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때 교회에서 만난 선배가 계신다.
김 ** 선배는 나보다 4살 위이고 오랜 세월 동안 교제하고 있다.
지난 기억을 더듬어 본다.
교회 청년회를 통해 안면을 튼 선배였다.
김 선배는 어릴 때부터 영안침례교회를 출석한 분이고
난 고등학교 2학년 가을부터 교회를 다니기 시작했었다.
대학 진학 후 5.18 민주화 사건으로 전국 모든 대학교에 휴계령이 내린 상태에서
학교를 가지 못하고 늘 교회에서 동기 및 선배들과 어울려 지냈다.
선배는 경남공전 산업디자인학과을 졸업하고 모나미 볼펜 회사에 잠시 근무를 하다가
가야 파출소 부근에 화실을 개업한 상태였다.
큰 형님 밑에서 공부하던 나는 환경이 여의치 않아 집에서 독립하여
자취를 하던 선배의 집에서 반 년 정도를 숙식을 함께한 적이 있었다.
그 당시 수시로 집에서 가까운 화실을 들락거렸다.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통해 선배와 가까와졌다.
선배는 약간 돈키혼테형 성격의 소유자였다.
해군에서 근무했고, 플룻을 독학으로 연주하고, 사진에도 일가견이 있었다.
새벽형 인간으로 쓴 커피를 마시며 클래식 음악을 감상하는 즐기시는 분이시다.
착한 성품이지만 고집이 있고 약간은 자아도취형 인물이었다.
내가 전공의 2년 차에 결혼을 할 때는 결혼 사진을 촬영해 주었고
제주도 신혼여행을 갈 때 김해 공항까지 자신의 포니 승용차로 태워다 주기도 했다.
결혼 후에도 첫 사랑을 잊지 못하여 자신이 그린 초상화를 걸어두고 있었다.
바쁜 본과와 전공의 시절, 그리고 경기도에서 군 생활 기간과
울산에 처음 내려와 근무하던 기간에는 선배와 교류가 없었다.
당시에는 휴대폰이 없던 시절이라 교류가 쉽지 않았었다.
그동안 선배는 전원주택 건설 회사에 근무한 적이 있었고
울산 삼동에 있는 처가에서 생활하면서 건축일을 하고 계셨다.
전원주택 건축, 아파트 리모델링 등등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지만 우연히 선배와 연락이 되어서
삼동 선배 집을 자주 방문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매년 수 차례 서로 집을 오가며 교제한다.
참 마음 편하게 솔직한 대화를 나누는 사이다.
그리고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 리모델링도 선배가 해 주었다.
10년이 지난 지금도 잘 사용하고 있다.
거실 등 원목으로 내부를 하고, 거실이나 안방 등에는 한지를 바른 미닫이 문이 인상적이다.
전원주택 같은 분위기가 난다. 집을 방문한 사람들마다 좋은 평을 해 준다.
벽지 하나 흠집이 없고 지금도 보수하는 것 없이 잘 사용하고 있어 늘 감사한 마음이다.
이 글을 쓰는 계기는 이렇다
인제대를 나와 재 도전만에 한전에 취직을 한
외동 아들 주성이가 봄에 결혼을 하였다.
소아마비로 다리가 불편한 형수는 아들에게 마음을 많이 의지하고 살았다.
자신의 핸디캡 때문에, 남편의 불뚝 성질, 경상도 남자의 무뚝뚝함, 돈키호테식 행동들을
침고 인내하며 살다가 아들이자 친구같은 아들, 마음을 의지하던 아들이 결혼하여 떠나고
아들을 위해 어려운 형편에 주택 조합에 가입하여 아파트 청약을 했는데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되자
마음이 여린 분이 감당할 수 없는 스트레스로 인하여
갑자기 불안, 수면 장애, 공황장애, 우울증 등이 겹쳐서
음식 섭취도 어렵고,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힘든 상황에 놓였다.
그러자 선배가 갑자기 찾아 온 고난 앞에서 무너졌다.
매사에 자신만만해 하고 고집스럽고 남의 얘기에 귀 기울이지 않던 선배가
하나님 앞에 엎드렸다. 회개의 눈물의 기도로 새벽을 깨우기 시작했다.
반 년 이상 지난 지금 경제적인 문제도 잘 해결되었고
형수도 건강을 많이 회복하셨다.
나이 70이 다 되어 가면서 새벽기도회에 눈물로 기도하는 신앙인이 되었다.
며칠 전 아내가 이런 저런 반찬을 해 가지고 위로와 격려차 다녀왔다.
오늘 오전에 외래 진료가 여유가 있어서 같이 가지 못한 미안함에 전화를 걸었다.
선배의 대화를 듣다가 내 입에서 감사가 터져 나온다.
선배는 많이 바뀌어 있었다.
겸손한 어린양이 되어 있었다.
하나님은 자신의 택한 백성을 성화시켜 가신다.
이 모양 저 모양으로 연단시키신다. 고난도 한 벙법이다.
60년 가까이 고수하던 생각들을 내려놓고 두손 들고 하나님 앞에 나오는 선배를 본다.
물론 선배가 세속적이고 특별한 죄를 지은 것은 아니다.
내가 보기에 누구보다도 정직하고 행함없이 말만 나불거리는 자들을 책망하며
말씀을 실천하면서 살려고 하고 그렇게 살았던 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은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하나님만 바라보고 의지하게 하셨다. 회개하게 하시고 기도하게 하셨다.
상황을 바라보는 선배의 시선이 달라져 보인다. 말과 언어가 달라졌다.
진정 하나님 앞에 아름다운 모습으로 단련되어 나온 선배를 본다.
형수도 다시 예배 피아노 반주를 시작하셨단다.
젊은 시절부터 계속하셨던 예배 반주자의 삶이었다.
두 분의 노년의 삶을 위해 기도한다.
건강하시고 행복하고 아름답게 살아가시기를 소망하며
곱고 아름답게 물들어 가는 가을 단풍처럼 두 분의 멋진 신앙의 모습에 박수를 보낸다.
내가 이번에 수 억의 경제적 손실을 보고 내가 의지했던 것들을 빼앗아 가버린신 것처럼
선배에게 가장 소중한 '아내의 건강'이라는 고난을 통해 신앙을 회복하고 성숙시키셨다.
하나님만 바라보게 하신다. 하나님만 의지하게 하신다.
하나님이 전부이심을 고백하게 하신다. 하나님 한분만으로 만족하게 하신다.
나의 얄팍한 지식이나 삶의 경험들이 하찮은 것임을 깨닫게 하신다.
하나님만이 구원자이시고, 진리이시며, 생명의 근원이심을 고백하게 하신다.
하나님은 자신의 백성들을 사랑하셔서 당신과 영원히 함께하기 위하여
거룩한 백성으로 성화시켜 가신다.
선배의 고난과 나의 고난이 가져다 준 유익으로 말미암아
감사와 은혜를 깨닫고 하나님께 감사와 영광을 올려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