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글모음

꽃비가 내리고

톨레 네움 에트 톨레 데움 2025. 4. 7. 14:45

오전 진료가 늦게 마쳐 점심을 후다닥 먹고 병원을 나선다.

 

화장실 창문 너머로 낮익은 얼굴이 보인다.

동강 병원에 같이 근무했던 심폐기사 박실장이 행정처장과 소다미 대표이사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얼굴이라도 보려고 서둘렀지만 보이지 않는다.

다행히 택시를 타고 출발 직전에 발견하고 반갑게 악수하고 헤어졌다. 

비즈니스로 병원을 찾았다 다른 약속으로 이동 중이었다. 

 

도로를 건너 강변 산책로에 들어서자

봄바람에 벚꽃 잎들이 휘날린다.

봄비 대신 꽃비가 내린다.

 

이번 주를 넘기지 못할 것 같다.

흰색이라기 보다는 연분홍 빛 꽃잎이 바닥에 쌓여 

양탄자 대신 꽃탄자라고 불러야 할까

 

복사꽃도 붉은 빛이 옅어졌다.

대신 수양버들과 가로수는 연두색이 짙어져 간다. 

파크 골프장도 잔디가 올라와 제법 푸르름을 유지하고 있다. 

 

땅에는 작은 하얀 나비가 날고 

벚꽃 나무 위로 펼쳐진 파란 하늘에는 비행기가 날고 있다. 

 

자연을 가까이 하면 할수록 내 몸도 생명력이 충만해지는 느낌이다. 

콘크리트 안에 갇힌 육체와 자연 속에 자유로운 육체는 사뭇 다르다.

외진 모퉁이 외래 진료실은 냉기로 온풍기를 켜야 하지만

열심히 걷는 등에는 땀이 흐른다.

 

귀에는 잠언의 지혜의 말씀들로 충만하고

눈에는 창조의 실체들이 가득하다.  

 

사순절 강대상 위에 십자가와 웰계수와 하얀 천은 무엇을 상징함인가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와 승리를 상징함인가

붉은 보혈이 뚝 뚝 떨어지는 십자가를 떠올리고.

십자가를 붙들고 울부짖는 자신을 상상해 본다. 

 

사랑하는 주님을 만날 날이 언제련고

이 땅의 순례길을 마치는 날 

나의 전부이신 사랑하는 주 예수 그리스도를 뵙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꽃비가 내린다.

보혈이 흘러 내린다.

나의 눈물도 가슴을 타고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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