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글쓰기

꽃비 내리는 길

톨레 네움 에트 톨레 데움 2024. 4. 9. 09:41

화사하게 그리고 환하게 피어있던 벚꽃이

봄바람에 우수수 꽃비를 흔날리고 있다.

산책하는 이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길가에 쌓인 벚꽃 잎파리는 쌓여 흰 눈이 쌓여 있는 것 같고

길 위에는 점점이 꽃길을 만들었다.

 

우리는 벚꽃이 지면 벚나무에 관심을 주지 않는다.

꽃이 그 나무의 전부인 양 감탄하고 즐거워하고 환호하다가 

꽃이 떨어져버리고 푸른 잎사귀가 나오기 시작하면 우리의 시선은 다른 곳을 향한다.

길 위에 떨어진 꽃잎들은 천더꾸러기가 되고 만다.

바람에 흔날리고 이리저리 굴러다니다가 사라져버린다.

 

점심 시간에 동천강변을 겉다가 생각한다.

벚꽃나무가 꽃이 피었을때만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구나 하고

우리 인생도 그렇지 아니한가

젊고 멋있고 활력있고 성공할 때 관심을 받지만

늙고 병들고 추레한 모습일 때 어디 거들떠보기나 하던가

 

며칠 간 꽃을 피우기 위해 긴긴 여름과 가을과 겨울을 인내하고 버텨왔다.

그렇다면 꽃이 저 나무의 전부인가

아니다. 그렇지 아니하다. 

전부를 보지 않고 부분만 바라보고 있다는 생각에 이른다.

한 사람을 평가할 때도 그렇게 봐야하지 않을까 

부분으로 전체를 평가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꽃비가 흔날리는 꽃길을 걸으며

화사한 꽃이 푸른 잎사귀로 대치되는 나무를 본다.

나무의 진짜 일년은 이제 시작인 셈이다.

사람들의 관심이 사라지고 난 긴긴 시간을 무관심 속에서 버티고 견디어야 한다.

나무는 살아 있고 살아갈 것이다.

내년 다시 꽃을 피우겠다는 희망을 갖고서 

 

하루하루가 다르게 온 산하와 가로수가 연두색으로 변하고 있다.

앞 산도 하얗게 피었던 벛꽃들이 사라지자 

새 잎사귀로 단장한 나무들이 그 공간을 대신한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녹음방초 우거진 초록 세상이 되겠지.

그렇게 또 봄은 여름에게 바턴을 넘길 준비를 한다. 

 

그저 그렇게 또 한 해가 흘러가지만

똑같은 해가 아니지 않는가

사람은 의미를 찾고, 의미를 두고, 의미있게 살아가야 하지 않겠는가

세월은 흘러만 간다.

꽃이 떨어지는 것을 보면서 멋있고 아름답다고만 생각되지 않는다.

떨어짐에 더 의미를 두면서 바라본다.

떨어지 꽃잎들의 운명을 생각한다. 

나이 탓이려니 하면서도 자꾸만 시선은

길 위에 떨어지 꽃잎을 바라본다.

 

꽃길만 걷는 인생이 있을까?

꽃비 내리는 멋진 인생만 살 수 있을까?

짧은 이 시간을 위해

긴긴 인고의 시간을 보낸 나무에게 관심과 애정을 보낸다.

우리도 한 때는 그런 시간들이 있지 않았을까 

나 또한 그렇게 살았다. 

 

다시 한 번 꽃을 피워보고 싶다.

남들이 생각하는 꽃이 아니어도 좋다.

인생의 뒤안길로 소리없이 잊혀져 가는 인생이고 싶지 않다. 

희망을 갖고 다시 한 번 힘찬 도약을 다짐해 본다. 

 

저 벚나무 푸른 잎사귀에서 그 용기와 다짐을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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