶어서 텃밭 사이를 지나 강가로 나가면 악취가 진동했다.
가지산 쌀바위에서 발원하여 울산의 중심을 관통하고 동해로 흘러들어가는 태화강은
과거에는 1급수 물고기들이 살고, 연어의 회귀와 산란 장소, 재첩과 바지락이 많이 잡히는 개끗한 하천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산업화와 각종 공단이 들어서고 개발이 되면서 태화강은 죽은 강, 썩어 악취나는 강이 되고 말았다.
강변 좌측으로는 작은 언덕이 있고 태화강을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태화루가 있다.
진주 촉석루, 밀양 영남루, 울산 태화루가 영남의 3대 루로 일컬어진다.
현재의 태화루가 복원되기 전에는 각종 행사와 예식장으로 사용하는 8층 건물이 들어서 있어서
주말이면 늘 교통이 매우 혼잡했다.
당시에 시외버스와 고속버스 터미널이 도로 건너 우정동에 위치하고 있었고
우정시장과 태화시장을 배후로 하고 있고 5일장이 들어서는 날이면 많은 사람들이 붐비고 복잡한 곳이었다.
태화강 정원이 들어서면서 수백억원을 들여 부지와 건물을 매입하고 태화루를 복원되었다.
태하루에서 바라보는 전망과 야경은 참 아름답다.
지방자치가 실현되고 2004년에 죽은 태화강을 살리기 위한 노력이 시작되었다.
태화뜰에는 십리 대나무 숲과 수십동의 비닐하우스와 밭으로 이루어진 공간이었다.
뜰 가운데는 왕버들 두 그루와 늪지와 작은 셋강이 있을 뿐이었다.
한 때 재개발 이야기와 아파트 신축의 이야기가 돌기 시작했으나
시민단체와 시민들의 노력으로 재개발 계획은 무산되고 시민을 위한 공간으로 돌아오게 되었고.
이 태화뜰은 시민들의 휴식 공간을 위한 공원으로 조성되기 시작되었다.
시민의 승리이고 정말 위대한 결정이었으며 성공적인 생태공원화 사업이 진행되었다.
2004년 에코폴리스 선언이 선포되고 강의 준설작업이 시작되었다.
지금도 기억이 난다. 강바닥의 퇴적물을 포크레인 등으로 파 올리는데
시커먼 퇴적물이 강 양측의 나대지에 수 십m 높이의 몇 개의 산을 이루었다.
강의 퇴적물이 늘어나는 원인이었던 강 하류에 있는 수중보를 제거하여 유속을 빠르게 하였고
가정 오폐수의 태화강 유입을 막는 공사가 병행되었다.
강둑을 높이는 공사를 하여 홍수 때마다 범람으로 주변이 침수되는 일을 막고 배수 펌프 시설들을 설치하였다.
수년의 노력 끝에 강은 살아났고 연어가 돌아오고 재첩이 잡히며 수영대회를 할 수 있을 정도로 회복되었다.
카누를 타고 노를 저으며 연습하는 모습을 도시 한가운데서 보는 시민들의 눈도 즐겁다.
도시의 심장부를 흐르는 태화강, 강이 있는 도시는 아름답다.
나는 태화강을 울산의 쎄느강이라 부른다.
처음 태화강 공원이 조성되고 첫 해 드넓은 태화뜰에 수백만송이의 꽃들이 심겨졌다.
수십만 평에 수백만 송이의 관상용 양귀비, 수레국화, 안개꽃이 피었을 때는 정말 환상적인 모습이었다.
매년 보니까 감동이 줄어들었지만 수십만 평에 꽃이 만발한 모습은 정말 멋진 장관이 아닐 수 없었다.
매년 여러 가지 꽃들이 철따라 심겨지고 피어나고 사람들을 맞는다.
양귀비, 안개꽃, 수레국화, 국화, 작약, 금낭화, 해바리기, 코스모스, 억새 등등 ..
수십 종류의 꽃들이 봄 부터 가을 까지 연이어 피어난다.
태화강에는 연어, 수달, 배첩, 바지락등 800여종의 어류가 사는 청정하천이 되었다.
강변을 걷다보면 강가를 배회하는 어른 팔뚝만한 잉어 가물치 들이 보이고
잔잔한 수면 위로 힘있게 점핑하는 물고기들을 바라보는 즐거움이 있다.
낚시가 금지되어 있어서 태화강은 물반, 고기반이다.
연어떼들이 산란을 위해 상류 범서 쪽으는 올라가는 모습 또한 장관이다.
공중에는 새들도 돌아왔다. 백로, 외가리, 까치, 까마귀, 꿩, 부엉이 등 각종 새들이,
강물에는 오리, 원앙새 등 각정 철새들이 찾아오는 강과 대나무 숲 그리고 태화뜰이 있다.
봄이면 우우죽순 솓아나는 죽순이 한달 사이에 몇 십 미터씩 쑥쑥 자라는 모습을 볼 수 있는 살아있는 생태계이다.
가을이면 물억새가 가을의 낭만을 연출하고 겨울이 되면 떼가마귀의 군무는 탄성을 자아낸다.
저녁으로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며 운동하는 수천명의 시민들이 이용하는 공간이며,
자전거 라이더들이 즐기는 코스요, 마라톤 동오회원들이 달리는 코스이다.
연인들이 연신 셔터를 눌러대는 여름 밤 대나무숲속에 조성된 은하수길도 추천 장소이다.
강바람에 흔들리는 대나무 부딪히는 소리와
인공적이지만 은하수처럼 대나무에서 반짝이는 아름다운 모습은 눈과 귀를 즐겁게 하는 포토존이다.
