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글쓰기

2023년 봄

톨레 네움 에트 톨레 데움 2023. 3. 7. 14:13

봄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

겨울 스포츠와 스키를 즐기는 사람들이 아니라면 말이다.

나이가 들어 가면서 봄이 찾아와도 봄에 대한 기대나 감동이 없이 지나가고 있다.

그저 아 봄이 왔구나...정도의 반응을 보이는 것이 고작이다.

 

며칠 전에 뒷산에 오르다 매화가 피어있는 것을 보았다.

'아 벌써 봄이 왔구나.' 하고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고 잠시 멈추어 서서 꽃을 보는 것이 전부였다.  

 

지난 주말에는 경주 보문호를 돌다가 노란 산수유와 홍 매화 꽃이 피어 있는 것을 보았다.

강변에는 수양버들 나무 가지가 옅은 연두색으로 물이 올라 있다. 

요즘 공기가 차갑지 않다. 

벚꽃나무 가지에는 꽃망울들이 준비를 하고 있고

이름 모르는 파랑색, 노랑색 야생화들은 피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옷도 바뀌어져 가고 있다. 

 

그러나 봄을 향한 과도한 설렘도 없고, 흥분된 기대감도 없다. 

생명의 약동을 노래하던 시인의 심장의 고동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나의 감정의 변화와는 상관 없이

죽은 것 같았던 생물들이 다시 새생명을 피워낼 것이다. 

암갈색 광야 같은 색은 연두색에서 초록빛으로 새롭게 변신을 지속할 것이고 

앙상한 가지에 풍성한 잎사귀들로 생명과 성장과 새로움으로 멋지게 탈바꿈할 것이다. 

지구가 아름다운 것은 이런 계절의 변화가 있기 때문 아닐까?

 

시간의 연속선 상에서 수없는 생로병사의  무한 반복이 이어진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 보면 그 변화 또한 동일하지 않다. 

자연도 지구도 생물도 단순한 무한반복이 아니라 반복 속의 변화가 함께 한다. 

늘 신학기가 시작하고 진급을 하고 입학과 졸업을 무한 반복한다.

그러나 대상자도 바뀌고 그 입학식과 졸업식의 모습도 바뀐다. 

매일 매일의 삶이 다람쥐 쳇바퀴 도는 것 같이 단순 반복되는 것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다 다르다. 

만나는 환자들이 다르고, 진료하는 질병도 다르다. 

 

이런 작은 변화에 얼마나 민감할까?

변화에 민감하고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며 살아가고 있나 돌아본다.

갈수록 반응 속도와 대처 능력은 떨어져만 간다.

'이제 이 나이에 뭘 한다고 그래, 그냥 이렇게 살다가 가지 ....'하는 목소리가 강해지고

'그래도 사는 날 동안에는 잘 적응하며 뒤쳐지지 않고 살아야 하지 않겠어!' 하는 또 다른 목소리가 있다.

그렇다면 영적인 반응은 어떤가?

나이가 들수록 보수적이고 고집과 자기 주장이 강해져 간다.

 

운동하고 들어오는데 신호 대기 중에 가로수를 보니

녹색의 작은 새싹들이 돋아나 있다.

살아 있었구나.

나는 지금 영적으로 살아 있나? 

 

봄이 왔다. 

내 인생에도, 내 영혼에도, 내 믿음에도 봄이 찾아오기를 소망한다. 

 

봄은 좋은 계절이다. 

생명을, 소생을, 부활을 묵상할 수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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