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색
2021. 4. 29. 목요일
중학교 2학년 미술 시간이었다.
가을 날 관사 앞에서 수채화를 그리는데
미술 선생님이 하늘을 그리시면서 보랏빛 하늘을 그리셨다.
난 속으로 하늘이 파랗거나 저녁노을은 붉은데, 보라색이라니ᆢ...
그렇지만 당시에 왜 보라색으로 그리시냐고 질문은 하지 않았었다.
지금도 그 미술 선생님 성함이 기억이 난다.
<이 영>, 키가 크셨고 학교 안에 있는 관사에 사셨던 것으로 기억이 난다.
대부분 선생님의 성함은 잊어버렸지만
이 선생님 성함을 지금도 기억하고 있는 것이 참 특이하다.
아무도 이 보라색과 연관이 있어서 그렇지 않은가 싶다.
벌써 10년도 훌쩍 전이지만, 북유럽을 여행한 적이 있다.
그때 난 보았다.
저녁노을이 보랏빛으로 멋지게 물들어가는 환상적인 하늘을..
‘야! 저녁노을이 붉게 타 오로는 건만도 아니구나.’라고 감탄했던 적이 있다.
내가 모르면서, 보지 않았다고
남에게 틀렸다고 말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던 기억이 있다.
점심시간에 동천강변을 걷다가
보라색 꽃이 눈에 들어온다.
꽃들은 참 다양한 색으로 피어난다.
이 보라색은 먼 시간여행을 하고,
과거의 기억들을 하나 둘씩 길어 올려주었다.
보라색은 왠지 신비스런 느낌을 준다.
누구나 쉽게 소화하지 못하는 색이다.
거리에는 이팝나무가 하얗게 피었다.
가로수로 꽃이 피는 수종을 선택한 것이 훌륭하다고 본다.
어제는 하루 종일 가로수에 대하여 묵상했었다.
가로수의 역사와 기능과 수종들에 대하여서 ᆢ
울산에도 느티나무, 은행나무, 벚나무, 이팝나무 등등이 있다.
해송을, 감나무등 유실수를 심기고 하고, 단풍나무, 메타스퀘어도 있다.
스페인에 갔을 때다.
오렌지가 가로수로 심기어 있었는데
노란 오렌지가 주렁주렁 달려 있는 모습이 신기했다.
내 어릴 적 고향에는 포플러가 신작로에 양가로 길게 서 있었고,
플라타너스 또한 많이 심었던 것 같다.
이런저런 생각들이 클래식 음악의 선율을 타고
시공을 넘나들고 있었다.
시원한 강바람에 두 팔을 휘저으며 열심히 걷노라면
무념무상의 행복함이 밀려온다.
오늘도 창조주 하나님에게 감사하며
짧은 점심시간을 아쉬워한다,