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글모음

연두빛 사랑

톨레 네움 에트 톨레 데움 2025. 4. 11. 09:46

무채색 세상이 유채색 세상으로 바뀌고

여러 가지 봄 꽃들이 피었다가 지고 내년을 기약한다.

진료실 밖에 불게 피었던 동백꽃 수 십 송이가 시들어가자

이제는 내 새상이다라며 연산홍이 고개를 처들어 꽃망울을 떠트리기 시작했다. 

 

온 산천은 연두빛 세상이다.

언제부터였을까 이 짧은 시간을 사랑하게 되었다.

짙은 신록의 계절이 오기 전 연한  새순이 살포시 고개를 들이내밀고 

세상을 향해 자신의 살아있음을 선포하는 시기 말이다. 

 

싱싱함이 뚝뚝 떨어지고 다가가기도 조심스러운 연두빛 세상

신생아들의 부드러운 살결마냥 한없이 연하고 부드러움을 상상케하는 연두빛 물결

죽음이 물러가고 새 생명의 찬가가 울려퍼지는 세상

그곳에 연두빛 세상이 있다.  

연두색은 생명의 색이다. 

시선을 멈추게 하고 심장을 고동치게 하는 세계다.

 

벛나무도 연분홍 꽃잎들이 사라지자 연두빛 잎사귀들이 고개를 내민다.

파크 골프장에는 하루가 다르게 연두빛 잔디가 갈색의 모래를 뚫고 번져간다. 

느티나무를 비롯한 나무들도 앙상한 가지 위에  연두색 완장을 차기 시작했다. 

연두색은 곧 푸르름에게 자리를 양보하고

진은 신록의 물결이 온 산하를 뒤덮을 것이다. 

 

살포시 고개를 내밀어 새신랑을 바라보는 새색시 미소마냥

연두빛 찬가를 부르는 이 순간에도 

미세한 심장의 떨림이 가슴을 두근거리게 한다.

 

'2025년 글모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십자가를 본받는 삶으로의 결단  (0) 2025.04.21
주관  (0) 2025.04.19
대통령 탄핵을 바라보는 외국의 시각  (3) 2025.04.08
꽃비가 내리고  (1) 2025.04.07
3월을 보내며  (0) 2025.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