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사하게 그리고 환하게 피어있던 벚꽃이
봄바람에 우수수 꽃비를 흔날리고 있다.
산책하는 이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길가에 쌓인 벚꽃 잎파리는 쌓여 흰 눈이 쌓여 있는 것 같고
길 위에는 점점이 꽃길을 만들었다.
우리는 벚꽃이 지면 벚나무에 관심을 주지 않는다.
꽃이 그 나무의 전부인 양 감탄하고 즐거워하고 환호하다가
꽃이 떨어져버리고 푸른 잎사귀가 나오기 시작하면 우리의 시선은 다른 곳을 향한다.
길 위에 떨어진 꽃잎들은 천더꾸러기가 되고 만다.
바람에 흔날리고 이리저리 굴러다니다가 사라져버린다.
점심 시간에 동천강변을 겉다가 생각한다.
벚꽃나무가 꽃이 피었을때만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구나 하고
우리 인생도 그렇지 아니한가
젊고 멋있고 활력있고 성공할 때 관심을 받지만
늙고 병들고 추레한 모습일 때 어디 거들떠보기나 하던가
며칠 간 꽃을 피우기 위해 긴긴 여름과 가을과 겨울을 인내하고 버텨왔다.
그렇다면 꽃이 저 나무의 전부인가
아니다. 그렇지 아니하다.
전부를 보지 않고 부분만 바라보고 있다는 생각에 이른다.
한 사람을 평가할 때도 그렇게 봐야하지 않을까
부분으로 전체를 평가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꽃비가 흔날리는 꽃길을 걸으며
화사한 꽃이 푸른 잎사귀로 대치되는 나무를 본다.
나무의 진짜 일년은 이제 시작인 셈이다.
사람들의 관심이 사라지고 난 긴긴 시간을 무관심 속에서 버티고 견디어야 한다.
나무는 살아 있고 살아갈 것이다.
내년 다시 꽃을 피우겠다는 희망을 갖고서
하루하루가 다르게 온 산하와 가로수가 연두색으로 변하고 있다.
앞 산도 하얗게 피었던 벛꽃들이 사라지자
새 잎사귀로 단장한 나무들이 그 공간을 대신한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녹음방초 우거진 초록 세상이 되겠지.
그렇게 또 봄은 여름에게 바턴을 넘길 준비를 한다.
그저 그렇게 또 한 해가 흘러가지만
똑같은 해가 아니지 않는가
사람은 의미를 찾고, 의미를 두고, 의미있게 살아가야 하지 않겠는가
세월은 흘러만 간다.
꽃이 떨어지는 것을 보면서 멋있고 아름답다고만 생각되지 않는다.
떨어짐에 더 의미를 두면서 바라본다.
떨어지 꽃잎들의 운명을 생각한다.
나이 탓이려니 하면서도 자꾸만 시선은
길 위에 떨어지 꽃잎을 바라본다.
꽃길만 걷는 인생이 있을까?
꽃비 내리는 멋진 인생만 살 수 있을까?
짧은 이 시간을 위해
긴긴 인고의 시간을 보낸 나무에게 관심과 애정을 보낸다.
우리도 한 때는 그런 시간들이 있지 않았을까
나 또한 그렇게 살았다.
다시 한 번 꽃을 피워보고 싶다.
남들이 생각하는 꽃이 아니어도 좋다.
인생의 뒤안길로 소리없이 잊혀져 가는 인생이고 싶지 않다.
희망을 갖고 다시 한 번 힘찬 도약을 다짐해 본다.
저 벚나무 푸른 잎사귀에서 그 용기와 다짐을 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