한여름이면 대나무 숲속에서 펼쳐지는 남량축제가 있어 젊은이들은 입장하기 위해 1km이상 줄을 서고
귀신들의 출몰에 무서움과 놀라 질러대는 소리에 태화들을 들썩이게 한다.
재즈 축제 등 각종 공연이 이어지고 눈과 귀를 즐겁게 한다.
젊은이들과 예술인들 각종 음악 동호회원들의 공연장이 되고 곳곳에서 색스폰 연주 소리가 걸음을 멈추게 한다.
여름밤이면 수 많은 텐트족들이 잔디 밭을 가득 채우고 자신들만의 사적 휴식 공간으로 변모한다.
태화강 공원은 울산시민에게 없어서는 않될 명소가 되었다.
처음 울산에 왔을 때 학성 공원 외에는 공원 같은 시설 하나 없던 것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을 느낀다.
태화강 공원이 지방국가정원이 되고 작년 부터는 국가정원으로 승격되었다.
국내 100대 관광지로 선정되어 관광객들이 찾는 관광지가 되었으며
110만 울산 시민들이 이용하고 사랑받는 휴식 공간이 되었다.
중구 835.998m2, 남구 350.45m2 의 넓이의 대공원이다.
태화강을 중심으로 양측에 대나무 십리대숲이 있고 대나무 숲을 외곽으로 각종 정원들이 들어서 있다.
태화강을 경계로 남구에는 은행나무 정원, 백로 서식지 등 조류생태원, 보라 정원, 숲속 정원 등의 공원이 조성되어 있고,
중구 쪽에는 초화원, 무궁화 정원, 은하수 정원, 작약원, 무지개 정원, 모네의 정원, 나비 정원, 향기 정원,
작가 정원, 시민, 학생 정원, U-5 가든, 대나무 생태원, 대나무 테마공원, 가족 휴식 정원 등 다양한 정원이 있다.
또한 야외공연장, 생태 다리, 수생식물원, 나비 다리 등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국가정원이 되고 정부의 지원과 관리공단이 지속적으로 잘 관리하여 매년 시설 등이 점점 좋아지고 있다.
태화강국가정원 관리센터, 십리대숲교, 은하수 다리, 만회정, 태화강 전망대 등의 시설이 들어섰다.
소풍마당, 만남의 광장, 왕버들 광장, 시민 정원, 학생 정원 등에는 시민들의 만남과 휴식 공간이 되었다.
지난 번에는 주 출입구를 정돈하여 멋진 계단과 만남의 광장을 세련되게 개.보수하였고
추가로 큰 느티나무들을 심어 그늘과 잔디를 확장하였다.
요즘 저녁이나 주말이면 태화공원은 가족 단위와 젊은 사람들의 텐트족들이 점령하다시피 한다.
난 이 정원을 사용하고 정원이 주는 아름다움을 누리기만 한다.
요즘은 전원 주택이 붐이고 자기 취향에 맞는 공간을 가꾸고 누리고 즐기는 경향이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많은 재원과 관리와 시간과 노력과 노동이 필요하다.
그렇지만 이렇게 지방자치단체에서 멋지게 관리해주는 큰 정원을
내 정원으로 생각하고 즐기면 될 일을 사적인 공간을 위해 그렇게 노력해야 하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어제도 태화강 공원을 1시간 반 정도 걷기를 하면서 마음것 즐기고 누리는 행복한 시간을 가졌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주중에는 직장에, 주말에는 교회에 매인 몸이
정원을 가꿀 시간적 여유가 생기지 않아 전원 생활을 선뜻 결정을 하지 못한다,
그리고 또 다른 핑게거리로 전원생활을 하면 저녁에 이렇게 운동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하면 더 망설여진다.
전원주택은 밤에 운동을 할 수 없어 집에서만 지내야 하는데 과연 더 유익할까 하는 생각도 있다.
이런저런 핑게로 전원주택 구입에 주저하고 망설인다.
오늘도 내 정원을 한 바퀴 돌았다, 아니 다 돌지도 못했다. 다 돌려면 3시간은 족히 걸릴 것이다.
내 정원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무료로 같이 누리고 늘 새벽 부터 밤 늦은 시간 까지 붐빈다.
호사가 이런 호사가 없다. 관리하라고 잔소리가 필요없고 돈이 들 필요도 없고 걱정거리도 없다.
아무리 대저택을 가지고 있어도 이 정도는 아닐 것이다.
태화강 국가정원이 주는 행복이 엄청나다.
난 단지 즐기기만 하면 된다.
그런데 안타갑게도 즐길줄 모르는 사람들이 참 많다.
지척에 이런 멋진 공원을 두고도 일년에 한번을 나올까말까 하는 이웃들도 있으니 말이다.
무엇이 지혜로운 삶일까? 지혜자의 모습일까?
국가 세금을 충실히 납부하는 것 말고 더 내가 할 의무는 없다.
가까운 곳에 행복이 있다. 즐거움이 있다. 기쁨이 있다. 아니 건강도 있다.
이것을 이용하고 즐기면 즐거움과 건강이 덤으로 주어진다.
태화강 국가정원은 내 것이다.
ㅎㅎㅎ
생각하기 나름 아닌가?
착각이니 과대망상이니 하는 핀잔을 들을 이유가 없다.
아무도 이런 나의 생각에 피해보는 이 없고 방해주는 일이 없기 때문이다.
오늘 이 대정원의 주인으로 내 정원을 한바튀 휙 돌아보았다.
행복한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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